[임의택의 車車車]푸조 2008, 르노삼성 QM3 누를 수 있을까?
국내 수입차시장이 커지면서 세단에 집중되던 인기 모델이 점차 다양화되고 있다. 지난 10월 말 데뷔한 푸조 2008도 바로 그런 케이스다. 푸조가 한국에 진출한 이후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이 차는 유럽을 휩쓸고 있는 소형 크로스오버카(CUV)다. 2008은 차체 크기와 유형으로 보면 르노삼성 QM3(유럽에서는 르노 캡처)와 유사하다. QM3와 비교하면 차체 길이는 35mm 길고 너비는 40mm 좁고, 높이는 10mm 낮다. 실내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앞뒤 바퀴 축간 거리)는 2008이 QM3보다 65mm가 짧다. 유럽에서의 경쟁차로는 르노 캡처 외에 오펠 모카(쉐보레 트랙스), 닛산 쥬크, 미니 컨트리맨 등이 있다. 2008의 외관에서 눈에 띄는 건 곡선으로 이뤄진 루프 라인이다. 루프는 다른 차와 같이 평평한 타입이지만, 사이드 패널이 뒤쪽으로 갈수록 살짝 높아지면서 마치 루프가 곡선으로 이뤄진 듯한 착시효과를 준다. 게다가 QM3에 없는 루프랙을 갖춰 SUV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은 공간을 아기자기하게 꾸민 실내는 더욱 놀랍다. '헤드업 클러스터'로 불리는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운전자의 눈높이와 가까워 시선 이동을 줄였으며, 지름을 줄인 스티어링 휠은 마치 게임기를 조작하는 것처럼 운전을 재밌게 만든다. 일반적으로 스티어링 휠의 지름이 줄어들면 조작하는 데 더 큰 힘이 필요하지만, 2008은 그런 문제가 없다. 깔끔한 센터페시아 디자인은 통합 터치스크린 덕분이다. 라디오와 블루투스, USB 등의 기능은 7인치 모니터를 터치해 조작토록 해 스위치가 대폭 줄어들었다. 한 가지 문제점은 블루투스 기능이 신통치 않다는 점이다. 핸드폰과 연결되는 것도 시간이 걸릴뿐더러, 음악을 듣고자 할 때 곧바로 연결되지 않고 여러 차례 시도해야 한다는 게 문제다. 이는 푸조와 시트로엥의 여러 모델들에서 나타난 공통적인 문제다. 수입사인 한불모터스가 심도 있게 점검해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2008은 1560cc 디젤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92마력, 최대토크 23.5kg·m를 낸다. QM3가 1461cc 디젤 엔진으로 90마력의 최고출력과 22.4kg·m를 내는 것과 비교하면 2008의 성능이 조금 앞선다. 2008의 공차중량은 1250kg으로 QM3(1300kg)보다 가볍기 때문에 실제 주행성능의 차이는 더 벌어진다. 두 차의 주행성능 차이는 변속기에서도 비롯된다. 2008은 푸조의 전자제어 MCP 변속기를 채택했고, QM3는 독일 게트락의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얹고 있다. 이들 변속기는 수동변속기 메커니즘에 자동변속기의 편리함을 접목시켰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변속 감각만 보면 게트락의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낫다. 푸조의 MCP도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 변속될 때의 울컥거림은 아직 완벽히 해결되지 않았다. 물론 변속되기 전에 가속 페달을 살짝 떼거나 수동 모드로 조작하는 방법이 있긴 한데, 익숙해지려면 약간의 시간이 걸린다. 이런 점을 감수한다면 MCP 변속기의 환상적인 연비를 경험할 수 있다. 2008은 도심 16.2km/ℓ, 고속도로 19.2km/ℓ, 복합 17.4km/ℓ의 연비로 웬만한 하이브리드카만큼이나 좋은 연비를 보여준다. QM3의 복합 연비 18.5km/ℓ(도심 17.0km/ℓ, 고속도로 20.6km/ℓ)와도 막상막하다. 시가지와 간선도로를 4:6의 비율로 달린 이번 시승에서 2008은 15.0km/ℓ의 연비를 기록했다. 2008은 한불모터스가 푸조 브랜드를 한국에 도입한 이후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모델이다. 초기 도입물량이 부족할까봐 송승철 사장이 프랑스로 날아가 추가 물량을 확보해왔을 정도. 2650만~3150만원의 비교적 낮은 가격과 알찬 상품성, 뛰어난 경제성을 인정받으며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QM3(2280만~2495만원)에 비하면 약간 가격이 높지만, QM3에는 2008에 있는 커튼 에어백이 없다는 점을 참고로 알아둘 필요가 있다. 푸조 2008 펠린 실용성과 디자인에서 흠 잡을 게 없다. ★★★★☆(평점은 별 다섯 개 만점. ☆는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