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택의 車車車]미니 쿠퍼, ‘운전의 즐거움’을 말하다
국내에서 작은 차의 인기는 높지 않다. 세금과 각종 혜택을 받는 경차만 조금 인기가 있을 뿐이고, 수입차 시장에서는 작은 차가 더 외면 받고 있다. 그러나 예외적인 존재가 하나 있다. BMW 그룹 산하의 미니(MINI)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2005년 국내에 상륙한 이후 세간의 예상을 뒤엎고 초반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6.3% 포인트 증가한 6301대가 판매됐다. 미니는 이 여세를 몰아 올해 4월에 3세대 미니 쿠퍼 해치백을 선보였다. 2세대 모델에 비해 주된 차이점은 커진 차체와 다운사이징 된 엔진이다. 쿠퍼 해치백의 길이×너비×높이는 3821×1727×1414mm로, 2세대보다 98mm 길어졌고 44mm 넓어졌으며, 7mm 높아졌다. 휠베이스(앞뒤 축간 거리) 또한 28m 늘어난 2495mm로 커졌다. 커진 차체로 인해 1세대나 2세대 모델의 작고 깜찍한 분위기는 많이 없어졌으나, 대신 넓은 실내공간을 얻었다. 앞좌석 조절 범위가 커졌고 뒷좌석 레그룸은 19mm가 커졌다. 트렁크 용량도 구형보다 늘려 211ℓ로 키웠다. 실내에서는 달라진 대시보드가 눈길을 끈다. 회중시계 같았던 센터 모니터는 속도 정보를 운전석 앞의 클러스터에 양보하고, 대신 내비게이션을 비롯해 정보 전달 기능을 강화했다. 쿠퍼 S와 쿠퍼 하이트림에 있는 'MINI 커넥티드'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드라이빙 익사이트먼트, 미니멀리즘 분석기, 다이내믹 뮤직, 소셜 네트워크(페이스북, 트위터, 포스퀘어 등), RSS 뉴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 주변을 감싸는 LED 링은 드라이브 모드나 공조장치 등을 조작할 때 컬러가 수시로 바뀌어 탑승자의 눈을 즐겁게 한다. 최상위급인 미니 쿠퍼S에는 자사 최초의 헤드업 디스플레이까지 장착된다. 센터페시아 아래쪽에 달린 '하트 비트(Heart Beat)'라고 불리는 빨간색 버튼을 누르면 엔진이 깨어난다. 푸조와 공동 개발한 기존의 4기통 1.6ℓ 엔진을 버리고 자체적으로 개발한 엔진은 다운사이징의 '모범답안' 같다. 요즘 잘 쓰지 않는 3기통을 채택한 데다, 1.5ℓ로 배기량을 줄였으면서도 최고출력은 오히려 14마력 늘어난 136마력을 낸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엔진에 3기통을 쓰지 않는 이유는 파워가 떨어질 뿐 아니라 진동·소음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3세대 미니 쿠퍼는 실제 주행에서 매우 파워 넘치는 가속감각을 보여준다. 과거 크라이슬러, 푸조와 공동 개발했던 엔진들과 비교하면 새 엔진은 BMW와 미니의 브랜드 이미지에 더 잘 어울린다. 변속기 옆에는 미드(MID), 스포츠(SPORT), 그린(GREEN)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드라이빙 모드가 마련됐다. 각 모드는 도로상황이나 운전자의 취향에 화답할 수 있도록 차이가 명확하다. 특히 스포츠 모드의 박진감 넘치는 반응이 인상적이다. 통통 튀던 주행감각은 3세대로 넘어오면서 부드럽게 순화됐다. 고 카트(Go Kart) 같은 주행성능은 여전하지만, 노면 요철을 만났을 때 이를 한 번 걸러서 탑승자에게 전달해준다. 미니 쿠퍼 특유의 주행감각이 희석된 것 같아 아쉽긴 하지만, 대다수 운전자에게는 환영받을 만한 세팅이다. 연비는 도심 12.9km/ℓ, 고속도로 17.5km/ℓ, 복합 14.6km/ℓ로 배기량을 낮춘 덕에 상당히 좋은 편이다. 시가지와 간선도로를 4:6의 비율로 달린 이번 시승에서는 12.0km/ℓ를 기록했다. 3세대 미니 쿠퍼는 2990만원부터 시작해 쿠퍼 하이트림 3720만원, 쿠퍼 S 4240만원이고, 하반기에는 디젤 모델이 추가될 예정이다. 가격대로 보면 폭스바겐 골프, 푸조 308, 시트로엥 DS3, 아우디 A3, 메르세데스 벤츠 A클래스 등이 경쟁상대다. 이들 사이에서 미니 쿠퍼는 개성과 존재감 면에서 단연 최고다. 하반기에 들어올 디젤 모델도 기대된다. 미니 쿠퍼 배기량을 줄였지만 주행성능은 더욱 좋아졌다. ★★★★(평점은 별 다섯 개 만점. ☆는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