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석에 앉아보니 예전에 비해 고급스러움이 느껴진다. 스티어링 휠에는 손가락으로 돌려서 주행성능과 정보를 설정할 수 있는 다이얼식 메뉴 설정 조그셔틀이 접목돼 수입차보다 확실히 편하다. 내비게이션과 주행 정보를 제공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색상이 선명하다. 9.2인치 내비게이션은 시인성이 향상됐다. /사진=김종훈 기자
K9의 품격 넘치는 실내는 앉기 전부터 앞 뒤 좌석에 퀄팅 나파 가죽 시트가 우아한 브라운 톤으로 눈에 뛴다. 뒷자석에서 네이게이션은 물론 모든 공조장치와 오디오, TV 등을 한번에 조작할 수 있게 돼 있다./사진=김종훈 기자
[김종훈의車가좋다]시속 180㎞를 돌파에도 동승자가 못 느낄 수준
기아자동차의 플래그십 세단 K9이 최상급 주행성능과 강력한 힘으로 무장하고 새롭게 태어났다. 5000cc 심장을 탑재한 'K9 퀀텀'은 세상의 변화를 그대로 반영한첨단 IT기술과 최상의 자동차 기술이 접목된 다이나믹한 세단이다. K9은 2012년 시장에 데뷔한 이후 줄곧 기아차의 최상위 세단으로 자리매김했지만 다소 아쉬운점이 있었다. 6기통(V6) 3.3L 엔진과 3.8L 엔진을 탑재한 2가지 트림만을 출시해 경쟁모델인 현대차 에쿠스 보다 한등급 낮은 제네시스 급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2015년형 K9 퀀텀 모델은 에쿠스는 물론 수입 대형 세단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힘과 주행성능이 돋보인다. 크롬 재질의 전면부 라디에이이터 그릴은 웅장함을 풍기는 가운데 그릴 하단부에 자리잡은 'V8 5.0' 로고는 K9 퀀텀의 자신감을 보여주면서 눈에 띈다. 8기통 5000㏄엔진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 고급스럽다. 19인치 크롬 휠과 길어진 리어램프와 범퍼는 초대형 세단으로서의 품격을 물씬 풍긴다.
실내에는 일부 고급차종에만 쓰이는 나파가죽 퀄팅 가죽시트 등 프리미엄 소재를 아낌없이 사용했다. 리얼우드가 곳곳에 사용된 내부 마감재와 최고급 알루미늄 가이드라인도 눈길을 끈다. 여기에 메모리폼 소재를 적용한 헤드레스트는 승차감을 한껏 높이는 역할을 했다.
25일 서울 광화문을 출발해 부천시까지 경인고속도로 왕복 60㎞ 구간을 달리는 동안 거침없는 힘과 대형세단의 부드러운 승차감까지 안락함의 진수를 보여줬다. 시동 버튼을 눌렀지만 5000㏄ 고배기 엔진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조용했다. 시동이 켜진지도 모를 정도로 정숙해 동급 최상위 세단에 어울리는 수준이었다. 가속페달을 밟자 중량 2톤이 넘는 큰 덩치가 무색할 정도로 차고 나가는 힘이 운전의 재미를 더했다.
일반도로에서는 조용한 집무실인가 착각이 들 정도로 정숙하다. 시속 180㎞를 돌파하는 고속구간에서도 풍절음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스포츠모드로 바꾸자 5.0리터 엔진의 힘을 만끽할 수 있었다.
가속페달을 밟았을 뿐인데 순식간에 도로의 제한속도에 도달했다. 더 깊숙이 페달을 밟자 고개가 젖힐정도의 가속감을 보였다. 하지만 고속에서도 무게중심이 낮게 깔리며 안정적이고 부드러운 주행감을 느낄 수 있었다. 뒷자석 동승자는 시내 주행과 같이 별다른 소음이나 진동을 느낄 수 없다고 전했다.
이 같은 성능과 승차감은 최고 출력 425마력, 최대 토크 52.0㎏·m에 이르는 강력한 엔진과 완벽한 기아차의 차음설계 기술로 보인다.
너무 안락한 덕분이지 잠시 졸리면서 순간 차선이탈을 하자 경고등이 들어오면서 시트에는 진동이 느껴져 정신을 바짝 차리게 했다. 차선을 바꿀 때도 후측방 경보 시스템 등 각종 안전장치가 보조 역할을 완벽히 수행했다.
도심과 고속도로를 오간 60㎞ 구간동안 연비는 공인연비(7.6㎞/ℓ)수준의 7.0㎞/ℓ를 기록했다. 시험 삼아 급가속을 했다는 점에서 연비도 만족스러웠다. 특히 억대를 훌쩍 넘기는 동급 경쟁모델인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차량과 비교해서 8620만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도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