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의혹' 이광구 우리은행장 사퇴…차기 행장은?
국감서 채용비리 지적 3주만에 사임 표명…'친박계 물갈이' 의혹도, 후임 선임 속도낼 듯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최근 불거진 '신입사원 채용비리'에 대해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했다. 그가 지난 3월 연임에 성공해 재취임한 지 7개월 만이다. 이로써 우리은행의 주된 추진과제였던 금융지주사 전환 등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은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후임 행장 선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 이광구 연임 성공 후 7개월만에 사퇴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2일 임직원 전체에게 보내는 메일에 "최근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전한 뒤, 오후 2시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정식으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우리은행 신입직원 채용비리는 지난 17일 국정감사에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제기했다. 심 의원은 직접 입수한 '2016년 우리은행 신입사원 공개 추천현황' 문건에 기재된 국가정보원, 금감원, 은행 VIP, 은행 전·현직 고위 인사의 자녀와 친·인척 등 16명이 모두 채용됐다는 점을 들어 '특혜성 채용'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우리은행은 자체감찰을 실시하고 지난 27일 해당 사건에 연루된 부문장(수석 부행장), 검사실장, 영업본부장 등 3명을 직위 해제했다. 이와 함께 채용 전 과정을 외부업체에 아웃소싱하고 필기과정을 100% 전산화하는 등의 채용 프로세스 개선안도 내놨다. 그러나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했다. 이에 심 의원은 "3명을 직위 해제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으려 하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며 비판하고 금감원에 해당 사건의 검찰고발을 요청했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채용 비리 진상 규명을 강하게 주문하면서 은행권 전반으로 채용비리 조사가 확대됐다. 이 같은 상황에 이 행장은 우리은행의 경영정상화 등을 위해 사퇴키로 결심했다. 이로써 이 행장은 올 3월 연임에 성공한 후 7개월 만에 물러난다. 이 행장은 천안고, 서강대를 졸업한 뒤 1979년 상업은행에 입행해 우리은행 홍콩지점장, 개인영업전략부장, 개인고객본부장 등을 거쳐 2014년 12월 30일 은행장에 취임했다. 2016년 11월엔 과점주주 체제로 우리은행의 '16년 숙원 사업'이었던 민영화를 이뤄내고, 모바일 플랫폼을 강화하는 등의 업적으로 올해 3월 2년 임기로 연임에 성공했다. ◆ 지주사 전환 차질…차기 행장은? 이광구 행장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 등 여러 추진 과제도 추진 동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이 행장은 올 초 신년사를 통해 지주사 전환을 공언하고 지난 6월 아주캐피탈·저축은행을 인수하며 지주사 전환에 서둘렀다. 성장에 방점을 찍고 기업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비은행 자회사의 수익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다. 이미 신한·KB·하나는 금융지주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우리은행도 다른 금융그룹과 경쟁하기 위해선 지주사로 전환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이 행장이 사퇴하면서 후임 행장이 선임되기 전까진 지주사 전환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 행장은 이날 메일을 통해 "새로 선임되는 은행장이 직원들의 염원을 모아 가까운 시일 내 지주사로 전환하길 바란다"며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우리은행 임원들의 임기도 대부분 연말에 종료돼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내달 3일 최정훈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의 임기가 만료되고 이어 8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정원재 영업지원부문 및 HR그룹 부문장만 내년 12월 8일 임기가 끝난다. 이에 우리은행 이사회와 행장추천위원회는 가까운 시일 내 후임 은행장 선임시기와 절차에 대해 논의, 후임 선임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다만 상법 제386조에 따라 후임 대표이사가 취임할 때까지 이 행장은 직을 내려놓지 않을 전망이다. 차기 우리은행장으로는 올 초 우리은행장 공모에 도전했던 이동건 전 영업지원그룹장, 김승규 전 우리금융지주 부사장, 김병효 전 우리PE 사장 등이 다시 하마평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현직에선 정원재 부문장과 손태승 부문장(글로벌부문 겸 글로벌그룹)이 차기 주자로 꼽힌다. 한편, 이 행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에 '친박계 물갈이', '서금회 물갈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이 행장을 비롯해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 박인규 DGB금융 회장 등이 이미 자진해서 자리에서 물러났거나 사퇴 압박을 받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김재천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 등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CEO들의 조기 교체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