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만 믿지 마라, 투자지형 새로이 해야"… 미래에셋증권, '밸류+성장' 中·印 주목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주식은 투자자에게 '믿음의 종목'이었다. 빅테크의 질주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고, 자산배분의 정답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미래에셋증권은 이제 그 공식을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한다. 29일 열린 '2025 미래에셋 자산배분 포럼'에서 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은 "지금은 향후 수십 년 자산배분 판도를 바꿀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미국에만 의존했던 투자 전략에서 벗어나 새로운 구조적 기회를 찾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의 무역 질서가 재편되고, 금리와 통화 가치의 움직임도 기존 공식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며 "경제의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찰스 다윈의 말처럼 가장 강한 종이 아니라, 변화에 잘 적응하는 종이 살아남는다"며 "자산도 마찬가지로 변화에 유연한 포트폴리오가 장기적 성과를 가져온다"고 덧붙였다. 허 부회장은 3월 중국 항저우·심천 탐방 경험을 전하며, 중국의 동력을 ▲국가 주도의 산업 전략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생산 시스템 ▲창업가 주도의 강력한 리더십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했다. 그는 "이런 구조는 과거 한국이 70~80년대에 고성장하던 모습과 닮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재·부품·장비 분야에 대한 투자로 새로운 성장 스토리를 만들고, 기업 투자를 통해 이익과 기회를 함께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포럼의 본 세션 발표를 맡은 박희찬 리서치센터장은 보다 구체적인 분석을 제시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 큰 전환기에 놓여 있다"며 "기존의 투자 상식이 흔들리고 있는 지금, 미국 중심의 자산배분 전략도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미국 M7 기업들의 주가가 작년 가을 이후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있고, 엔비디아(NVIDIA) 같은 AI 대표주조차 주가가 제자리"라며 "혁신을 주도해 온 빅테크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한계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주식은 지금 채권 대비 위험보상이 거의 '제로' 상태이며, 지나치게 높은 밸류에이션을 감당하기 어려운 시점에 도달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달러 약세 전환 가능성에 주목했다. 박 센터장은 "역사적으로 1970년대, 2000년대처럼 달러가 약세일 때는 미국 주식이 10년 넘게 횡보했고, 반대로 일본, 브릭스 같은 신흥시장이 급등했다"며 "지금도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와 재정적자 누적으로 달러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 자산배분의 방향은 달러가 어디로 가는지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맥락에서 미래에셋은 중국과 인도를 핵심 투자 대안으로 제시했다. 박 센터장은 "중국은 민간기업 친화적 정책 전환과 AI·전기차·로봇 분야에서의 기술 자립이 가속화되고 있고, 인도는 내수 성장과 산업 집중도가 높아 수익성 구조가 우수하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미국 대비 밸류에이션이 절반 수준이고, 인도는 진입장벽이 높아 일부 우량기업에 수익이 집중된다"며 "미국 외 지역으로 자산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방산, 원전, 뷰티, 바이오 등 테마형 투자가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신냉전 체제 속에서 방산 수요는 계속 팽창하고 있고, AI 확산으로 인한 전력 수요 증가는 원전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뷰티는 고령화와 연결된 글로벌 엔티에이징 수요와 맞닿아 있는 중요한 테마다"라고 설명했다. 주식 외 자산에 대한 전략도 언급됐다. 박 센터장은 "금, 한국 국채, 일부 디지털 자산은 글로벌 대결 구도 속에서 주식의 대체 투자처로 고려해볼 만하다"며 "특히 외환보유액 내 금 비중이 높아지고 있고, 탈달러 움직임이 지속되면서 이런 대체자산은 전략적 의미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