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운용 "유상증자 철회하라"…롯데렌탈 이사회에 첫 공개서한
VIP자산운용이 롯데렌탈 이사회에 제3자 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철회하라는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유상증자가 그대로 실행될 경우, 개정 상법상 이사들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VIP운용은 이사회가 해당 안건을 재심의해야 하며, 특히 사외이사들이 책임 있는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VIP자산운용은 이날 롯데렌탈 이사회에 유상증자 철회를 공식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VIP운용이 공개 주주서한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앞서 두 차례 비공개 서한과 사외이사 면담 요청 등을 통해 해결책을 찾고자 했지만 회사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공개로 전환한 것이다. 롯데렌탈은 지난 2월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에 보유 지분 56.17%를 매각하고, 동시에 어피니티를 대상으로 신주를 발행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주당 매각 가격은 7만7115원이었으며, 유상증자는 주당 2만9180원에 이뤄질 예정이다. VIP운용은 이 같은 거래 구조에 대해 "대주주 지분 매각과 유상증자가 연계된 거래로, 주가 대비 과도하게 낮은 가격으로 신주를 발행해 일반주주를 희석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해 왔다. 유상증자 가격이 어피니티의 지분 매입 가격 대비 약 37%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주주가치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번 유상증자는 상법 개정 전인 2월에 결의됐지만, 실제 집행은 개정 상법 시행 이후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사회가 안건을 재심의해야 한다는 논리다. 개정 상법은 이사의 주주충실의무를 명시하고, 의도적 무대응이나 기회 상실도 책임으로 간주할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있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유상증자 실행이 개정 상법 이후에 이뤄지는 이상, 이사회는 안건을 다시 심의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이사회가 이를 무시하고 안건을 그대로 집행할 경우, 충실의무 위반 및 민형사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VIP자산운용은 특히 사외이사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번 서한에서는 백복인 전 KT&G 대표이사, 박수경 듀오정보 대표, 유승원 고려대 교수, 최정욱 전 인천지방국세청장 등 롯데렌탈 사외이사들의 실명을 언급하며 결단을 촉구했다. 김 대표는 "얼마 전 태광산업 교환사채 발행 이사회에서 사외이사의 반대 한 표가 회사를 멈췄다"며 "지금이 사외이사의 역할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VIP자산운용은 이번 유상증자가 어피니티 측의 지배력 강화와 맞물려 자진 상장폐지 시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어피니티의 지분율은 기존 56.2%에서 63.5%로 올라가고, 기존 롯데그룹 계열사의 지분까지 합산하면 약 67.7%에 달해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을 단독으로 충족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관련해 VIP자산운용은 과거 어피니티가 락앤락 인수 후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통해 소액주주 지분을 강제로 매수하고 상장폐지를 추진했던 전례를 제시하며, 롯데렌탈에서도 유사한 방식의 소액주주 축출 시나리오가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VIP운용은 또 회사 측이 주장하는 유상증자 불가피론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롯데렌탈은 대주주 변경에 따라 발생하는 회사채 조기상환 리스크 대응 및 유동성 확보를 유상증자의 배경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VIP운용은 최근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집금액의 6배 이상이 몰렸다는 점을 들어 차입 여력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롯데렌탈은 지난달 7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43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몰려 흥행에 성공했다. VIP자산운용은 이번 논란이 상법 개정 이후 대주주 중심 의사결정 구조를 재정립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민국 대표는 "이번 사안은 이사회의 감시의무와 사외이사의 책무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시장이 주목하는 시험대"라며 "이사회가 충실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향후 법적 분쟁과 평판 리스크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롯데렌탈 측은 이번 유상증자가 시장가격 기준으로 이뤄졌고, 신사업 투자 등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 효과를 고려할 때 주주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또 유상증자 발표 이후 주가가 급락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시장에서도 부정적으로 해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