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초대형 IB에 모험자본 투자 의무화…부동산 쏠림 차단 나선다
정부가 초대형 투자은행(IB)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의 자금 운용 규제를 전면 손본다. 종투사가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를 통해 조달한 자금의 일정 비율을 반드시 중소·벤처기업 등 '모험자본'에 투자하도록 의무화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부동산 관련 자산 비중은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금융위원회는 15일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금융투자업규정,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감독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종투사의 기업금융 역할을 강화하고 생산적 금융으로의 자금 흐름을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오는 8월 25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쳐 공포 즉시 시행될 예정이다. ◆모험자본 25% 의무 투자…IMA는 원금지급형으로 규정 개정안에 따르면 종투사는 전체 운용자산 중 발행어음과 IMA를 통해 조달한 금액의 25%를 국내 모험자본에 투자해야 한다. 모험자본의 범위에는 중소·벤처기업, 벤처캐피탈(VC), 신기술사업금융회사(신기사),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매입, A등급 이하 채무증권(대기업 계열사 제외), 중견기업, 상생결제, 벤처펀드, 하이일드펀드, 소부장펀드, 모태펀드 투자가 포함된다. 의무 투자비율은 2026년 10%, 2027년 20%, 2028년 25%로 3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상향된다. 반면, 종투사가 운용할 수 있는 부동산 관련 자산의 한도는 현재보다 크게 낮아진다. 2026년 15%, 2027년 10%로 단계적으로 하향 조정해 기존 부동산 중심의 수익 구조에서 탈피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현재 종투사의 IB 수익 중 절반 이상이 PF 채무보증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정안은 IMA의 상품 특성도 명확히 규정했다. 고객이 예탁한 자산을 모아 운용해 수익을 배분하는 IMA는 '원금 지급형 상품'임을 법령에 명시하고, 만기 1년 이상 자산으로 70% 이상을 구성해야 한다. 투자 중도해지 또는 신규 가입 시 적용되는 기준은 시가 또는 공정가액으로 정해진다. 투자자 보호와 리스크 관리를 위한 규제도 강화된다. IMA 운용 시에는 자전거래나 증권사 고유재산과의 거래가 제한되며, 5%의 시딩 투자(운용 초기에 증권사가 자기자금을 넣는 구조)와 수탁금 원본의 5% 이상 손실충당금 적립이 의무화된다. 운용 내역은 고객에게 정기적으로 통지해야 하며, 손실충당금이 일정 수준을 초과할 경우 해당 IMA 자산은 NCR(순자본비율) 산정 시 50%만 반영된다. ◆종투사 진입요건 강화…단계별 운영기간도 명문화 이번 개정안은 종투사의 지정요건도 대폭 강화했다. 기존에는 인가 신청 시점에 자기자본 요건을 한 번 충족하면 됐지만, 앞으로는 최근 2개 사업연도 기준으로 연속 충족해야 한다. 이와 함께 사업계획의 실현 가능성, 사회적 신용도, 대주주 적격성 등 질적 평가 항목도 신설된다. 또 자기자본 단계별로 최소 2년 이상 운영한 뒤에야 상위 자격 신청이 가능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3조원 이상 종투사로 지정된 후 2년이 지나야 발행어음 사업(4조원 이상) 인가를 신청할 수 있고, 이후 또 2년이 지나야 IMA 사업(8조원 이상) 신청이 가능하다. 특히 8조원 이상 종투사 지정 시에는 대주주 변경 인가 수준의 심사 요건도 새로 도입된다. 금융감독원장은 외부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사업계획의 타당성을 검토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도 마련됐다. 이밖에 증권업 관련 제도 정비도 함께 추진된다. 증권사 고유분 외화증권에 대한 집중예탁 의무를 폐지해 외화증권을 담보로 대차거래에 활용할 수 있게 하고, 파생결합증권·사채 조달자금과 고유자산 간 내부대여 한도는 2026년 20%, 2027년 10%로 제한된다. 대차거래 중개업 인가 시에는 매매체결전문인력 1인, 전산전문인력 4인 등 전문 인력 요건도 신설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개정은 그간 부동산에 집중됐던 증권사의 자금 운용 방향을 혁신·벤처 등 생산적 분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려는 것"이라며 "증권사가 기업금융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보다 책임 있게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 기반을 정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