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코운용 "미국 중심 투자 이제는 탈피할 때…구조적 재배분 필요"
"지금은 투자 포트폴리오의 구조적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며 미국 자산에 대한 과도한 집중을 줄이고 아시아로 분산해야 할 시점이다" 조슈아 크랩 로베코자산운용 아시아태평양 주식운용 대표는 17일 오전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2025년 하반기 글로벌 주식시장 전망'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글로벌 자산배분 전략의 중심축이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미국 중심의 투자에 익숙해졌지만 밸류에이션 부담과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에 대한 의문, 그리고 신흥국 자산의 구조적 개선 흐름을 감안할 때 지금 분산에 있어 '두 번째 기회'가 왔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 주식시장이 메가테크 중심으로 과열됐다고 지적하면서 매그니피션트7(7개 빅테크)을 제외하면 미국 외 지역, 특히 아시아·신흥시장(EM) 주식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훨씬 높다고 지적했다. 로베코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글로벌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비중은 9%에서 18%로 두 배 확대됐다. 그는 "이러한 쏠림이 심화된 만큼, 이제는 되돌림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외환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도 변화 조짐이 뚜렷하다. 크랩 대표는 "최근 기타 선진국 통화들이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시장 참여자들이 구조적으로 달러 비중을 줄이고 있다는 신호"라며 "달러는 이미 20%가량 고평가돼 있었지만 이를 되돌릴 촉매 요인이 없었다. 이제는 유럽연합(EU)의 재정지출 확대 등 정책 변화가 새로운 촉매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위상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자산은 이미 금, 비트코인, 싱가포르 달러, 호주 달러, 이머징마켓 채권 등으로 분산되는 흐름이 진행 중이다. 그는 "분산의 필요성에 글로벌 자금이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랩 대표는 특히 아시아 지역을 유력한 대안으로 꼽았다. 그는 "아시아는 단일 시장이 아니라 다양한 투자 목적에 따라 선택 가능한 다층적 시장"이라며 "저평가, 성장성, 주주환원 강화라는 세 가지 핵심 매력을 동시에 지닌 유일한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별로 성장 스토리를 가진 인도와 아세안, 주주환원 확대가 기대되는 한국과 일본, 그리고 저평가된 중국을 언급했다. 한국에 대해선 "밸류업 프로그램과 상법 개정 등 제도 변화가 이뤄지고 있고, 일본처럼 시간이 지나면 분명 수익률로 반영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본 역시 자사주 매입, 인건비 상승, 구조조정 강화 등으로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13분기 연속 실적 전망 하향 등으로 부정적 심리가 누적됐지만, 최근 처음으로 반등 조짐이 나타났다"며 "특히 반려동물 산업처럼 내수 약세 속에서도 성장하는 섹터가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중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이며, 전략적 접근이 가능한 시장"이라고 덧붙였다. 로베코 멀티에셋 팀은 실제로 아시아 주식과 EM 자산에 대한 비중을 확대하고 있으며, 정치적 리스크와 시장 변동성 대응을 위해 금과 현금 비중도 유지 중이다. 크랩 대표는 "4월 조정 이후 미국 주식이 반등하자 다시 안도 분위기가 퍼졌지만, 이는 진정한 반전이 아니라 두 번째 기회를 뜻한다"며 "미국 외 지역, 특히 아시아 자산에 대한 전략적 재배분이 필요하며, 지금이 그 전환의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