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오노 "한국 男 쇼트트랙 부진, 충분히 희망 있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이 최근 몇 년간 전과 같은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김동성과 안톤 오노는 평창올림픽까지 약 1년이라는 시간을 남겨둔 만큼 메달에 대한 희망을 놓기는 아직 이르다는 긍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한국 남자 쇼트트랙은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부진한 성적을 이어오고 있다. 당시 남자 쇼트트랙은 단 1개의 메달도 획득하지 못한 채 올림픽을 마쳐야 했는데, 이는 드문 경우에 속한다.
지난 1988년 캘거리동계올림픽부터 지금까지 한국 남자 쇼트트랙이 메달을 따지 못한 경우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대회 뿐이었다. 따라서 소치동계올림픽에서 기록한 '노메달'은 14년 만이다.
2014-2015시즌부터는 '쌍두마차'로 불리는 심석희(19, 한국체대)와 최민정(18, 서현고)이 활약하면서, 남자 대표팀과 여자 대표팀의 피할 수 없는 비교도 시작됐다.
이는 올 시즌까지 이어지고 있다. 2016-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1-3차 대회에서 여자 대표팀은 금메달 10개, 은메달 7개, 동메달 1개를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월드컵 1-3차 대회에서 여자 3000m 계주는 단 한 차례도 금메달을 놓치지 않는 저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남자 대표팀의 상황은 심각하다. 월드컵 1차 대회에서 남자 대표팀 선수들은 개인 종목 메달을 단 하나도 따내지 못했다.
다행스럽게도 2차 대회 1000m에서 임경원(23, 화성시청)이 금메달, 황대헌(17, 부흥고)이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이정수(27, 고양시청)가 1500m에서 은메달, 3차대회 1500m 금메달을 따내며 대표팀의 상승세를 이끄는 모양새다.
하지만 2018 평창동계올림픽 테스트 이벤트로 열린 월드컵 4차 대회에서 남자 대표팀은 여자 대표팀 만큼의 위용을 자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4차 대회 둘째날 심석희가 15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했고, 최민정은 1000m 1차 레이스에서 은메달을 땄다.
남자 대표팀에서는 1500m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이정수를 제외하고, 1000m 결승에 오른 홍경환(17, 서현고), 임경원(23, 화성시청), 한승수(25, 국군체육부대) 모두 4~6위를 기록하며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김선태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총감독은 현 상황의 원인으로 '전력 평준화'를 꼽았다. 그는 "남자 선수들의 경우 체력이나 스피드가 올라오면서 모두 비슷해졌다. 전략 싸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대표팀 맏형 이정수도 "전력이 많이 평준화 됐다. 요즘은 예선부터 치열하다"고 말했다.
현역 시절 최정상급 선수로 활약했던 김동성(36)과 아폴로 안톤 오노(34, 미국)도 같은 의견을 내놨다.
김동성은 "세계 1위를 지키던 남자 쇼트트랙이 부진하다는 평가가 있지만 그렇다고 보지 않는다"며 "이제 모든 나라 선수들이 평준화된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오노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인상 깊은 점에 대해 신흥 국가들의 기량을 꼽으며 "카자흐스탄은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월드컵 대회 메달을 딴 것 같다. 남자 선수들의 기량이 전반적으로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 캐나다, 중국이 예전엔 좋은 활약을 펼쳤다면, 지금은 새로운 국가가 많이 등장했다"고 덧붙였다.
김동성은 한국 남자 쇼트트랙이 부진을 겪고 있지만, 평창동계올림픽까지 1년여의 시간이 남은 만큼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거라고 기대했다.
그는 "한국 선수들이 평창올림픽까지 다른 나라를 따라간다는 생각으로 강하게 훈련해야 한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도전한다면 충분히 메달이 가능할 거라 본다"며 평창에서 한국 쇼트트랙이 세계 최고임을 다시금 증명해주길 당부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동계올림픽에서 '안방 올림픽'을 치러 본 오노는 홈 관중의 응원이 순위싸움에 도움이 될 거라 판단했다.
오노는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는 사람, 도시, 링크장에 익숙하고 빙질도 잘 알고 있다. 가족, 친구, 전국민적 응원도 큰 이점이다"라며 "한국의 어린 선수들이 이른 시간부터 열심히 훈련한다. 평창뿐 아니라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도 한국 쇼트트랙 선수들이 좋은 기량을 보여줄 것이다"라고 한국 대표팀의 선전을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