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3%?…가상화폐 열풍에 고위험투자 나선 한국인
-수익률 수십퍼센트 가상화폐 광풍에 예·적금 뒷전…P2P·주식·펀드 등 고위험투자군 관심도 #. '연 금리 3%대 적금 출시.' 임 모(28) 씨는 은행 홈페이지 사이트에 접속했다가 금세 흥미를 잃었다. 지난해 말 가상화폐 투자로 원금의 두 배를 벌어들인 뒤 임 씨는 기존의 저축·투자에 관심이 멀어졌다. 정부의 규제로 가상화폐 재투자를 보류하던 임 씨는 결국 위험도는 높지만 연 수익률 20%의 P2P(peer to peer·개인간)금융에 투자하기로 했다. 가상화폐 투자가 '열풍'을 넘어 '광풍'으로 치달으면서 투자자들의 투자 성향도 변하고 있다. 각종 우대금리를 더해도 연 금리 3%를 겨우 넘는 예·적금은 뒷전이 된 지 오래다. 정부의 규제로 가상화폐 투자가 어려워지자 그동안 위험 투자처로 분류됐던 P2P금융, 주식 투자로 눈길을 돌리는 추세다. 23일 빗썸에 따르면 오후 2시 20분 기준 비트코인 시세는 1330만원으로 전일 대비 75만9000원(5.44%) 떨어졌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8월 초만 해도 320만원 선이었다가 이달 6일 2600만원까지 급등했고, 이후 당국의 규제 방향이 발표될 때마다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상화폐 투자가 급속도로 뜨기 시작하면서 전국적으로 '코인 열풍'이 벌어진 영향이다. 하루 사이에도 가상화폐의 시세가 몇 백 만원씩 뛰며 수 십, 수 백 퍼센트의 수익률을 올리자 투자자들은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가상화폐 시장에 몰리기 시작했다. 금융소비자원에 따르면 가상화폐 시장 규모는 2조~3조원, 투자자는 300만명 가까이 될 것으로 추정됐다. 저금리 기조로 우대금리를 얹어주는 예·적금을 찾아다니던 '금리 유목민'도 자취를 감췄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예금은행 저축성예금은 지난해 7월 1074조3143억원에서 8월 1085조2889억원, 9월 1103조9555억원으로 증가하다가 가상화폐 열풍이 불기 시작한 10월 1097조3813억원으로 감소했다. 3년 이상 장기 저축성 예금도 줄었다. 예금은행의 3년 이상 예금은 2017년 7월 17조7554억원에서 8월 17조5456억원, 9월 17조2592억원, 10월 16조8994억원, 11월 16조8496억원으로 꾸준히 줄었다. 반면 6개월 미만 단기 예금은 같은 기간 67조6360억원, 72조4570억원, 74조3314억원, 74조9088억원, 76조8872억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저축은행 등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비은행의 수신액도 줄었다. 비은행기관 수신액은 지난해 7월 2281조1909억원에서 8월 2266조4252억원, 9월 2229조8523억원, 10월 2263조5323억원으로 줄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신 잔액은 은행별 내부사항 및 계절적 요인 등에 따라 바뀔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가상화폐 열풍이 거셌던 만큼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성향도 공격적으로 바뀌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예·적금 등 안전 투자보다는 고위험 투자처를 찾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투자처가 P2P금융이다. P2P금융은 신생업권인 데다 아직까지 가이드라인만 적용받고 법의 테두리 밖에 있어 위험한 투자처로 인식돼 왔다. 지난해 일부 업체에서 부실 문제 등이 터지면서 한동안 투자자의 발길이 끊기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투자자들의 가상화폐 투자 경험이 늘면서 P2P금융을 찾는 이가 늘고 있다. 이승행 P2P금융협회 회장은 "가상화폐 열풍으로 투자자 이탈이 일부 있었지만 투자군 자체가 달라 대부분 영향을 받지 않았다"며 "오히려 가상화폐 이후로 P2P금융을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