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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검찰, '사법농단 의혹'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구속영장 청구

검찰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박병대(61)·고영한(63)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을 3일 법원에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를 법원에 접수했다. 검찰은 이들이 앞서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상급자임에도 혐의를 부인하고 하급자들과의 진술도 달라 구속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부터 2년간 법원행정처장을 지내면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관련 행정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 사건 형사재판 ▲옛 통합진보당 국회·지방의회 의원들의 지위확인 소송 등에 개입하거나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내용의 문건 작성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헌법재판소와 위상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파견 법관을 통해 헌재 사건정보를 불법 수집하고, 한정위헌 취지의 위헌심판제청 신청을 취소시킨 혐의도 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2015년 각급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명목으로 따낸 예산 3억5000만원을 현금으로 돌려받아 비자금을 조성하는 과정 역시 박 전 대법관이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 전 대법관은 박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지냈다. 그는 '정운호 게이트' 사건 당시 판사들을 상대로 한 수사 확대를 차단하기 위해 수사정보를 빼내고 영장재판 가이드라인을 내려보낸 혐의를 받는다. 또한 2016년 서울서부지검의 집행관 비리 수사 때도 비슷한 수법으로 일선 법원을 통해 검찰 수사기밀을 보고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장기간 조직적으로 벌어진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에 연달아 법원행정처장으로 재직한 두 사람이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법관은 2015년 문모 당시 부산고법 판사의 비위 사실을 검찰로부터 통보받고도 징계 절차를 밟지 않은 직무유기 혐의를 받는다. 고 전 대법관 역시 이듬해 문 판사가 '스폰서'였던 건설업자 정모씨의 형사재판 정보를 누설하려 한다는 비위 첩보를 보고받고 징계하지 않았다. 고 전 대법관은 문 판사의 추가 비위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당시 정씨 재판을 맡은 부산고법 법원장에게 전화해, 재판이 정상적으로 보이게끔 변론하라는 요구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전직 대법관은 2014년~2017년 사법행정이나 특정 재판에 비판적인 판사들에게 인사 불이익을 줄 목적으로 만들어진 '판사 블랙리스트' 문건을 보고받고 승인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2016~2017년 법원행정처의 재판개입 정황을 추가로 포착해 고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에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법관에게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비밀누설 ▲직무유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공전자기록 등 위작·행사 등 혐의가 적용됐다. 고 전 대법관은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를 받는다. 박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은 158쪽, 고 전 대법관은 108쪽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두 전직 대법관의 신병을 확보하는 대로 의혹의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피의자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2018-12-03 17:10:47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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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40대 메리 대구, 잘 살고 있나요

'청년 백수가 꿈 따윌 좇아도 되느냐'는 물음에 "네"라고 대답한 드라마가 있다. 2007년작 '메리 대구 공방전'은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황메리와 무명 무협소설가 강대구의 연애 이야기다. 서른 살 메리와 스물아홉 대구는 매일 주저앉고 싶은 자신과 싸우며 동네 약수터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이들은 대기업을 방불케 하는 동네 슈퍼 아르바이트 공채, 데뷔 무대인 줄 알았던 건강식품 판매 공연 앞에서 눈물에 젖었다가 단단히 굳어간다. 작품은 뮤지컬 '라이온 킹'에서 지나가는 치타 역할을 맡은 메리가 스태프의 부름에 "네"라고 대답하며 끝난다. 대구의 작품 '풍운도사와 백팔번뇌'는 뒤늦게 대중의 관심을 받는다. 선택과 후회뿐인 인생에서 남들의 시선은 무시할 수 없다. 조만간 SNS에 게시될 새해 다짐부터 직장과 연봉에 이르는 척도들이 그렇다. 한국고용정보원의 '2016 한국의 직업정보'에 따르면, 황메리의 직업인 '연극 및 뮤지컬 배우'의 수입은 평균소득이 5번째로 낮다. 평균대로라면 그는 1년에 1481만원을 번다. 소설가인 대구는 1544만원을 벌어 9위다. 두 사람이 번 돈을 합쳐야 1년에 3000만원을 겨우 넘는다. 세간의 눈으로 볼 때 이들은 잘못된 선택으로 빈곤한 연말을 맞은 셈이다. 그렇다면 두 사람은 불행할까. 나는 요즘 꿈과 이상을 현실과 흥정하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연말 기획 인터뷰 '희망 2019'의 첫 주자인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은 언론사 편집국장 자리를 박차고 제주도 해안가를 올레길로 이었다. 변호사 신분으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해 1년 넘게 수감됐던 백종건 변호사는 4주짜리 훈련에 '아니오'를 외쳤다. 2박 3일짜리 관광지였던 제주도는 이제 걷기 여행의 중심지가 됐다. 올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결정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마련의 길이 열렸다. 세상을 뒤흔든적도, 대단하지도 않은 메리 대구는 이제 40대가 되었다. 아직 11년 전의 "네"를 기억한다면, 두 사람은 내년에도 글을 쓰고 무대에 오를 것이다. 그리고 자기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우리 중의 누군가, 언젠가 그것을 해낼 당신처럼.

2018-12-03 16:14:56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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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음주운전도 감봉에 견책…"판검사 징계위 외부인사 필요"

판·검사가 성비위·음주운전을 저질러도 대부분 경징계에 그쳐 사법·수사기관 불신을 자초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대법원에 따르면, 2013년 1월~2018년 10월 법관 징계는 13건이었다. 이 가운데 성 문제 관련 징계는 성매매를 포함해 4건이었다. 이에 대한 처분은 감봉 3건에 정직 1건이었다. 의정부지방법원 심모 부장판사는 2016년 10월 품위유지 의무위반(성매매)으로 감봉 3개월 처분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이 분석한 대법원 자료에 따르면, 심 부장판사는 같은해 8월 강남구 소재 오피스텔에서 성매매 여성과 성교하고도 감봉 처분에 그쳤다. 서울동부지법 홍모 판사는 지난해 7월 지하철 전동차에서 여성의 신체를 3회 촬영했다. 그에 대한 처분은 감봉 4개월이었다. 지난 2월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이혼 상담을 가장해 음란한 언행을 했던 서울중앙지법 이모 판사는 감봉 3개월 징계를 받았다. 서울북부지법 김모 판사는 지난해 6월 회식 자리에서 공판에 관여한 검사의 외모를 언급하고 회식 이후 두 팔로 해당 검사를 끌어안는 등 성추행으로 정직 1개월을 처분 받았다. 법관징계법에 따르면, 법관에 대한 징계처분은 견책, 감봉, 정직으로 나뉜다. 견책은 직무에 종사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반성케 하는 처분이다. 감봉은 1개월 이상 1년 이하 기간 중 봉급의 1/3 이하를 줄인다. 정직은 3개월 이상 1년 이하 기간 중 직무집행을 정지하고 해당 기간 봉급을 지급하지 않는다. ◆'제식구'로 구성되는 법관징계위 법관징계위원회는 법관으로만 구성된다. 위원회는 대법원장인 위원장, 위원 6명과 예비위원 4명을 둔다. 징계 혐의자는 심의기일에 출석해 서면이나 구술로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사실을 진술하며 증거도 제출할 수 있다. 또한 변호사나 학식, 경험 있는 사람을 특별변호인으로 선임해 보충진술과 증거제출도 할 수 있다. 징계 의결은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결정된다. 법관은 헌법에 의해 신분이 보장된다. 헌법 106조에 따르면,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지 않으면 파면되지 않는다. 반면 검사징계법에는 해임과 면직도 징계에 포함돼 있다. 검사 징계위원회는 위원장인 법무부 장관을 포함해 7명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3명이 변호사와 법학교수 등 법무부 장관이 위촉한 외부 인사다. 검찰은 전반적으로 법원보다 징계 수위가 높았지만, 감봉과 정직에 그친 처분도 많았다. 법무부에 따르면 2008년~2018년 8월 성추행으로 인한 징계는 11건이었다. 이 가운데 견책은 3건, 감봉이 3건, 면직 3건, 정직 1건, 해임 1건이었다. 현행 공무원 징계령을 기준으로 경징계에 속하는 감봉과 견책이 성추행에 따른 징계 중 절반을 차지한다. 다만 뇌물수수와 금품수수에 대한 징계는 법원에 비해 무거웠다. 2013년 서울고검과 목포지청에서 벌어진 뇌물수수 2건에는 예외없이 해임 처분이 결정됐다. 관보에 따르면, 목포지청 전모 검사는 2012년 11월께 자신이 수사중인 피의자와 수차례 성관계(뇌물수수)해 이듬해 2월 해임됐다. 같은날 해임된 서울고검 김모 검사는 2008년부터 수차례 뇌물로 8억84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했다. 금품수수로 인한 징계 역시 9건 중 절반이 해임(3건)과 면직(2건)이었다. 이 밖에 정직(6개월) 2건, 감봉(3개월) 1건, 견책 1건이었다. 반면 법관의 금품수수에는 정직 1년 처분이 내려졌다. 대법원과 박주민 의원실 자료를 종합하면, 2015년 최모 판사는 2010년 3월 자신이 입원한 병원 입원실에서 병문안 온 이로부터 사건에 관해 수사 검사에게 영향력을 행사해달라는 청탁을 받으며 현금 1000만원을 받아챙겼다. 그는 2011년 12월에도 본인 자택 인근에서 같은 취지의 부탁과 함께 현금 1억원을 교부받았다. 김수천 전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2015년 2월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서 레인지로버 차량 1대와 취득세와 보험료를 포함해 1억5624만4300원을 수수하고, 같은해 10월 1000만원을 수수한 사실이 드러나 정직 1년 처분을 받았다. 이후 재판에 넘겨진 그는 1심에서 징역 7년에 추징금 1억3124만원을 선고받았다. 김 전 부장판사는 2심에서 징역 5년으로 감형 받은 뒤 상고했다가 지난 5월 취하했다. ◆판검사 징계위 '진짜 외부인사' 필요 윤창호법으로 경각심이 높아진 음주운전 관련 징계는 판검사 모두 약했다. 검찰은 음주운전에 대한 7건의 징계 중 5건이 감봉(1개월 3건, 2·3개월 각 1건)이었다. 나머지는 견책과 정직 1개월이었다. 광주지검 정모 검사는 2014년 3월 혈중알콜농도 0.130% 상태에서 음주운전하다 교통사고를 내고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아 이듬해 11월 감봉 1개월 처분을 받았다. 부산지검 양모 검사는 지난 3월 혈중알콜농도 0.08% 상태에서 음주운전했지만, 10월 견책 처분을 받았다. 법관의 뺑소니도 감봉 4개월에 그쳤다. 인천지법 장모 부장판사는 2016년 11월 3일 혈중알콜농도 0.058% 상태에서 운전하다 사고를 일으켜, 피해 차량 탑승자 5명에게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히고 달아났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법관·검사 징계위원회 구성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법관 징계위에는 변호사 등 외부 인사 도입이 필요하고, 검찰 외부인사의 경우 법무부 장관이 추천하므로 친검찰일 가능성이 있다"며 "대한변협 추천을 받은 재야 변호사,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나 한국법학교수회 추천 교수 등 객관적이고 권위 있는 제3의 단체에서 판검사 징계위 외부인사로 들어가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2018-12-03 14:43:17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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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2019] ① ‘제주도 호빗’ 서명숙의 올레길, 세계를 ‘평화반지’로 묶다

[!--{BOX}--] 하나 둘 포기해온 새해 계획에 얼굴이 빨개지는 연말이 왔다. 그 많던 계획을 세운 건 남들의 시선인지, 아니면 진짜로 되고 싶은 미래의 나였는지 여전히 헷갈린다. 이 어려운 질문에 온몸으로 대답해온 사람들이 있다. 길과 길을 잇거나 계란으로 바위를 깨거나, 성공의 기준에 굴복하지 않은 반항아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걷든 뛰든, 너 자신을 믿어라.’<편집자주> [!--{//BOX}--] 사람의 욕망을 반지에 비유한 소설 '반지의 제왕'은 우리 마음 속에 열한 번째 손가락이 있다고 암시한다. 누구나 세상의 영욕을 다스릴 반지, 그 모든 욕심을 채워줄 유일 반지를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지를 내려놓고 세상이란 손가락에 둥근 길을 끼워주는 이도 있다. 지난달 10일 인사동 찻집에서 만난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은 "싫증도 잘 내고 겁도 많지만, 하고 싶은 일에는 무모하게 덤빈다. 너무 하고 싶어서 올레길을 냈다"고 말했다. 초록 두건과 상의를 입은 그의 옆에는 몸의 절반에 달하는 배낭이 부풀어 있었다. 숲 속 요정의 옷을 입고 절대반지를 없애려 길을 떠난 호빗, 겁 많고 용감한 프로도의 모습이었다. ◆영초언니 따라 나선 '반지 원정대' 서 이사장이 제주올레라는 '큰 반지'를 만든 배경엔 참혹하게 아름다운 20대 시절이 있다. 제주도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1976년 고려대에 입학한 명숙은 '고대신문' 기자 생활로 독재시대를 절감했다. 입법반지·사법반지·행정반지를 지배하는 절대반지의 주인 사우론. 사람들은 그를 박정희라고 불렀다. 학창시절 배운 '한국식 민주주의'의 실체를 알게 될 무렵, 졸업한 신문사 선배 천영초를 만났다. "영초언니 같은 사람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만나지 못했어요. 지혜롭고 집요하고 다정했지요. 민주화 운동을 강요하지 않고 상대의 결정을 기다렸어요. 똑같은 사람은 없다는 걸 인정하는 분이었죠." 이후 수유리에서 영초언니와 자취한 시절은 여성이 학생운동의 조연에 머물던 고대에서 큰 위로가 됐다. 고대 여학생 10명이 책 읽고 토론하는 모임 '가라열(열 사람이 여성해방·독재타도·노동자 해방의 길로 간다는 뜻)'을 만들고, 구속된 학생들에게 내복을 전달했다. 이들 중 한 명인 생물학과 선배 이혜자가 학생들을 이끌고 학교 정문 옆 경찰 가건물을 부수며 야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명숙은 밤새 시위 촉구 유인물을 찍어 이웃 대학들에 배포했다. 같은 뜻, 저마다의 방식으로 절대반지를 파괴하려는 '반지 원정대'였다. 하지만 남자친구와 혜자 언니의 구속 이후 모임은 시들해졌고, 명숙은 어머니의 부르튼 손을 보며 "비겁해지기로" 했다. 영초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명숙을 보내줬다. 그는 프로도의 선택을 존중하고 함께 걸어준 마법사 간달프였다. 안도감은 잠시. 명숙은 영초언니 자취방에서 만든 유인물이 발각돼 모진 고문을 받다 성동구치소에 수감됐다. 영초언니는 독방에 끌려갔다. 1979년 4월이었다. 그해 9월 징역 1년을 선고받은 명숙은 236일만에 석방돼 고향 서귀포로 돌아왔다. 절대악 사우론이 법의 심판 없이 허망하게 쓰러진 직후였다. 하지만 고향에서 명숙을 기다린 건 빛보다 빠른 소문과 잔인한 시선들이었다. 그는 훗날 올레 7코스가 된 외돌개 주변 솔숲을 지나 폭풍의 언덕(서 이사장이 너럭바위에 붙인 별명)에 앉았다. 바다를 타고 삭풍이 불어왔다. "그때는 걷는 즐거움을 몰랐어요. 다만 누군가의 관심이나 천 마디 말보다는 '말 없는 자연의 응시'가 내 가슴을 쓸어주고 위로하는구나…. 올레의 씨앗은 이때 싹을 틔웠지요." ◆'내 안의 절대반지' 버리니, 올레가 찾아왔다 박정희 정부는 사라졌지만, 군부독재라는 절대반지는 전두환의 욕망을 자극했다. 결국 두 번째 암흑의 탑이 세워졌고, 시간은 1987년 6월을 피해가지 못했다. 결국 반지는 두 개의 탑과 함께 파괴됐다. 2년 뒤 '시사저널' 경력기자가 된 명숙은 정치부에서 전쟁같은 취재를 이어갔다. 어느새 서명숙 기자의 마음 속에선 또 다른 절대반지가 욕망을 속삭였다. 특종과 더 높은 지위, 영향력이었다. "남이 못 쓴 기사와 탐사보도, 새로운 시각의 칼럼을 위해 23년을 달렸어요. 수많은 소송과 함께 피로감도 쌓였죠. 특히 모르는 걸 아는 듯 지시해야 했던 황우석 사태 때 절망했습니다. 이미 기자생활에 대해 고민하던 때여서 절대반지를 던지기가 어렵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했죠." 2006년 7월 사직서를 던진 그는 치유를 위해 스페인 산티아고 800㎞ 순례길에 오른다. 잊혀진 올레의 뿌리가 마음 속 지층을 뚫고 나온 계기는, 그곳에서 만난 영국인 활동가의 신랄한 비판이었다. '24시간 미친듯이 일하고 마시며 질주하는 한국인에게는 걷기를 통한 치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순례길을 걸으며 '제주도에 이런 길이 있다면 산티아고 못지않게 아름다울텐데'라고 생각했어요. 서울 살 때 외면했던 제주의 돌담과 유채꽃이 떠올랐죠. 주차장과 입장권으로 나뉘어진 제주 명소를 길로 연결하면 그 사이에 있는 삶과 정서, 역사가 숨쉬는 길을 볼 수 있을텐데. 그런데 그 여자가 '네가 길을 내면 되지 않느냐'고 하잖아요. 그렇게 마지막 '그 지점'을 탁 건드려줬지요. 민주화 운동 때 영초언니가 하나의 시선을 더해줬듯이." 이후 동생과 시사저널(現 시사IN) 후배들이 길을 내는 데 합심해, 2007년 9월 서귀포 시흥리에 첫 올레길을 냈다. 손수 돌을 고르고 나무에 끈을 묶어 방향을 알렸다. 5년 반 만에 제주 해안을 한 바퀴 도는 425㎞ 26코스가 완성됐다. 길 위에 집과 사람과 자연이 연결된 올레는 순식간에 사람들을 끌어당겼다. 2박 3일 관광지였던 제주도는 이제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 달 살이 여행지가 됐다. 일본과 몽골에 수출된 올레는 내년 베트남 진출도 앞두고 있다. 서 이사장이 염원하는 세계 평화의 길, '피스 올레(Peace Olle)'를 향한 여정도 시작됐다. 그는 지난 9월 산티아고에서 열린 월드 트레일즈 네트워크(World Trails Network) 컨퍼런스에서 국제 명예 홍보대사로 위촉돼, 피스 올레를 제안했다. 서 이사장이 하루 빨리 내고 싶은 길은 한국전쟁 때 인민군에 강제 징집됐다가 제주도에 정착하신 아버지의 고향, 함경북도 무산행 올레다. "산티아고에서 가장 충격적인 기억은, 프랑스 국경인 생 장피드포르 마을에서 두 발로 스페인에 걸어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아버지의 땅도 못 가봤는데' 하는 생각에 울컥했죠. 지프차 운전기사였던 아버지는 생전에 통일이 되면 우리를 그 차에 태워 무산까지 가겠다고 말씀하곤 하셨어요. 이번 홍보대사직을 수락하면서 이사회에 '올레를 전세계 사업으로 가져가자'고 제안해 채택됐습니다. 길 없는 곳을 잇고 분쟁지역 간 소통의 길을 뚫자고. 특히 일본 규슈와 미야기 올레는 한일 민간외교의 무대라고 볼 수 있죠." ◆결국 돌아오는 행복, "살암시민 살아진다" 올레 생각에 한껏 부푼 그의 표정을 바꾸고 싶다면 '어느 코스가 제일 좋으냐'고 물으면 된다. 길도 사람처럼 살아있기 때문이다. 햇볕의 강도와 날씨, 마주친 사람에 따라 그날의 풍경은 달라진다. 인생도 그렇다. "꽃길만 걸으라는 사람의 곱고 애틋한 의도는 좋지만, 인생에는 영원한 깔딱이 고개도 꽃길도 없어요. 자연도 마찬가지입니다. 올레의 풍경이 기대와 달라 실망하던 사람들이 고생끝에 '짠' 하고 나타나는 예쁜 바닷길을 보고 놀라요. 꽃길만 걸으면 아름다움과 감사함을 인식하는 데 둔해져요. 과거 올레길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을 때, 평소 나를 한껏 치켜세우던 세상의 손가락질에 절망해 자살충동을 느낀 적도 있어요. 입장료를 받거나 세금을 쓰지도 않았는데, 길을 냈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에게 행복을 준 일이 폄하돼 괴로웠어요." 가장 따뜻한 손을 내민 사람은 제주올레를 반대했던 해녀 할머니였다. "넋이 나가 두문불출하다가 바닷가에 잠시 나갔어요. 그 분이 아무말 않고 딱 한 마디 하더군요. '살암시민 살아진다.' 계속 살면 살게 된다는 뜻이거든요. 네가 얼마나 힘든지 안다, 이 고비 넘기면 볕들 날 온다는 말씀이죠. 산전수전 공중전 백병전 다 겪은 분이 온 생애를 담아 해 준 말씀이예요." 지난 8월 기준 구직 포기자가 182만4000명에 이르는 현실에서, 서 이사장이 청년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제주올레는 도시 청년 세 명을 초청해 10월부터 4달간 제주에서 머물게 하는 '청(靑)정(停)지역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길을 걸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돌파구를 찾아보라는 의도다. 서 이사장의 초대장에는 교정시설에 수감된 청소년들도 적혀있다. '문제아'로 낙인찍힌 아이들과 2000㎞를 걸으며 사회의 문턱을 넘도록 돕는 프랑스 사회단체 '쇠이유(Seuil·문턱)'가 모델이다. "작년부터 법무부에 말하고 있어요. 저는 징벌로는 청소년 범죄 해결에 한계가 있다고 봐요. 자기 내면에서 변화가 일어야 하는데, 자연만큼 사람에게 근본적인 변화를 주는 건 없어요. 지금 아이들은 디지털 환경에서 많은 자극에 노출돼 있고, 비좁은 공간에서 경쟁에 내몰리죠. 여기서 탈락한 애들은 갈 곳이 없습니다. 쇠이유도 현지에서 어떤 교정시설에 가뒀을 때보다도 재범율이 낮아졌다고 합니다. 소수의 학생부터라도 선생님이나 공직자 출신 자원봉사자, 길 위의 선생님과 대자연에서 소통했으면 좋겠어요."

2018-12-03 14:42:49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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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협 '국민의 사법서비스 강화를 위한 토론회' 연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자유한국당 이완영 국회의원과 7일 오전 10시 국회도서관에서 '국민의 사법서비스 강화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다. 최근 서울고법 판사의 과로사를 계기로 '법관 숫자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매년 늘어나는 소송사건에 비해 판사의 수는 정체되어 있다. 법조일원화 로드맵에 따라 법관임용 자격요건이 올해부터는 법조경력 5년 이상, 2022년부터는 7년 이상, 2026년부터는 10년 이상으로 강화되지만, 현실적으로 경력법관 채용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에 대한변협은 국민의 사법수요를 감안한 법관 증원 필요성, 전면적 법조일원화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과제을 다각도로 모색하기 위해 이번 토론회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토론회 좌장은 조현욱 대한변협 부협회장이 맡는다. 발제자는 송수현 대한변협 제2기획이사와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나선다. 토론자로는 이동진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경숙 대한변협 제2교육이사, 김보람 대한변협 대변인, 이승윤 법률신문 기자, 최웅영 법원행정처 심의관이 참여한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이번 토론회에서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재판의 질을 높이는 개선 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오길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실효적인 제도 개선을 위한 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18-12-03 14:41:12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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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바른 '북한투자 법제해설' 발간

법무법인 바른이 북한투자 관련 남북한 법률을 총체적으로 분석한 국내 최초 해설서 '북한투자 법제해설'을 발간했다고 3일 밝혔다. 북한투자 법제해설은 한반도 정세에 발맞춰 북한 투자를 원하는 국내외 기업들에게 북한의 외국인투자 법제를 개략적으로 소개하기 위해 발간됐다. 대표 저자인 최재웅 변호사는 "한국 기업이 북한에 투자할 경우 북한의 관련 법률뿐만 아니라, 남북 교류와 관련된 다양한 한국의 법률도 준수해야 한다"며 "북한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 이외에 중국 등에 합작투자회사를 설립하여 외국기업의 형태로 투자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투자구조를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투자 법제해설은 북한 관련 투자 프레임을 짜는 데 필요한 이론적 법제와 실무 지식을 알차게 담았다"고 말했다. 북한투자 법제해설은 크게 3장으로 구성된다. 제 1장에서는 한국기업이 북한에 직접 투자하는 경우, 사전에 검토해야 하는 북한과 한국의 법률을 소개한다. 제 2장에서는 외국기업이 북한에 직접 투자하는 경우, 검토가 필요한 북한의 법률을 설명한다. 제 3장에서는 북한투자 시 고려해야 하는 세금, 관세, 토지임대, 노동, 계약, 분쟁해결 등에 관한 내용을 세부적으로 정리했다. 이 밖에 북한의 투자관련 주요 법률만 모아 한 눈에 보기 쉽도록 정리한 부록도 추가했다. 문성우 대표변호사는 "남북교류 협력이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북한의 법제도적인 인프라 구축 및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고, 이를 위해 북한과 언어적 공통점이 있고 투자법제가 완비된 한국과 한국법률가들의 적극적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바른 북한투자팀의 다년간 연구로 결실을 맺은 '북한투자 법제해설'은 새로운 남북관계 형성에 필요한 제반 여건을 마련하는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공동집필을 맡은 바른 북한투자팀은 문성우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11기)와 한명관 변호사(사법연수원 15기)를 주축으로 구성됐다. 최재웅 변호사(사법연수원 38기), 오희정 외국변호사, 한태영 변호사(사법연수원 41기), 김용우 변호사(사법연수원 41기), 최지훈 외국변호사, 장은진 변호사(변호사시험 6회), 이지연 변호사(변호사시험 7회) 등 정부 유관 부처 고위직 출신, 중국과 아세안 등 북한의 개방모델에 참고가 될 만한 국가의 전문가들이 모였다는 설명이다.

2018-12-03 09:48:15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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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음주운전, 유죄판결 아닌 적발만으로 '3진아웃' 가능"

법원 유죄 판결과 관계 없이 음주운전 적발만으로 '3진 아웃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3진 아웃제 적용 대상인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의 법 해석이 정리될 전망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강모(35)씨의 상고심에서 음주운전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제주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음주운전 3진 아웃제의 취지는 반복된 음주운전 처벌 강화와 교통질서 확립이므로, '음주운전 금지를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은 음주운전 사실이 인정되는 사람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봤다. 이 같은 해석에 따라, 그에 대한 형의 선고나 유죄 확정판결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따라서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을 '2회 이상 위반해 유죄판결이 확정된 경우'로 판단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했다는 설명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이 다시 음주운전을 한 경우, 1년 이상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러나 음주운전 2회 전력을 단순 적발 횟수로 볼 것인지 법원의 유죄판결로 인정할 지 명확치 않아 하급심 판결이 엇갈려왔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3진아웃제 논란은 일단락됐다. 강씨는 지난해 2월 27일 혈중알콜농도 0.177% 만취 상태로 운전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강씨가 2008년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벌금 150만원을 확정받은 전력이 있고, 2017년 2월 2일에도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재판 중인 사실을 확인하고 강씨에게 '음주운전 3진 아웃제'를 적용했다. 강씨는 또한 헤어지자는 여자친구를 야구방망이로 폭행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히고 '헤어지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한 혐의 등도 받았다. 1심은 검찰의 음주운전 3진 아웃제 적용이 옳다고 판단했다. 다른 혐의도 모두 유죄로 판단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유죄판결 확정 전에 음주운전 단속사실만 따지는 건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며 3진아웃제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2017년 2월 2일 음주운전 혐의가 재판 중이므로 강씨의 음주운전 전력은 2008년 음주운전 한 번 뿐이라는 해석이다. 2심은 강씨의 다른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해 형량을 징역 2년 6개월로 낮췄다. 하지만 대법원은 음주운전 3진 아웃제는 유죄 확정판결과 상관없이 2회 이상 음주운전 적발 전력이 있으면 적용할 수 있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2018-12-02 11:57:19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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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의 탕탕평평] (124) 필자의 일기

정책연구소장, 동시통역사, 칼럼니스트, 시사평론가, 강연자. 필자가 하는 일들이다. 이 중 유난히도 요즘 많이 하고 있는 일이 바로 강연이다. 기업체, 관공서, 시민단체, 교육기관 등 요즘 들어 부쩍 강연을 많이 다닌다. 그러다보니 말 그대로 전국방방곡곡 참 많은 곳을 여행하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순수한 여행이 목적이라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많은 곳에서 나를 찾고 내가 그들에게 무언가 제공할 것이 있다는 자체가 스스로에게 기쁨이자 감사함이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과 유유상종 하며 살아가지만 자신과는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적잖은 호감과 매력을 느끼게 된다. 같은 세상과 시대를 살고 있지만 자신과는 다른 인생을 사는 사람들의 마인드와 언어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새롭게 보일 것이며 흥미롭게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필자 역시 다양한 분들과 늘 새로운 장소에서 만나고 소통을 하면서 강연을 하는 당사자지만 그분들과 대동소이한 감정으로 소통을 하게 된다. 구태여 말을 주고받지 않아도 다양한 분들의 다양한 눈빛에서 늘 새로움과 신선함을 느낀다. 그리고 세상에서 만나는 모든 인연에 대한 소중함과 결코 호락호락 하지 않는 인생에서 동질감 및 연민이 느껴지기도 한다. 청중들은 필자에게 고차원적인 지식을 기대하거나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누구나 잠재적으로 알고는 있지만 각자가 스스로 정리하기 어려운 얘기들을 자신이 아닌 누군가의 입을 통해 듣고 위안을 얻기 바라는 것이다. 그것이 정녕 소통의 소중함이고 가치라고 생각한다. 웃음만 주는 강연은 메시지가 없고, 진지하기만 한 강연은 따분할 것이고,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강연은 리스닝이 아닌 히어링으로 끝날 것이다. 적당한 웃음으로 긴장감을 해소하고, 진지한 내용을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가장 쉬운 언어로 얘기하며, 필자의 목소리가 그냥 허공에 흩어지는 주변의 소리가 아니라 청중에게 집중력을 제공하는 부드러움이 있어야 한다. 동시에 이런 점들은 필자가 항상 고민하고 연구하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누군가를 감동시키기 위해서는 솔직함과 진정성이 있어야 하고, 누군가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논리가 있어야 하며, 누군가에게 친근함을 주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격을 낮추고 겸손해야 한다는 것을 강연을 거듭할수록 매일매일 반성하며 실감하게 된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내가 청중들께 무언가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들로 하여금 내 자신이 변화하고 발전하며 삶의 소중함을 더 느끼게 되는 것이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그냥 스쳐지나가는 인연이 아니라 살면서 만나는 모든 인연들에 많은 의미부여를 하게 된다. 인생에서 우리가 정녕 배워야 할 것은 교과서와 시험을 통해 얻어지는 지식보다는 사람과의 관계 즉 인간관계에서 느껴지고 얻어지는 것이 진정한 지식이자 우리가 알아야 할 가치가 아닌가 싶다. 하루하루 강연을 다니면서 주어진 두 시간의 소통을 위해 왕복 수백킬로미터를 다니는 와중에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심신의 피로보다는 인생에 대한 진지함이 더 크기 때문에 강연이라는 매개를 통해 소통을 하면서도 단 일분일초라도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려고 정말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런 노력이 그리고 필자의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큰 위로가 되고, 힐링이 되고, 격려와 희망이 된다면 직업이라는 수단을 떠나 한없이 기쁘고 감사한 일이다. 앞으로도 누군가의 상실감이 희망으로 거듭나고, 부정적인 감정이 긍정의 마인드로 변화하고, 당연으로 받아들이던 인생에 소중함과 가치를 부여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 모든 인연들은 모두가 다 필자에게는 스승이고, 친구이며, 좋은 동반자이다.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그런 일을 앞으로도 더 큰 사명감으로 받아들이고 오랫동안 정진하기를 바란다.

2018-12-02 09:13:44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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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개인택시 3부제 위헌심판 '각하'…"이미 이긴 사건 심리 안돼"

개인택시 의무 휴무를 명령할 수 있게 한 현행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이 29일 거부됐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서울시 개인택시 운전자 이모씨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23조 제2항 제9호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각하했다. 각하는 제소 요건에 흠결이 있을 경우 본안심리를 거부하는 판결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청구인이 승소했고 그 판결이 확정돼 재심을 청구할 수 없고, 해당 조항에 대해 위헌을 선고해도 재판의 결론이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진다고 볼 수 없다"며 각하 이유를 설명했다. 이씨는 서울시가 해당 조항을 근거로 개인택시 운행 제한을 명령해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와 행복을 추구할 권리 등을 침해당했다며 위헌을 주장했다. 헌재는 이씨가 이미 관련 소송에서 승소했으므로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앞서 서울시는 2015년 9월 17일 이른바 '개인택시 3부제'를 포함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 개선명령 및 준수사항'을 공고했다. 개인택시 3부제는 서울시 개인택시 운전자가 3일 주기로 2일은 영업하고 하루는 쉬도록 하는 명령이다. 명령의 근거가 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장관 또는 시ㆍ도지사는 서비스 개선에 필요한 경우 운송사업자에게 안전운송 확보와 서비스 향상에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 개인택시 3부제 시행 이후 강남구청장은 이씨가 2015년 12월 29일 해당 개선명령을 위반했다며 2016년 3월 9일 120만원 과징금 부과 처분을 내렸다. 이에 이씨는 서울행정법원에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같은해 11월 24일 절차상 위법을 이유로 과징금 부과처분을 취소했다. 해당 개선명령이 개별적 행정처분이므로 강남구청장이 이씨에게 직접 고지해야함에도, 이를 어기고 공고해 개선명령 효력이 없다는 설명이다. 이씨는 1심 진행 중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과 이에 근거한 개선명령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해당 개선명령이 법률이 아닌 처분에 불과해 대상적격 요건이 없고, 해당 법률의 경우 재판의 전제성 요건이 없다며 각하했다. 이에 이씨는 2016년 12월 14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씨는 이번 심판대상 조항에 대한 판단을 받기 위해 개인택시 3부제를 의도적으로 위반하기도 했다. 그는 2015년 12월 29일 운휴일에 영업하고 서울시에 자진신고했다.

2018-11-29 15:18:12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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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본제철 이어 미쓰비시도…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잇따라 승소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29일 승소했다. 대법원은 이날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라 미쓰비시 중공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이는 지난달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를 확정한 근거와 일맥상통한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양모(87) 할머니 등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 4명과 유족 1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같은날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도 정모(95) 할아버지 등 강제징용 피해자 6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를 확정지었다. 양 할머니 등 피해자들은 1944년 5월께 국민징용령과 여자정신근로령에 따라 강제동원됐다. 일본인 교장의 회유로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로 동원된 이들은 임금 한 푼 받지 못하고 중노동을 했다. 양 할머니 등은 1999년 일본 법원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지만 2008년 패소했다. 이후 이들은 2012년 국내 법원에 다시 소송을 냈다. 1·2심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일본 정부의 침략전쟁 수행을 위한 강제동원 정책에 편승해, 13~14세 소녀들을 군수공장에 배치하고 열악한 환경 속에 위험한 업무를 하게 한 점은 반인도적 불법행위라는 설명이다. 역시 일제에 강제징용돼 노역에 시달린 할아버지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도 같은 판단이 나왔다. 1944년 9월∼10월 강제징용돼 일본 히로시마 구(舊) 미쓰비시 중공업 기계제작소와 조선소에서 일한 정 할아버지 등은 양 할머니 등과 별도로 소송을 냈다. 정 할아버지 등은 1·2심에서 청구권의 시효 소멸을 이유로 패소했다. 이후 2012년 5월 대법원이 소멸 시효 완성이라는 피고 측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다시 열린 2심은 대법원 취지대로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양 할머니 등은 1억원∼1억5000만원씩 배상받게 됐다. 정 할아버지 등도 각각 8000만원을 배상받는다. 판결 직후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태평양전쟁 피해자 보상추진 협의회' '민족문제연구소' 등은 서울변호사회관에서 공동성명서를 내고 대책 마련에 소극적인 정부와 일본 측을 비판했다. 이들은 "한달 동안 정부가 대책을 마련한다는 말만 해놓고 도대체 구체적으로 무슨 활동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쓰비시 머트리얼은 지난 2015년 7월 미군 포로들을 찾아가 머리 숙여 사죄했으며 중국 피해자들과는 집단화해를 추진중"이라며 "같은 시기, 같은 이유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을 국적에 따라 차별하는 것은 상식에 반할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일본이 취할 도리가 아니다"라며 피해 구제를 촉구했다.

2018-11-29 12:30:38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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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딸 성추행 살해 '어금니 아빠' 이영학, 무기징역 확정

딸의 중학생 친구를 유인해 성추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어금니 아빠' 이영학(36)의 무기징역이 29일 확정됐다. 대법원(주심 이기택 대법관)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된 이영학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한 2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영학은 지난해 9월 30일 딸을 통해 A(당시 14)양을 서울 중랑구 망우동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수면제를 먹여 재운 뒤 추행하고, 다음날 낮에 깨어난 피해자가 반항하자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자신의 딸과 A양의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넣어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에 싣고 강원 영월군 야산으로 옮겨 유기한 혐의도 있다. 1심은 이영학에게 사형을 선고했지만, 2심은 이영학을 "형사법 책임주의원칙의 '이성적이고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취급해 최고형인 사형에 처할 수 있다고 보기에는 피고인에게 가혹하다"며 무기징역으로 감형했다. 이영학은 정신질환을 주장해 상고했다. 검사 역시 양형이 부당하다며 상고했다. 재판부는 이영학과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이영학이 정신질환으로 피해자를 자신의 아내로 착각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영학의 연령·성행·지능·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 정황 등을 보면 무기징역이 무겁지 않다는 설명이다. 앞서 이영학이 1심에 불복해 항소했을 때 양형부당만을 이유로 든 점도 지적했다. 또한 피고인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경우 검사가 상고 이유로 형이 너무 가볍다고 주장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도 들었다. 이영학은 지난해 6∼9월 아내 최모 씨에게 남성 10여명과의 구강성교를 강제하고 그 장면을 몰래 촬영한 혐의(성매매 알선, 카메라 이용 등 촬영), 최씨와 자신의 계부가 성관계를 맺도록 한 뒤 계부가 최씨를 성폭행했다고 경찰에 허위 신고한 혐의(무고), 지난해 9월 최씨를 알루미늄 살충제 통으로 폭행한 혐의(상해)로도 기소됐다. 최씨는 이영학으로부터 폭행당한 직후 집에서 투신해 숨졌다. 이영학의 계부는 최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수사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영학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불치병 환자인 딸 치료비로 쓸 것처럼 홍보해 후원금 9억4000여만원을 모은 것으로 조사돼, 사기와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도 기소됐다. 한편 아버지인 이영학의 범행을 도운 혐의(미성년자 유인, 사체유기)로 함께 구속기소된 딸은 지난 2일 대법원에서 장기 6년에 단기 4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이영학의 딸은 항소심과 상고심 모두 기각됐다. 범행을 저지른 미성년자는 소년법에 따라 장기와 단기로 나눠 형기의 상·하한을 두는 부정기형을 선고받는다. 단기형을 채우면 교정 당국의 평가에 따라 조기 출소할 수 있다. 2심 재판부는 이영학의 딸이 피해자가 이영학의 사망한 아내 역할을 대신해 성범죄에 노출 될 수 있음을 알고도 집으로 유인하는 등 죄질이 나쁘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2018-11-29 12:06:08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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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데 덮친 사법부, 법관탄핵·사법농단 수사 줄줄이 고비

사법농단 의혹으로 시작된 사법부 위기가 김명수 대법원장 차량 피습으로 절정에 달했다. 판사 탄핵을 두고 갈라진 법관 여론과 특별재판부 논란, 검찰 수사 등 연말 법원 안팎에 쌓인 과제는 늘어만 가는 상황이다. 지난 27일 자신의 민사소송 패소 판결에 불만을 품은 남모(74)씨가 김 대법원장의 출근 차량에 화염병을 던져 충격을 줬다. 남씨의 '사법부 테러'를 두고 대법원 보안 문제가 도마에 올랐지만, 남씨가 쌓일대로 쌓인 사법부 불신에 힘입어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는 해석도 이어졌다. 변호사 단체들은 같은날 일제히 성명을 내고 당국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일선 법원 판사들의 심리적 위축을 우려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도 이번 사건이 "법치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행위"라면서도 "사법부는 헌법에 의해 부여된 독립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는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피의자 '입'에 달린 검찰 수사 지난해 제기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은 걷잡을 수 없는 규모로 커졌다. 2017년 2월 법원행정처가 국제인권법연구회 활동을 견제하려 든다는 글이 법원 내부 통신망에 적혔다. 이후 법원행정처가 대법원장의 제왕적 사법행정권한을 지적하는 해당 연구회 학술대회를 견제했고, 이에 항의한 판사의 인사가 제한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 지시로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지만, 법원행정처가 대법원장에 비판적인 판사들의 성향과 동향을 파악한 '사법부 블랙리스트'를 관리했다는 의혹이 이어졌다. 양 전 대법원장 임기 후반 구성된 진상조사위는 블랙리스트에 근거가 없다고 밝혔지만, 후임 김명수 대법원장 지시로 만든 추가조사위가 지난 1월 '판사 동향 파악 문건이 다수 발견됐다'며 결과를 뒤집었다. 이후 대법원이 꾸린 특별조사단은 5월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거래' 의혹을 파악하고 법관 뒷조사 파일도 추가로 찾아냈다. 법원행정처는 6월 'VIP 보고서'를 포함한 비실명화 문건 98개를 공개했다. 파장은 컸다. 검찰조사에 협조한다는 6월 김 대법원장의 입장 발표로 검찰은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의 컴퓨터 데이터가 자석을 이용한 '디가우징' 방식으로 지워진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은 사법농단 의혹 관련자의 압수수색 영장 기각률 90%를 보이며 검찰과 신경전을 벌였다. 국정감사 내내 '방탄판사단'이라는 비판에 시달린 법원은 지난달 27일 사법농단 실무자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하지만 임 전 차장은 검찰 조사에서 일제 강제징용 재판 개입 등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장에 공범으로 적시된 박병대 전 대법관 역시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6월부터 검사 30명을 수사에 투입해 80명이 넘는 전현직 판사를 조사했다. 그러나 의혹의 정점에 선 양 전 대법원장마저 연말 소환조사에서 혐의 부인으로 일관할 경우, 유의미한 증거를 통한 기소는 어려울 전망이다. ◆법관탄핵·특별재판부 도입 두고 잡음 사법농단 연루 판사에 대한 탄핵 역시 난항이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지난 19일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 절차를 검토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대표판사 105명이 참여한 회의는 53명이 결의안에 동의하고 43명이 반대, 9명이 기권해 두 동강 난 법원 내 여론을 보여줬다. 이후 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최근 명단이 공개된 사법농단 연루 판사 13명을 가감해 탄핵소추 대상자를 선정하는 실무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사법부 독립을 근거로 반대입장을 내고 있다. 자유한국당 소속인 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28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법관대표회의 해산을 주장하기도 했다. 사법농단 사건을 다룰 특별재판부 도입도 불투명하다. 국회 사법개혁특위가 지난 15일 진행한 사법행정 조직개편에 관한 공청회에서는 여야 추천 진술인 간 극명한 의견 대립을 보였다. 김태규 울산지법 부장판사는 "법대 1학년 상식 수준이 특별법원은 안 된다는 것"이라며 "특별재판부는 특별법원이 아니라는 건 언어 트릭이다. 때로 재판부 자체가 법원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관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무너진 상황에서 반대의견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참다 못한 법조인들이 거리에 나서기도 했다. 김호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과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은 22일 국회 앞에서 법학자와 변호사 등 법률가 631명의 연명 의견서를 내고, 신속한 법관 탄핵과 특별재판부 설치를 촉구했다. 사법농단 사건 수사와 판사 탄핵, 특별재판부 도입은 긴밀한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 국회가 판사 탄핵에 나서기 위해서는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 이미 검찰이 임종헌 전 차장을 기점으로 기소 단계에 들어선 만큼, 여당은 검찰 수사 기록을 토대로 판사 탄핵에 나설 전망이다.

2018-11-28 15:38:04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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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차 시대 오는데…"카풀-택시 공정경쟁 여건 마련 시급"

승차 공유 서비스의 명확한 범위 규정과 무인차 시대에 대비한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27일 '승차공유 등 새로운 교통 서비스에 대한 법적 쟁점과 바람직한 규제 방향 심포지엄'을 열고 택시 업계와 승차 공유 서비스 간 갈등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인사말에서 "2013년 우버가 서울에 처음 진출했다가 불과 2년만에 철수하면서 불거진 승차공유 문제는 5년이 지난 지금 해결의 기미를 보이기는커녕 이해당사자 간 분쟁으로 확전되고 있다"며 "정부 당국은 모호한 법규에 발목이 잡혀 갈팡질팡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10여개 학원이 공유하는 셔틀버스가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형 승차공유 스타트업'의 실험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관련 규제 방향 설정과 제도 정비를 미룰 수 없다는 설명이다. 첫 발제자인 박준환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은 무인차 시대가 열리는 상황에서 더 늦기전에 택시업계와 정부, 카풀 업계가 합의점을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제는 단순히 한두 개 서비스의 변화가 아닌 산업 전반이 달라지게 되므로, 다양해지는 교통 서비스 유형에 따른 사회적 원칙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2000년대 대리운전으로 시작한 새로운 교통 서비스는 2010년대 들어 ▲자신이 쓰지 않는 시간에 타인에게 차를 유상으로 빌려주는 카 셰어링 ▲출퇴근 시간에 자신의 승용차로 다른 사람을 유상 운송하는 카풀 ▲운전자 알선 대여자동차 등으로 늘어났다. 이를 두고 교통 수요자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에너지·환경 문제에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반면 택시 등 기존 교통 서비스 시장과의 갈등, 운전자의 범죄 발생 가능성이 문제로 떠올랐다. 카 셰어링은 계정 도용 문제가 지적되면서 경찰청과 국토교통부의 '운전면허정보 자동검증시스템' 구축으로 면허 취소자와 정지자 등을 실시간 검증되고 있다. 카풀은 운전자 신분이나 자격 확인이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서비스 업체가 운전자의 신원을 자체적으로 확인·관리중이다. 운전자 알선 대여차는 법 제도적 기반이 불확실하다. 지난 7월 국토교통부는 (주)차차크리에이션의 '대리운전 결합형 렌터카 서비스(차차)'에 불법 판정을 내렸다. 박준환 연구관은 "택시업계에서는 논의의 장에 나서는 데 상당히 소극적"이라며 "현재 상황이 불안하고 피해 받는다는 생각에 공감하지만 어떤 점에서 택시가 어려운지, 신규 서비스가 함께 발전할 방안은 무엇인지 논의하는 장에 나와서 할 말을 했으면 좋겠는데 아직도 수면에 드러난 논의가 없다. 택시-카풀-정부가 같이 노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한국보다 2~3년 앞서 새로운 교통 서비스와 택시 간 상생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영국 런던시는 지난해 우버 종사자를 노동자로서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로 우버 영업중지 결정을 내렸다. 이후 우버가 개선 방안을 마련해 법원 제소에 나서자, 런던시는 지난 6월부터 15개월간 일시 영업을 허용했다. 이후 영업은 이후 다시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뉴욕시는 지난 8월 우버 서비스에 대한 면허 대수 조절과 최저임금 마련 등 새 조례를 만들었다. 핀란드는 우버 운전자에게 택시에 준하는 자격을 요구하는 한편, 택시 요금 자율화로 업계 간 규제 형평성을 꾀했다는 평가다. 싱가포르에서는 사용자에게 우버가 가까우면 우버를, 택시가 가까우면 택시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운영중이다. 박 연구원은 "업계 상생을 위해서는 시장에서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교통 안전과 범죄 예방 대책을 마련하되 수십년간 관성적인 규제를 해오지는 않았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 발전으로 점차 늘어날 교통 서비스 유형에 대한 사회적 원칙 마련이 카풀과 우버 논란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적어도 15년 이후 열릴 자율주행차 시대에는 소비자가 목적지에 내린 뒤, 자동차가 새 고객이나 주차장을 향해 달리게 돼 택시와 렌트카 간 차이가 사라지게 될 전망이다. 이때 다시 운송 서비스 논쟁을 시작하면 지금처럼 논의가 늦는다는 설명이다. 주순식 법무법인 율촌 고문은 '원칙 규제 예외 자유'가 아닌 '원칙 자유 예외 규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존 산업 이해 관계자가 아닌 소비자 후생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2016년 보고서를 통해 "공유경제 사업 모델이 발전하도록 경쟁과 혁신을 허용해야 한다"며 "규제당국은 소비자, 공공 보호를 위해 증거가 뚜렷한 경우에만 규제해야 하고, 그 규제도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역시 2016년 '공유경제의 진입 자체를 막아서는 안되며, 소비자 보호 수준을 보장하되 기존 사업자의 기득권 보호 차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가이드라인을 냈다. 주 고문은 "산업혁명 시대 미국 성장의 원인은 혁신할 수 있는 시장 덕분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법령 해석에 관해서도 규제가 처음 도입될 때 그것이 왜 필요했는지를 생각하고, 그 규제를 달성할 수있는 범위에서 다른 피해를 줄이는 방향으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2018-11-27 16:12:35 이범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