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중학생 친구를 유인해 성추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어금니 아빠' 이영학(36)의 무기징역이 29일 확정됐다.
대법원(주심 이기택 대법관)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된 이영학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한 2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영학은 지난해 9월 30일 딸을 통해 A(당시 14)양을 서울 중랑구 망우동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수면제를 먹여 재운 뒤 추행하고, 다음날 낮에 깨어난 피해자가 반항하자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자신의 딸과 A양의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넣어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에 싣고 강원 영월군 야산으로 옮겨 유기한 혐의도 있다.
1심은 이영학에게 사형을 선고했지만, 2심은 이영학을 "형사법 책임주의원칙의 '이성적이고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취급해 최고형인 사형에 처할 수 있다고 보기에는 피고인에게 가혹하다"며 무기징역으로 감형했다. 이영학은 정신질환을 주장해 상고했다. 검사 역시 양형이 부당하다며 상고했다.
재판부는 이영학과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이영학이 정신질환으로 피해자를 자신의 아내로 착각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영학의 연령·성행·지능·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 정황 등을 보면 무기징역이 무겁지 않다는 설명이다. 앞서 이영학이 1심에 불복해 항소했을 때 양형부당만을 이유로 든 점도 지적했다.
또한 피고인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경우 검사가 상고 이유로 형이 너무 가볍다고 주장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도 들었다.
이영학은 지난해 6∼9월 아내 최모 씨에게 남성 10여명과의 구강성교를 강제하고 그 장면을 몰래 촬영한 혐의(성매매 알선, 카메라 이용 등 촬영), 최씨와 자신의 계부가 성관계를 맺도록 한 뒤 계부가 최씨를 성폭행했다고 경찰에 허위 신고한 혐의(무고), 지난해 9월 최씨를 알루미늄 살충제 통으로 폭행한 혐의(상해)로도 기소됐다.
최씨는 이영학으로부터 폭행당한 직후 집에서 투신해 숨졌다. 이영학의 계부는 최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수사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영학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불치병 환자인 딸 치료비로 쓸 것처럼 홍보해 후원금 9억4000여만원을 모은 것으로 조사돼, 사기와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도 기소됐다.
한편 아버지인 이영학의 범행을 도운 혐의(미성년자 유인, 사체유기)로 함께 구속기소된 딸은 지난 2일 대법원에서 장기 6년에 단기 4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이영학의 딸은 항소심과 상고심 모두 기각됐다.
범행을 저지른 미성년자는 소년법에 따라 장기와 단기로 나눠 형기의 상·하한을 두는 부정기형을 선고받는다. 단기형을 채우면 교정 당국의 평가에 따라 조기 출소할 수 있다.
2심 재판부는 이영학의 딸이 피해자가 이영학의 사망한 아내 역할을 대신해 성범죄에 노출 될 수 있음을 알고도 집으로 유인하는 등 죄질이 나쁘다며 항소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