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환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이 27일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승차공유 등 새로운 교통 서비스에 대한 법적 쟁점과 바람직한 규제 방향 심포지'엄에서 '새로운 교통 서비스 등장에 따른 쟁점과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이범종 기자
승차 공유 서비스의 명확한 범위 규정과 무인차 시대에 대비한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27일 '승차공유 등 새로운 교통 서비스에 대한 법적 쟁점과 바람직한 규제 방향 심포지엄'을 열고 택시 업계와 승차 공유 서비스 간 갈등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인사말에서 "2013년 우버가 서울에 처음 진출했다가 불과 2년만에 철수하면서 불거진 승차공유 문제는 5년이 지난 지금 해결의 기미를 보이기는커녕 이해당사자 간 분쟁으로 확전되고 있다"며 "정부 당국은 모호한 법규에 발목이 잡혀 갈팡질팡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10여개 학원이 공유하는 셔틀버스가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형 승차공유 스타트업'의 실험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관련 규제 방향 설정과 제도 정비를 미룰 수 없다는 설명이다.
첫 발제자인 박준환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은 무인차 시대가 열리는 상황에서 더 늦기전에 택시업계와 정부, 카풀 업계가 합의점을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제는 단순히 한두 개 서비스의 변화가 아닌 산업 전반이 달라지게 되므로, 다양해지는 교통 서비스 유형에 따른 사회적 원칙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2000년대 대리운전으로 시작한 새로운 교통 서비스는 2010년대 들어 ▲자신이 쓰지 않는 시간에 타인에게 차를 유상으로 빌려주는 카 셰어링 ▲출퇴근 시간에 자신의 승용차로 다른 사람을 유상 운송하는 카풀 ▲운전자 알선 대여자동차 등으로 늘어났다.
이를 두고 교통 수요자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에너지·환경 문제에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반면 택시 등 기존 교통 서비스 시장과의 갈등, 운전자의 범죄 발생 가능성이 문제로 떠올랐다.
카 셰어링은 계정 도용 문제가 지적되면서 경찰청과 국토교통부의 '운전면허정보 자동검증시스템' 구축으로 면허 취소자와 정지자 등을 실시간 검증되고 있다.
카풀은 운전자 신분이나 자격 확인이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서비스 업체가 운전자의 신원을 자체적으로 확인·관리중이다.
운전자 알선 대여차는 법 제도적 기반이 불확실하다. 지난 7월 국토교통부는 (주)차차크리에이션의 '대리운전 결합형 렌터카 서비스(차차)'에 불법 판정을 내렸다.
박준환 연구관은 "택시업계에서는 논의의 장에 나서는 데 상당히 소극적"이라며 "현재 상황이 불안하고 피해 받는다는 생각에 공감하지만 어떤 점에서 택시가 어려운지, 신규 서비스가 함께 발전할 방안은 무엇인지 논의하는 장에 나와서 할 말을 했으면 좋겠는데 아직도 수면에 드러난 논의가 없다. 택시-카풀-정부가 같이 노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한국보다 2~3년 앞서 새로운 교통 서비스와 택시 간 상생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영국 런던시는 지난해 우버 종사자를 노동자로서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로 우버 영업중지 결정을 내렸다. 이후 우버가 개선 방안을 마련해 법원 제소에 나서자, 런던시는 지난 6월부터 15개월간 일시 영업을 허용했다. 이후 영업은 이후 다시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뉴욕시는 지난 8월 우버 서비스에 대한 면허 대수 조절과 최저임금 마련 등 새 조례를 만들었다. 핀란드는 우버 운전자에게 택시에 준하는 자격을 요구하는 한편, 택시 요금 자율화로 업계 간 규제 형평성을 꾀했다는 평가다.
싱가포르에서는 사용자에게 우버가 가까우면 우버를, 택시가 가까우면 택시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운영중이다.
박 연구원은 "업계 상생을 위해서는 시장에서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교통 안전과 범죄 예방 대책을 마련하되 수십년간 관성적인 규제를 해오지는 않았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 발전으로 점차 늘어날 교통 서비스 유형에 대한 사회적 원칙 마련이 카풀과 우버 논란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적어도 15년 이후 열릴 자율주행차 시대에는 소비자가 목적지에 내린 뒤, 자동차가 새 고객이나 주차장을 향해 달리게 돼 택시와 렌트카 간 차이가 사라지게 될 전망이다. 이때 다시 운송 서비스 논쟁을 시작하면 지금처럼 논의가 늦는다는 설명이다.
주순식 법무법인 율촌 고문은 '원칙 규제 예외 자유'가 아닌 '원칙 자유 예외 규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존 산업 이해 관계자가 아닌 소비자 후생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2016년 보고서를 통해 "공유경제 사업 모델이 발전하도록 경쟁과 혁신을 허용해야 한다"며 "규제당국은 소비자, 공공 보호를 위해 증거가 뚜렷한 경우에만 규제해야 하고, 그 규제도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역시 2016년 '공유경제의 진입 자체를 막아서는 안되며, 소비자 보호 수준을 보장하되 기존 사업자의 기득권 보호 차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가이드라인을 냈다.
주 고문은 "산업혁명 시대 미국 성장의 원인은 혁신할 수 있는 시장 덕분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법령 해석에 관해서도 규제가 처음 도입될 때 그것이 왜 필요했는지를 생각하고, 그 규제를 달성할 수있는 범위에서 다른 피해를 줄이는 방향으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