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박병대(61)·고영한(63)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을 3일 법원에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를 법원에 접수했다.
검찰은 이들이 앞서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상급자임에도 혐의를 부인하고 하급자들과의 진술도 달라 구속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부터 2년간 법원행정처장을 지내면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관련 행정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 사건 형사재판 ▲옛 통합진보당 국회·지방의회 의원들의 지위확인 소송 등에 개입하거나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내용의 문건 작성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헌법재판소와 위상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파견 법관을 통해 헌재 사건정보를 불법 수집하고, 한정위헌 취지의 위헌심판제청 신청을 취소시킨 혐의도 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2015년 각급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명목으로 따낸 예산 3억5000만원을 현금으로 돌려받아 비자금을 조성하는 과정 역시 박 전 대법관이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 전 대법관은 박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지냈다. 그는 '정운호 게이트' 사건 당시 판사들을 상대로 한 수사 확대를 차단하기 위해 수사정보를 빼내고 영장재판 가이드라인을 내려보낸 혐의를 받는다. 또한 2016년 서울서부지검의 집행관 비리 수사 때도 비슷한 수법으로 일선 법원을 통해 검찰 수사기밀을 보고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장기간 조직적으로 벌어진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에 연달아 법원행정처장으로 재직한 두 사람이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법관은 2015년 문모 당시 부산고법 판사의 비위 사실을 검찰로부터 통보받고도 징계 절차를 밟지 않은 직무유기 혐의를 받는다. 고 전 대법관 역시 이듬해 문 판사가 '스폰서'였던 건설업자 정모씨의 형사재판 정보를 누설하려 한다는 비위 첩보를 보고받고 징계하지 않았다.
고 전 대법관은 문 판사의 추가 비위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당시 정씨 재판을 맡은 부산고법 법원장에게 전화해, 재판이 정상적으로 보이게끔 변론하라는 요구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전직 대법관은 2014년~2017년 사법행정이나 특정 재판에 비판적인 판사들에게 인사 불이익을 줄 목적으로 만들어진 '판사 블랙리스트' 문건을 보고받고 승인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2016~2017년 법원행정처의 재판개입 정황을 추가로 포착해 고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에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법관에게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비밀누설 ▲직무유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공전자기록 등 위작·행사 등 혐의가 적용됐다. 고 전 대법관은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를 받는다. 박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은 158쪽, 고 전 대법관은 108쪽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두 전직 대법관의 신병을 확보하는 대로 의혹의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피의자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