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 사용 설명서] (16) 연말 똑똑하게 보내기(下) 크리스마스 선물 '비과세 해외 주식펀드'
"없는 여자친구 대신!" "있는 통장에게 사랑을!" 우울한 건배사의 주인공은 올해도 천원만(31·가명)이었다. 윤준호 ㈜위드리치 대표는 고개를 뒤로 젖혀 웃었고, 오지혜 올리치컴퍼니 대표 역시 맥주를 제대로 마실 수 없었다. 이때, 멀리 텔레비전에서 뉴스가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까지 해외주식형펀드에 들어온 자금은 2조7000억원입니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비과세 해외주식형 펀드'의 판매 잔고는 올해 7월 1967억 원에서 지난달 8546억 원으로 급증했고, 지난달 말 기준 총 판매 잔고는 4조원을 육박하고 있습니다." 윤 대표가 안경을 고쳐쓰며 말한다. "우리가 원만씨한테 크리스마스 선물 하나 줄게요. 그런데 이 선물은 크리스마스 전에 뜯어야 해요." 원만: 방금 나온 저 뉴스와 관련 있나요? 지혜: 관련이 아니라, 바로 저 얘기예요. ◆더 높은 수익 얻으려면 "해외로 가는 막차 타야" 준호: 저 뉴스를 복기하면, 해외주식형 펀드에 엄청난 돈이 들어왔어요.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펀드에서는 6조원이 빠져나갔죠. 최근 절세상품이 잇달아 사라지면서, 투자자들이 비과세 해외 주식형 펀드로 몰린 결과예요. 비과세를 부여하는 해외주식형펀드의 혜택이 내년부터는 사라져서 그런 경향이 뚜렷해졌죠. 원만: 전자가상화폐는 껑충 뛰어오르고, 미국 주식시장은 연일 고점을 경신하고, 어떤 펀드에 투자하면 좋을지 몰랐는데 올해 안에 해야 한다고요? 준호: 일단 개념 정리부터 합시다. 왜 해외 투자를 해야 할까요. 원만: 여기보단 넓어서? 뭔가 가능성이 높으니까? 준호: 세계 주식시장에서 국내 주식시장의 비중은 어느 정도인지 봅시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세계 지수에서 한국 비중은 단 2%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 자산 전체에서 국내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80%로 꽤 높아요. 그럼 전 세계 98%의 주식시장에서 기회를 찾아야 할까요. 아니면 2%시장에서 기회를 잡을까요. 자산끼리 상관관계가 조금이라도 낮은 자산에 분산 투자할 때 위험은 낮아지고, 같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할 수 있지요. 원만: 확실히 해외로 눈을 돌려야겠네요. 그런데 크리스마스 전에 해야 한다는 말씀이 뭐죠? 안그래도 신문들 제목이 '올해 안에 끝' 같은 표현들이 나오더라고요. 준호: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 가입 기회가 올해 안에 끝난다는 얘기예요. 지금 보니 어떤 펀드를 고르고 얼마를 납입할지 막막한 모양이네. 원만: 결국 제가 하면 '막차'가 되겠네요. 준호: 그 막차 제대로 타는 법을 지금부터 알려줄게요. ◆크리스마스 전에 '비과세 해외주식형 펀드'로 준호: 개념부터 제대로 알아야겠죠.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는 정부가 해외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해 2월부터 올해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도입한 제도입니다. 해외주식형펀드 전용 계좌를 개설해 해외상장주식에 60% 이상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할 경우 매매차익과 평가차익, 환차익에 붙는 세금을 면제해 주겠다는 내용이죠. 원만: 해외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는 상품인데, 기간이 어느정도인가요. 준호: 10년. 최대 10년간 3000만원까지는 투자로 얻은 수익에 세금을 내지 않아요. 원만: 그 막차, 언제까지 탈 수 있죠? 준호: 비과세 혜택이 이달 말로 끝나요. 그렇다고 31일에 가입할 수는 없어요. 늦어도 26일까지는 은행이나 증권, 보험사 등 금융기관에서 전용계좌를 만들어야 합니다. 반드시 기억하세요. 해외펀드의 경우 매수계약 체결까지 통상 3~4일이 걸리는데다 주식시장 폐장일까지 고려해야 하니까요. 지혜: 가입 대상과 한도 역시 알아두는 것이 좋겠어요. 주변 사람들에게도 알리면 좋으니까요. 우선 비과세 해외 주식형 펀드 가입 대상자는 대한민국 거주자 개인이고, 연령 제한이나 소득에 관한 가입 조건 제한은 없어요. 외국인 거주자는 가능한데, 비거주자나 법인은 불가능해요. 그러니 혹시 기혼이고 자녀가 있는 분은 자녀계좌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미성년자 자녀 명의로 가입할 땐 10년간 최대 투자 원금에 2000만원까지 수익 증대뿐 아니라 증여 목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지요. 물론 원만씨 여자친구가 없는 상황에서 이런 미래를 장담할 수 없지만요. 원만: 일단 막차부터 탄 다음에 소개팅을 알아보겠습니다. 비과세 혜택을 좀 더 설명해주세요. 계좌 수, 그러니까 모든 금융기관에 납입한 금액을 다 합쳐서 30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이 적용되는건가요? ◆일단 소액으로 시작하라 지혜: 맞아요. 계좌와 금융기관 수 제한 없이 전액 합산해 3000만원까지. 그런데 올해 안에 납입 한도를 모두 채울 필요는 없어요. 내년부터 펀드를 새롭게 개설하거나 변경하지는 못하지만, 기존 계좌에 추가 납입은 가능하니까요. 원만씨는 이달까지 최대 10년 간 장기 투자할 만한 펀드를 잘 골라 소액이더라도 넣어둬요. 이후 기간을 정해 일정 금액씩 자동이체를 신청하거나 추가 납입하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으니까요. 준호: 그런데 납입한도 3000만원의 기준은 투자 원금입니다. 만약 3000만원을 모두 납입했다면, 이후 펀드 일부를 환매한다 하더라도 환매한 만큼 자금을 다시 넣을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납입한도 3000만원 중 1000만원을 입금했다면, 도중에 500만원을 환매했다 하더라도 추가 납입 가능금액은 2000만원인 셈이죠. 또한 기존 비과세 해외 주식형 펀드를 해지했어도 올해 말까지는 재가입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18년부터 환매 시 한도는 복원되지 않으니 유의하세요. 원만: 그런데 이 펀드, 꼭 10년 동안 쥐고 있어야 하나요? 준호: 비과세 해외주식형 펀드는 최대 10년간 계약할 수 있지만, 더 짧은 기간도 계약할 수 있어요. 만약 계약 기간 안에 환매해도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아요. 그러니까 최대 기간 설정을 해놓고 사정에 따라 운용하는 것이 좋겠죠. 계약 기간이 끝나면 자동 환매되는 구조라는 점도 알아두세요. 계약기간 종료로 원치 않은 시기에 환매되는 일을 피하려면 꾸준히 살펴서 적절한 환매 시기를 찾아야죠. ◆스스로 만드는 선물…장기 투자 안목 길러야 지혜: 비과세 부분과 과세 부분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해요. 매매차익과 평가차익은 비과세이지만, 배당과 이자소득은 과세 대상입니다. 아울러 환차익은 비과세이지만, 환율변동 리스크를 없애는 '환헤지'로 발생하는 수익은 과세 대상이죠. 물론 환헤지를 하지 않으면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비과세 혜택과 환율 리스크를 동시에 고려해 판단하셔야 합니다. 원만: 가장 중요한 사실은, 어떤 펀드를 골라야 하느냐는 점이겠죠. 준호: 비과세 혜택을 10년간 누릴 수 있는 만큼, 장기적 안목으로 다양한 국가별·섹터별 펀드 3개 이상 가입하고 분산 투자해서 기회를 열어두는 방법이 있어요. 시장의 성과는 10년 동안 한결같을 수 없습니다. 시장은 항상 앞서거니 뒤서거니 합니다. 최근 보인 수익률에만 의존하기보다는 펀드별 운용 규모가 크고 장기 투자에 적절한지를 점검하는 자세도 필요하지요. 또한 장기 투자 상품일수록 보수율이나 수수료율이 최종 수익 금액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으니, 운용 보수나 판매 수수료도 고려해야 합니다. 지혜: 펀드 가입 통로는 은행과 증권사 등으로 다양하죠. 펀드 전문 투자자문사를 이용해 전문가 조언을 받고, 장기투자가 용이하면서 수수료가 낮은 클린클래스 펀드를 가입하는 방법도 좋아요. 원만은 '장기적인 안목'이라는 표현을 곱씹으며 집으로 향했다. '지금 결혼하면 10년 뒤에 어떻게 살고 있을까.' 다음날 천원만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소개팅에 나섰다가 단기적인 고배를 마셔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