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동양사태 막는다'…삼성·한화 등 7社 금융그룹 통합감독
금융그룹 통합감독체계 구축, 통합 자본적적성 평가 등 위험관리, 금융·비금융 방화벽 강화 등 금융 당국이 '제2의 동양사태'를 막기 위해 삼성·현대 등 금융회사를 보유한 7개 복합금융그룹을 통합감독 한다. 대표회사가 자본적정성 등을 평가해 그룹의 위험을 통합 관리하고, 동반부실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금융·비금융 간 방화벽을 강화하는 등 감독이 강화될 전망이다. ◆ 깐깐해지는 감독…대표회사가 '그룹위험 통합관리'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31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새 정부 국정과제인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 도입방안'에 대해 업계·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최 위원장은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의 도입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구체적 흐름"이라며 "특히 그룹위험의 통합관리는 그룹의 명암이 금융계열사의 운명까지 좌지우지했던 과거의 문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은 지난 2013년 동양사태를 계기로 필요성이 제기됐다. 당시 동양그룹은 그룹 내 계열사들의 경영 상태가 악화되자 동양증권을 통해 비금융계열사의 기업어음(CP)을 파는 방법으로 계열사를 우회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CP가 부실이 나면서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떠안았고, 동양증권은 제3자에 매각됐다. 당국은 건전하다고 평가받던 금융사가 그룹 경영위기의 영향으로 일순간 부실회사로 전락하는 위험을 막기 위해 금융그룹의 통합감독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먼저 감독의 효율성을 위해 총괄부서(그룹 감독부서)와 업권별 감독부서(은행·보험·금투 등) 간 분업 및 협업체계를 구축한다. 감독 대상은 금융자산 5조원 이상, 여수신·보험·금투 중 2개 이상 권역을 영위하는 복합금융그룹이다. 다만 감독실익이 크지 않은 금융지주, 특수은행, 실질적 동종금융그룹은 배제했다. 이에 따라 현재 금융지주사 9곳을 뺀 금융그룹 45개 중 삼성, 한화, 교보생명, 미래에셋, 현대차, DB, 롯데 등 7개 금융그룹(97개 계열금융사)이 통합감독 대상이 된다. 이들 금융그룹은 대표회사를 지정해 그룹 전체의 위험을 통합관리하고, 자본적정성·위험관리 상황 등을 감독 당국에 보고하고 시장에 공시해야 한다. ◆ 동반부실 관리 등 '위험관리' 강화 금융그룹별 통합 위험관리시스템도 운영한다. 그룹별로 최상위 금융회사 또는 자산·자기자본이 가장 큰 주력 금융회사를 대표회사로 선정하고, 통합위험관리를 위해 주요 금융계열사가 참여하는 위험관리기구를 설치·운영한다. 통합 자본적정성도 평가한다. 복잡한 그룹 출자구조를 이용한 금융회사의 과도한 레버리지 확대를 제한하기 위한 장치다. 금융부문 전체의 실제 손실흡수능력(적격자본)을 업권별 자본규제 최소기준의 합계(필요자본) 이상으로 유한다. 그룹 자본적정성 지표는 통합 필요자본을 그룹 적격자본으로 나눠 최소 100% 이상이 돼야 한다. 금융그룹의 동반부실위험도 평가한다. 기업집단 내 비금융·산업부문의 재무·경영위험이 금융부문으로 전이될 수 있는 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이 평가를 통해 비금융계열사와의 출자관계로 인한 전이위험을 필요자본에 추가적으로 반영한다. 당국은 대우·동양사태 등 과거 사례를 토대로 올해 중 위험평가모델을 개발해 대표적인 위험전이경로에 따라 경로별 위험수준을 정량·등급 평가할 계획이다. 동반부실위험 평가결과를 토대로 금융사에 계열사 의존도 축소, 추가자본적립 등 위험회피 조치 의무를 부과한다. 세부 규제수준은 위험평가모델 테스트, 시장의견 수렴 등을 거쳐 올해 말까지 확정한다. 아울러 기업집단 소속 금융그룹의 동반부실위험 평가를 토대로 손실흡수 능력을 높이고 비금융계열사와의 방화벽도 강화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감독·자율규제·시장감시 측면의 종합적 접근을 통해 '금융그룹 통합감독' 제도의 실효성 확보와 시장안착을 도모할 방침"이라며 "단계적으로 강행규범화를 추진하되, 국내 처음 도입되는 만큼 금융사에 충분한 준비시간을 부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하반기 중 모범규준에 따른 통합감독체계를 시범 운영한다. 아울러 금융그룹 감독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연내 통합감독법제정안을 국회 제출, 2019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한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