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에 바란다] "쪼개진 국론, 봉합 서둘러야...변덕 교육정책 그만"
계엄과 탄핵소추, 파면, 선거에 이르는 과정은 사회의 정당한 복구 작업이었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한편으론 국론 분열이 극단으로 치달았다. 지난 반년 국민들은 양대 진영의 첨예한 대립을 목도했다. 또 국민 상당수가 이 대결 구도의 당사자·후원자로 참여했다. 4일 집권하는 세력의 임무가 막중하다. 지난 2일 TV 채널에서 한 평론가는 전했다.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는 날이면 집무실 책상에 전임자의 편지가 놓여 있다는 것. 편지에는 '당신은 당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들한테도 대통령입니다'라고 적혀 있다고 했다. 대한민국의 제21대 대통령은 반목으로 인한 사회 균열을 우선적으로 봉합해야 한다는 과제를 떠안았다. 국내 시민사회, 종교단체는 정치·사회 개혁을 비롯해 국민갈등 해소 정책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 낸 성명에서 "지금 우리 사회는 갈등으로 지쳐 있다. 이번 선거가 국민을 위한 개혁 정치로 나아가는 전환점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또 ▲대통령 권한·남용의 통제 ▲입법부와 행정부 간 갈등 통제 등에 대한 대국민 약속과 설계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도 "과도한 대통령의 권한을 조정하고 통제할 장치 마련을 약속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혐오 정치의 배격과 민주주의 회복, 평등하고 평화로우며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사회 개혁의 비전과 과제를 제시하고 이행을 약속해 줄 것"을 당부했다. 종교계는 '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새로 선출될 대통령이 모든 국민과 소통하는 가운데 특히 사회적 약자에 더욱 귀 기울이며 통합과 공존의 시대를 열어 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범불교시국회의는 "12·3 비상계엄으로 인해 양분된 국론 분열과 국가적 혼란 상태를 치유하고, 국민주권과 민주공화주의의 가치에 따라 새롭게 변화된 사회로 나가야 한다"고 했다. 한국교회총연합은 "대한민국은 지금 분열과 갈등, 경제적 불안, 국제 정세의 급변 속에 놓여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대통령은 국민을 통합하고, 경제의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했다. 이 사회는 여러 분야에서 고장나 있다. 이에 민생경제는 물론 교육, 의료, 부동산 등의 정상화를 바라는 목소리가 각계에서 드높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전 총장)는 정권이 바뀌더라도 교육 정책이 흔들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요동치며 교원과 국민 모두가 그에 적응하느라 막대한 재정과 에너지를 소모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반복이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 가능성을 해치고, 미래 교육을 준비하는 데 큰 장애가 돼왔다고 비판했다. 특히, 정치적 공약보다 법적 절차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대입제도나 특목고 문제를 확정 발표하는 것은 국가교육위원회의 법적 권한을 무시하는 행위로, 위법 소지가 크다"라며 "정권 입맛에 맞게 국교위 위원들을 임명하고 공약을 관철하려는 시도는 초법적 사고이며 국민 저항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인도의 사례를 들며 "인도는 총리 당선 후 공약을 바탕으로 전문가 및 이해관계자들과 협의해 5개년 국가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국가개발위원회와 의회의 승인을 거쳐 예산까지 포함한 정책으로 실행했다"라며 "이 과정을 통해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정책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특히 국가교육위원회가 교육정책 중심축이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교수는 "이 같은 문제를 막기 위해 정치권의 독점적 정책결정권을 견제하고,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교육정책을 논의할 수 있도록 국가교육위원회를 설립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가교육위원회법'에 따라 대입제도, 학제, 교원정책 등 중장기 교육 사안은 국교위의 소관이며, 대통령 공약이라도 국교위와의 협의가 필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교위와 협력해 실현 가능한 교육발전계획을 마련한다면,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교육정책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추진한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둘러싼 의료계와의 갈등이 1년 6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의료단체는 새 대통령에게 휴학·사직한 의대생과 전공의의 복귀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달라고 요청했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의협) 대변인은 "단순한 행정 조치가 아닌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며 "젊은 세대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달라"고 강조했다. 의협은 고령화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고갈 문제도 언급하며 전문가 의견을 존중한 지속 가능한 정책 논의를 촉구했다. 김 대변인은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모범적이지만 재정 한계와 의료인 피로가 누적된 상황에서 일방적 정책 추진은 의료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라며 "정책 결정 과정의 구조적 불균형도 개선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기 하남에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 중인 박경원 씨는 시대착오적 규제의 철폐를 주문했다. 박 씨는 "집값이 치솟았던 문재인 정부 때의 규제가 불황인 지금까지 이어져 정상 거래를 막고 있다"며 "주거용도로 쓰는 소형 오피스텔은 다른 주택 양도 시 적용되는 주택 수에서 배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 "청년 및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임대보증금 지원제도 및 보증보험가입 한도를 확대해 달라"고 했다. 그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재원 부족을 이유로 청년 및 취약층에 대한 전세자금 지원을 삭감했다고 지적했다. /김연세·이현진 기자 lhj@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