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규모 15위권 위태...경쟁국 GDP 1~2%대 늘 때 우리는 0%
대한민국은 한때 경제 규모에서 세계 10위권에 들었다. 이는 연평균 3% 넘는 성장이 지속됐을 때의 얘기다. 국내에선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됐다. 경제활동인구가 줄면 국내총생산(GDP) 증가 폭이 둔화할 수밖에 없다. 이제 성장률 2% 선 턱걸이마저 버거울 정도로 우리에게 저성장은 이미 추세가 됐다. GDP 순위 15위권 이탈까지 염려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최근 1년간 우리나라 GDP는 제자리에서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 2분기(직전분기 대비 -0.2%)에 줄었다가 3분기(+0.1%)와 4분기(+0.1%)에 걸쳐 감소분을 만회했다. 그러나 올해 1분기(-0.2%)에 다시 작년 3·4분기 증가분을 반납했다. 지난 4개 분기 합이 마이너스(-)0.2%로 산술적으로 경기 후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집계에 따르면 같은 기간 우리와 경제 규모가 가장 비슷한 스페인(+0.8%, +0.7%, +0.7%, +0.6%)은 도합 2.8% 성장했다. 또 한국을 바짝 뒤쫓는 호주(+0.2%, +0.3%, +0.6%, 올해 1분기 미발표)와 멕시코(+0.3%, +0.9%, -0.6%, +0.2%)도 합산으로 각각 +1.1%, +0.8%를 기록했다. GDP 9위 캐나다(+0.7%, +0.5%, +0.6%, +0.4%)의 합은 2.2%였다. 스페인(12위)·호주(14위)와 경제 규모에서 경합 중인 한국(13위)은 멕시코(15위)·튀르키예(16위)·인도네시아(17위) 등의 입장에서 사정권에 놓일 수 있다. 이들 순위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집계다. 국내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대부분은 직장이라는 무대에서 퇴장했다. 이어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의 사회적 은퇴가 시작됐다. 한국은행이 펴낸 '2차 베이비부머의 은퇴연령 진입에 따른 경제적 영향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기준 954만 명으로 총인구의 18.6%를 차지하고 있다. 1차 베이비붐 세대(705만 명·13.7%)보다 많다. 두 세대를 합하면 국민 3명 중 1명(32.3%)이다. 2차 베이비붐 세대도 향후 10년 내에 모두 60세 정년에 도달한다. 은퇴 후 이른바 인생 2막이 거론되지만 경제활동인구 및 생산가능인구의 급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은 보고서는 2차 베이비부머의 은퇴로 인해 2024~2034년 기간 연간 경제성장률이 0.38%포인트(p) 낮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퇴직자 등 60대 고용률이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경우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어 "금년(2024년)부터 2차 베이비 부머의 은퇴연령 진입이 시작된 만큼 계속고용제도, 정년 연장 등 다양한 옵션의 고용연장 제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12·3 계엄령 이후의 사태와 미국발 관세전쟁은 GDP를 갉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전후를 비춰 보면 일시적 하방 요인이라는 추론을 쉽게 내릴 수 있다. 우리 사회는 물건을 생산하는 사람도, 돈을 쓰는 사람도 줄어드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정년 연장론에 대해선 '생애 일만 하다 가나'라며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김지연 연구위원은 한 보고서에서 "현재 법정 정년 이전에 생애 주 직장에서 조기퇴직 하는 근로자가 많은 점을 고려할 때 정년 연장의 실효성은 낮을 것으로 본다"라는 견해를 냈다. 김 연구위원은 "정년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종=김연세기자 kys@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