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값 떨어지기 전에…왕서방, 남한보다 큰 호주농장 또 노린다
[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중국 자본의 글로벌 기업 사냥은 유명하지만 최근 위안화 약세가 예견되면서 먹성이 더욱 왕성해졌다. 신젠타 인수로 세계 종자시장을 미국과 양분하는가 싶더니 우리나라보다 더 큰 호주목장을 삼키기 위해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상대적으로 인수금액이 오르는 만큼 중국 자본의 기세는 무서울 정도다. 중국 자본의 사냥터가 된 각국의 경계심도 더욱 커졌다. 호주 내에서는 목장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 벌어질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호주의 목축업체인 키드먼앤컴퍼니는 1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회사를 매각하기 위한 절차가 재개될 것"이라며 "외국 인수자나 호주 인수자를 가리지 않고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키드먼앤컴퍼니는 호주 최대 규모의 사유지를 가지고 있다. 남한보다 큰 10만여㎢의 땅에 세계 최대 목장인 애나크릭을 포함해 11개의 대형 소목장을 소유하고 있다. 기르는 소만도 20만두에 달한다. 키드먼앤컴퍼니는 지난해 4월 주식을 포함해 농장 전체를 경매에 내놓았지만, 11월 매각이 중단된 바 있다. 중국 자본 간 인수전이 되면서 중국 자본을 경계한 호주 정부가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당시 상하이 소재 국영 식품업체인 펑신그룹은 같은 중국 자본과의 경쟁에서 승리해 키드먼앤컴퍼니를 2억1300만 달러(약 26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호주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IRB)로부터 제지를 당했다. 표면적으로는 농장 내에 무기시험장이 있다는 게 이유였지만 중국 자본에 대한 경계심이 작용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중국이 호주에서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을 싹쓸이 하다시피 하더니, 이어 농장 사냥에 열을 올렸기 때문이다. 중국은 중산층이 급증하면서 육류 등 식료품 수입도 따라 급증, 부족한 공급을 호주에서 확보하려는 의도다. 호주 정부는 중국을 겨냥한 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펑신그룹의 인수를 승인할 지를 두고 고심하던 상황이었다. 이같은 상황은 호주 자본이 농장을 중국 자본으로부터 지키겠다고 나서면서 일변했다. 호주의 주요 운송업체인 린폭스가 지난주 키드먼앤컴퍼니와 스콧 모리슨 호주 재무장관에게 편지를 보내 농장 인수 의사를 밝히자, 원점에서 매각절차를 새로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모리슨 장관은 키드먼앤컴퍼니 성명이 나온 날 매각절차 재개를 확인하면서 외국 투자자에 대해서는 지난해 마련한 인수기준을 가지고 검증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검증 기준에 대해 "호주 경제와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 국가 안보, 세제를 포함한 다른 정책과의 일치, 경쟁력, 투자자의 성격 등을 포함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펑신그룹을 겨냥한 발언이다. WSJ는 투자자의 성격과 관련해 "국영기업이 많은 까닭에 중국의 투자는 (호주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펑신그룹 역시 국영기업이다. 중국 국영기업의 투자에 대한 반발은 호주만의 상황이 아니다. 지난 3일 신젠타를 인수한 중국석유화학집단공사(CNCC) 역시 인수절차가 순조롭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는 신젠타의 핵심 사업부문이 미국에 위치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번 인수건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막강한 현금 동원력을 자랑하는 중국 국영기업들의 행보를 막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WSJ는 "신젠타를 포함해 중국이 올해 외국기업의 인수합병에 나선 금액은 680억 달러에 달한다"고 전했다. 차이나마켓리서치의 벤 카벤더는 WSJ에 "중국 국영기업들은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내수시장에서 더 이상 성장 여력이 크지 않기 때문에 해외 진출에 나서는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중국의 민간기업들까지 해외 인수합병에 나선 상황이라 중국의 자본 사냥은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 기업들은 자본이 부족하면 컨소시엄까지 구성해 인수합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날도 중국의 보안업체이자 3대 모바일 게임업체 중 하나인 치후360은 다른 게임업체인 쿤룬 등과 컨소시엄을 만들어 노르웨이의 모바일 브라우저 업체인 오페라소프트웨어를 12억 달러에 인수했다. 오페라소프트웨어는 모바일 브라우저 시장에서 구글의 크롬, 중국 알리바바의 UC웹, 애플의 사파리에 이어 4위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