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 코로나19 위기 공감…기아차·한국지엠·르노삼성 임단협 눈길
국내 완성차 업계 로고. 국내 완성차 맏형 현대자동차가 올해 임금협상에서 임금 동결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기아자동차와 르노삼성자동차, 한국지엠의 임단협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노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닥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11년만에 올해 임금협상에서 임금을 동결하고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동반 생존' 가치를 공유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21일 하언태 사장과 이상수 노조 지부장 등 노사 교섭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울산공장 본관 등 3개 거점 화상회의실에서 열린 12차 임금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노사는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국내 사회·경제적 상황을 충분히 공감할 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 침체로 당면한 자동차 산업 위기 극복 위한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경영실적 및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감안한 임금안에 합의했다. 현대차 노사가 기본급을 동결한 것은 지난 1998년 외환위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올해 세 번째다. 무분규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이며 총 6번째다. 2년 연속 무분규 합의는 2009~2011년 이후 역대 두 번째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영 위기 앞에서 노사는 불필요한 갈등에 힘을 소진하기보다 한 발짝씩 양보했다. 현대차 노조는 당초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전기차 전용공장, 총 고용보장, 시니어 촉탁 처우, 코어타임 폐지, 해고자 복직 요구 등을 내걸었다. 이에 사측은 기본급 동결, 성과금 130%+50만원, 코로나 위기극복 격려금 50만원, 우리사주 5주, 재래시장 상품권 5만원 등을 제시했다. 결국 양측은 12차례에 걸친 교섭 끝에 임금동결, 성과금 150%, 코로나 위기극복 격려금 120만원, 우리사주 10주,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등으로 잠정 타결했다. 노측이 임금동결을 받아들이는 대신 성과금을 포함한 기타 보수에서 사측이 양보한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친환경차 등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 부품사와의 동반 생존이 절실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는 오는 25일 잠정 합의안을 두고 조합원 총투표를 실시한다. 이에 따라 임단협 협상을 조기에 마무리한 쌍용차와 현대차를 제외한 완성차 3사도 긍정적인 바람이 불어올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만약 코로나19 확산 장기화로 위축된 경영여건에서 노조가 임단협 갈등으로 파업을 진행할 경우 회사는 물론 협력업체에도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아차 노조는 기본급 인상, 지난해 영업이익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현대차가 기본급 동결에 합의한 만큼 기아차의 무분규 협상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관측이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 노조는 임단협을 둘러싸고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한국지엠은 노조가 임단협 결렬을 선언하면서 '파업'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0일 사측이 2년 주기로 임금 협상을 제안하자, 노조는 이를 즉각 거절하며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내년 1월 170만원의 성과급 지급안도 턱없이 적은 액수라며 14일부터 규탄대회에 들어갔다. 르노삼성은 임단협이 지지부진해지자 노조가 민주노총 금속노조 가입이라는 강수를 던졌지만,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해 민주노총 가입이 무산됐다. 노조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서 최악의 국면은 면했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장은 "기업 생존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올해 임단협도 우려된다"며 "외국 글로벌 자동차기업은 인력 감축에 나서는 가운데 우리 기업의 노사 갈등과 생산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지엠에 대해 "향후 경영지속 여부조차 불투명한 점을 감안해 노조와 근로자의 전향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글로벌 판매가 급감하는 등 경영 악화가 현실화됐다"며 "자동차 업계 노조가 파업을 진행할 경우 회사의 불확실성은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완성차 업체의 파업은 위기에 빠진 부품업체들의 연쇄도산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