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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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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원은 '디지털 통일'…4차산업혁명의 과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남북한 정보통신기술(ICT) 표준을 통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일 '봄이 온다' 공연으로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물꼬를 텄지만, 각종 통신 수단 통합과 기술교류 부재가 '디지털 통일'을 막는다는 설명이다. ◆분단이 남긴 통신제도의 간극 남북한은 컴퓨터 자판 체계부터 다르다. 한국 표준 자판은 'ㅂ ㅈ ㄷ ㄱ ㅅ' 순인 반면, 북한은 같은 자리에 'ㅂ ㅁ ㄷ ㄹ ㅎ'이 이어진다. 인터넷 주소도 판이하다. 한국 인터넷 주소는 'kr'로 끝나지만, 북한은 'kp'로 맺는다. 반면 전화 국번은 서울과 평양 모두 '02'를 사용한다. 평성은 경기도와 같은 '031'을 쓰고, 충청남도의 '041'은 북한 사리원에서 쓴다. 70년 넘는 분단이 보여주는 통신제도의 간극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한컴오피스'와 북한의 '창덕워드프로세서' 호환 문제도 거론된다. 17일 남북표준기술을 20여년 간 연구해 온 최성 동북아공동체ICT포럼 학술위원장에 따르면 한국은 MS 워드 프로그램으로 북한의 창덕 문서를 읽을 수 있다. 반면, 북한에서는 창덕을 통해 한컴 문서를 읽을 수 없다. 0과 1의 배열 순서를 다루는 코드값이 다르기 때문이다. 최 위원장은 지난해 5월 'ICT 교류에 의한 북한 인터넷 개방과 통일 재설계 연구'에서 "통신의 매체 사항들이 달라야 할 것은 같고, 같아야 할 것은 다른 것이 너무 많다"며 "이 상태에서 통일이 되면 혼란만 가중된다"고 지적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도 2015년 '북한의 표준·규격화 체계와 향후 남북한 통합방안 연구(통합연구)'에서 "한글의 호환성 부족 문제는 인터넷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휴대폰을 비롯한 통신·방송 등 각 분야 통합에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 위원장은 독일 통일 비용의 10%가 각종 기술표준 해결에 사용된 점을 볼 때, 한반도 표준통일 비용은 수백조원대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현대경제연구원 통일연구센터에 따르면, 1991년~2003년 독일 총 통일비용은 1조2800억 유로다. ◆디지털 TV 방식도 다르다 규모는 작지만, 북한도 모바일 시대를 열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가 지난해 8월 발표한 '북한 내 휴대폰 이용 현황'에 따르면 2017년 3월 북한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370만명을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북한 인구(약 2500만명)의 15% 수준이다. 평양 내 보급률은 70% 전후에 달하지만, 평양 외 지역은 10% 미만으로 추정된다. 최 교수는 "지난해 6월 30일 기준으로 474만여대인 북한 휴대전화 가운데 40%가 스마트폰"이라고 말했다. 코트라는 지난 1월 '북한 휴대폰 산업 발전 현황'에서 북한이 지난해 내놓은 스마트폰 '진달래3'가 외관상 애플의 아이폰(iPhone)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북한 스마트폰은 외부 세계와의 자유로운 접촉이 불가능하고, 북한 당국의 주민 감시 수단으로도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로 다른 정치·경제체제 아래 정보통신 기술이 분화되면서 과제는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독일은 통일 전 동서독이 TV 수상기 방식을 통일해 서로의 방송을 시청할 수 있었다고 최 위원장은 설명했다. 이는 통일을 위한 '문화 자본'으로 가능했다는 평가다. 현재 한국과 북한은 디지털TV 방송 방식도 다르다. 한국은 미국·캐나다·멕시코 등과 같은 ATSC 방식을 쓰는 반면, 북한은 DVB-T 방식을 사용한다. 중국과 대만은 한자의 로마자 표기법을 통일했다. 대만 국무원은 2008년 9월 기존 '통용병음'을 버리고 중화권 '한어병음' 표기법을 쓰는 관련법을 통과시켰다. 한어병음은 우리의 로마자 표기법처럼, 중국의 여러 발음 체계를 하나로 정립한 것이다. 반면 한국과 북한은 1980년대부터 서로 다른 로마자표기법을 주장해, 하나의 국제표준이 없는 상황이다. ◆통일비용 낮추고 '문화 자본' 늘려야 민간 주도 남북 표준 통일 시도는 꾸준히 있어왔다. 남 교수에 따르면, 2000년 3월 중국에서 열린 '제38차 국제표준화기 문자코드위원회'에서 사상 최초로 남북 컴퓨터 전문가들이 한글 부호의 국제표준 문제를 논의했다. 당시 북한 측은 글자 배열 순서 등을 한국이 북측에 맞추라고 요구했다. 1999년에는 삼성전자가 북한의 조선콤퓨터쎈터와 문서 프로그램을 공동개발키로 했지만 실행되지 않았다. 스마트폰 등 첨단 정보통신 기기가 신속히 확산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표준 고립'이 향후 경제통합에 심각한 장애요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 위원장은 ICT 표준화를 위한 남북 협력방안으로 '상호표준인증'을 제시한다. 상호표준인증 방법은 ▲북한에서의 인증을 그대로 인정하거나 ▲기술전수와 인력교육을 통한 한국 인증 요구로 공동표준을 유도하고 ▲남북 상호 인증기구 성립과 활동을 합의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 도입을 위한 통신망 장비 지원과 망 연동이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 인력 교육과 운영체계 지원이 필수다. 최 위원장은 "통일 비용 최소화를 위한 노력 중 하나가 점진적인 남북한 ICT 교류 협력"이라며 "일반인이 주로 사용하는 PC 운영체제와 키보드, 휴대전화 자판 등의 표준화와 행정 관련 코드 등도 점진적인 표준화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ICT 기술표준은 통일 대비는 물론 국부 창출과 삶의 질 향상 등 국가경쟁력의 원동력이 된다는 설명이다.

2018-04-17 10:34:13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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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도시 서울' 성과와 과제는…17일 시청서 포럼

서울시가 17일 오후 2시 시청에서 '공유도시 서울의 내일을 위한 새로운 정책방향 모색' 공유 포럼을 개최한다. 전문가와 시민 100여명이 참석하는 이번 포럼은 2012년 '공유도시 서울' 선언 이후 공공자전거 따릉이, 나눔카 등 공유정책을 민간으로도 확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시는 지난 5년 간 서울시의 공유정책 성과를 공유하고 향후 5년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포럼 1부는 '공유의 현재'를 주제로 지난 5년 간 서울시가 추진한 공유정책 성과, 현재 공유 정책을 둘러싼 현실과 향후 과제에 대해 토론한다. 임국현 서울시 공유도시팀장의 진행으로 이정우 서초구 거주자주차팀 주무관, 김동현 모두컴퍼니 대표, 박상준 쉐어잇 대표, 신효근 은평공유센터 사무국장이 참여한다. 이정우 주무관은 거주자 우선주차 공간을 공유 주차장으로 전환시킨 사례를 소개한다. 서초구는 최근 거주자 우선주차 공간 배정기준을 변경함으로써 주민 스스로 자신의 거주자 우선주차 공간을 다른 시민과 공유하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현재 669면의 공유 주차공간이 조성돼 시민 간 공유가 이어지고 있다. 공유 실적 또한 1일 평균 1대 미만에서 지난달 기준 50.45대로 확대됐다. 김동현·박상준 대표는 올해 서울시의 각종 공유 사업을 추진했을 때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서울시와의 정책 협업 과제를 토론한다. 신효근 사무국장은 서울시 최초 공유센터를 운영한 경험과 현황,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업, 공유센터의 미래 등을 토론한다. 포럼 2부는 '공유의 미래'를 주제로 진행된다. 향후 5년을 준비하는 공유 정책 마련을 위해 해외 사례와 블록체인 기술 활용, 협동조합 등 새로운 형태의 공유 방식을 소개하고 도입 가능성에 대해 탐색한다. 박건철 서울디지털재단 책임연구원, 이봉형 큐브 인텔리젠스 의장, 한상우 이(e)-버스 대표, 김묵한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이 각각 발제 후 토론에 참여한다. 박건철 연구원은 서울시에 적용 가능한 해외 공유 경제 사례를 소개한다. 도시 문제 해결, 자원 분배 효율성 제고 등 사회적 가치와 효용을 증가시키는 사례를 통해 시사점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봉형 의장은 블록체인 기술이 높은 수준의 개인 간(P2P) 차량 공유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제안한다. 한상우 이-버스 대표는 공유가 수천 년에 걸쳐 진화해 온 공동체 운영 방식이며, 협동조합이 시민 참여와 협력을 끌어내는 공정한 그릇이 될 수 있다고 발표한다. 김묵한 연구위원은 공유 가치를 정의하고 정책적으로 확산하는 방향에 대해 발표한다. 전효관 서울혁신기획관은 "지난 2012년 서울시에서 선포한 공유도시는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를 공유의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하는 선언이었다"며 "지금까지 서울시는 공유도시를 위해 따릉이, 나눔카 등 여러 공유사업을 진행해 왔지만 앞으로는 공유경제의 수익독점 문제 해결, 시민과 시민 간 공유 활성화 등 새로운 관점에서 공유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포럼을 계기로 '2기 공유도시'를 위한 대안과 가능성을 찾아나가겠다"고 덧붙였다.

2018-04-15 14:50:59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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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공공시설 내진설계 2020년까지 80%로 끌어올린다

서울시가 2819억원을 투입해 공공시설물 내진율을 2020년까지 80.2%로 끌어올리는 '서울시 지진안전종합대책'을 15일 발표했다. 이번 지진안전종합대책은 2016년 시가 발표한 지진방재 종합계획과 포항·경주 지진피해 사례를 반영한 결과다. 이번 대책은 ▲공공시설물 내진 보강 강화 ▲민간건축물 내진성능 점검지원 체계화 ▲지진 등 재난피해자 심리지원 강화 ▲체험형 훈련 및 교육시설 확대 등으로 구성된다. 서울시 공공시설물은 총 3431곳으로 현재 내진율은 62.5%다. 시는 기존에 내진성능이 100% 확보된 수도시설(175곳), 공동구(7곳), 시립병원(17곳), 수문(3곳) 외에 공공건축물(2035곳), 도시철도(604곳), 도로시설물(579곳), 하수처리시설(11곳)의 내진율을 높이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우선 시 소관 공공건축물의 내진율은 현재 61.4%(634개소 중 389개소 내진성능확보)로 2020년까지 709억을 투입, 134개소 내진보강공사를 실시해 내진율을 82.5%까지 끌어올린다. 특히 자치구 소관 공공건축물 1401개소 중 내진성능이 미확인된 624개소에 대해 시비 125억원을 지원하고, 내년까지 내진성능평가를 완료할 예정이다. 시는 결과에 따라 자치구 공공건축물의 내진율도 대폭 향상될 것으로 내다본다. 시민 이용이 많은 도시철도의 경우 내진보강이 필요한 53.2㎞에 대해 국내 내진설계기준(지진규모 6.3)을 확보하기 위해 2013년 3월부터 단계적으로 보강 공사중이다. 시는 938억원을 투입해 2020년까지 발주를 완료하고 2022년까지는 내진율 100%를 확보할 예정이다. 현재 85.2%의 내진 비율을 보이는 교량, 지하차도 등 도로시설물은 487억원을 투입해 2019년까지 내진보강을 완료한다. 이외 내진율이 31.3%(총 3520동 중 1100동)에 불과한 학교시설은 교육청과 지속적으로 협조해 2020년까지 내진율 48.4%를 확보할 계획이다. 민간건축물은 내진설계 도입 이전(1988년 이전) 건축된 건물이 많은 상황이다. 시 관계자는 "내진율이 약 18.2%(내진의무대상 건축물 수 기준)로 낮으나, 중앙부처와 협의해 내진보강 공사비 보조금 지원 및 건축물대장에 필로티 구조 건축물 등록 의무와 등을 추진할 것"이라며 "내진의 필요성을 홍보하는 등 여러 가지 방안을 병행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는 민간건축물의 내진성능 점검지원을 위해 기존 건축물 내진성능 자가점검시스템(http://goodhousing.eseoul.go.kr/SeoulEqk/)을 보완하여 내진보강 세부방안까지 제시할 계획이다. 또한 '제2차 찾아가는 안전점검 서비스'를 6월~12월 동안 실시할 예정이다. 시는 이달부터 서비스 신청을 접수한다. 서울시 누리집 배너와 120다산콜센터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지진 피해자 지원 방안도 나왔다. 시는 '트라우마 아카데미'를 구축해 국가 트라우마센터와 연계한 심리지원 활동을 추진하고, 실내구호용 칸막이 텐트, 재해구호물품 추가 확보 등 임시주거시설의 체계적 관리를 통해 피해자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2018-04-15 14:27:33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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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자영업자 카드 수수료 확 낮추는 '서울페이' 도입하겠다"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후보가 자영업자의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한 '(가칭)서울페이(Seoul-Pay)'를 도입하겠다고 15일 공약했다. 서울페이는 핀테크 기술을 활용한 계좌이체 기반의 지급결제 플랫폼이다. 이날 박 후보는 "서울페이를 통하면 소비자와 판매자 간 신용카드 거래에서 연회비·가입비, 단말기 설치비용, 통신료(VAN수수료) 등의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이는 자영업자의 수익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가 지난달 실시한 '소상공인 신용카드 수수료 실태조사'에 따르면, 신용카드 수수료가 영업이익의 3~50%까지 차지한다. 박 후보는 이밖에도 ▲서울형 자영업자실직안전망 추진 ▲서울형 유급병가 지급 ▲불법 불공정에 대한 갑질 해소 ▲안정적 임차환경 조성 등을 약속했다. 서울형 자영업자실직안전망은 폐업에 의한 소득 중단이 가계 위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1인 소상공인의 자영업자 고용보험료 20%를 서울시가 부담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또한 영세 자영업자의 보험료 부담도 낮춰, 고용보험 가입을 활성화한다. 문 닫은 영세 자영업자의 생활 안정과 재취업 기반 마련도 지원한다고 박 후보는 설명했다. 서울형 유급병가는 서울 거주 건강보험지역가입자 가운데 영세 자영업자가 입원치료를 받을 때, 해당 기간인 최대 15일 이내 소득을 지원하는 방안이다. 이 같은 방식은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라고 박 후보는 주장했다. 박 후보는 유급병가 시, 치료 기간 1일당 서울시 생활임금(올해 기준 7만3886원)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단, 기초생활수급자·긴급복지·산재보험·자동차보험·실업급여 수혜대상자는 제외된다. 연월차나 유급병가를 직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경우도 해당 기간만큼 제외된다. 이 같은 지원을 통해 심각한 질병을 앓아도 의료비 부담과 소득 상실로 치료 적기를 놓치는 상황을 방지해, 영세 자영업자의 의료 빈곤층 전락을 막겠다는 설명이다. 이날 박 후보는 대기업과 불공정 관행으로부터 영세 자영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의 수사 범위를 하도급 분야 등으로 넓히겠다고 밝혔다. 경찰단의 불공정행위 현장 조사권과 처분권 확보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안정적 임차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자영업자의 상가매입비를 장기저리로 최대 80%까지 빌려주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박 후보는 "내 삶을 바꾸는 서울의 10년 혁명을 위해 자영업자와 나란히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2018-04-15 14:27:21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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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기대감 높아진 부산비엔날레

당대 많은 예술가들은 동시대인의 삶을 미술언어로 드러내며 인류가 처한 다양한 문제들을 언급한다. 환경, 빈곤, 장애, 전쟁, 인권, 난민 등과 같이 미술을 통해 누구나의 머릿속에 있지만, 아무도 감히 보려 하지 않는 무언가를 끌어낸다. 이는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예술가의 책무에 관한 부정 불가능한 근거이면서, 그것이 곧 예술의 가치임을 확신한 작업으로 드러나고 전시라는 방식으로 다양한 공간에서 구현된다. 하지만 사회적 역할로써의 예술이 극명하게 소환되는 장(場)은 비엔날레다. 낯설고 급진적인 접근법으로 현대미술 담론을 이끌기에 간혹 대중과 괴리한 시각적 불편함 및 심리적 거부감을 심어주지만 가장 정치적이며 실험성 강한 무대가 바로 비엔날레이다. 실제로 비엔날레는 싫든 좋든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국가 간 예술 힘겨루기를 시전 중인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알 수 있듯 내용은 물론, 태생부터 그렇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좀 다른데, 정부와 지자체 예산에 기댈 수밖에 없는 환경인데다, 비엔날레조차 대중취향에 매몰되길 원하는 이들로 인해 에둘러 표현하거나 가까운 길도 돌아가기 일쑤다. 논란을 두려워하고 여론재판을 감당할 수 없는 관계자들의 허약한 체력도 정치를 담아내기 꺼려하는 원인이다. 그런데 올해 9월 개최되는 부산비엔날레는 정치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동시대 인류가 처한 현실, 한반도의 정치적·역사적 분단과 분열, 세계 만연한 균열과 대립, 물리적 영토와 심리적 영토를 다룬다. 이를 통해 지구공동체의 외상과 내상, 긴장과 갈등의 접점을 발견하고 치유로써의 해법을 찾아 나선다. '비록 떨어져 있어도(Divided We Stand)'라는 주제가 다소 추상적이긴 해도 내용은 미술흐름이 아닌 '현실'을 반영해 여타 비엔날레에 비해 색깔이 선명하다. '경계', '여백', '공론' 등의 단어 아래 이것저것 갖다 붙이기 쉬운 이현령비현령 식 주제와 내용으로 비엔날레 특유의 도전성을 외면해온 역대 비엔날레와 달리 성격이 뚜렷해진 게 특징이라는 것이다. 내용의 명징함은 반대로 작가선정 폭이 협소해지는 단점을 낳는다. 하지만 '강원국제비엔날레2018'처럼 부산비엔날레 또한 이와 같은 약점을 참여 작가 수를 대폭 줄이되 집중력을 높이는 것으로 보완했다. 향후 공개될 작품 수준과 작가 선정의 적절성에서 성패가 갈리겠으나 일단 '속없이 거대한 몸뚱이'를 자랑으로 여겨온 비엔날레들과 비교하면 현명한 판단이다. 하지만 해빙기에 접어든 오늘날 한국의 남북관계를 염두에 둔 듯한 인상은 별로다. 한반도 분단과 평화는 중요한 이슈이고, 정작 비엔날레 관계자는 국내외 정치상황과 맞물린 주제설정은 아니라고 하지만 북한미술 섹션을 주요 전시로 내세운 채 한반도의 분단과 경계가 지니고 있는 현 상황을 거론한 광주비엔날레처럼 시류에 편승한 듯한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이밖에도 냉전을 축으로 과거와 현재를 잇는다거나 공상과학이라는 테마 아래 보여준다는 미래는 생뚱맞고 고루하다. 내용은 정치적일 수 있지만 전개방식은 정치적이지 않아야할 과제도 남아 있다. 더구나 개막까지 불과 5개월 밖에 남지 않아 전시를 준비할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도 우려의 이유다. 허나 부산비엔날레에 대한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꽤나 예민하고 꼼꼼한 스타일로 알려진 감독들과 오는 6월 새롭게 문을 여는 부산현대미술관의 컨디션도 좋다. 특색 있는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도 작품을 내걸기에 매력적인 공간이다. 무엇보다 뜬구름 잡지 않는 주제의식, 콘텐츠 중심으로 돌아선 전시방향이 흥미롭다.

2018-04-15 09:26:32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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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의 탕탕평평] (93) 대한민국에도 봄은 오는가

계절의 봄은 항상 어김없이 찾아온다.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어김없다. 인생에서 우리가 맞이하는 봄은 두 가지다. 우리의 노고와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오는 봄과 가만있어도 찾아오는 봄이다. 얼마 후에 열릴 남북정상회담,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비리,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 등 최근 대한민국의 몇 가지 이슈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그리고 패키지로 따라오는 여론의 갑론을박. 뉴스는 말 그대로 소식인데 대한민국에서 뉴스란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지배적인 것이 사실이다. 이번 달에 개최될 남북정상회담의 가장 큰 이슈는 역시 한반도의 '비핵화'이다. 과거 정부에서 있었던 여러 차례의 정상회담에서도 역시 가장 큰 이슈는 '핵문제'였다. 현실적으로 핵문제를 제외하고 남북정상회담의 성과와 가치는 큰 의미가 없다. 국제사회에서 북한에 대한 강도 높은 경제제재를 타개하기 위한 북한의 뻔한 꼼수가 느껴진다. 이번에는 기존과 다른 무언가 리얼리티 있는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북한은 삼대 째 권력을 세습하는 국가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과거 행보를 감안할 때 현재 북한의 경제상황과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은 더 이상 국가로서의 존립 자체가 막바지까지 왔다는 것을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개인이든 국가든 고립과 위기가 극에 달하면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소통에 적극적이기 마련이다. 지금 북한이 그런 상황이다. 6·13 지방선거를 두 달 여 앞둔 현 시점에서 정치권의 이슈가 되는 또 하나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갑질을 넘어 선 국회의원시절의 비리이다. 국회의원 시절 정무위소속이었던 김원장의 지난 행보와 현재 금융감독원장으로서의 포지션을 감안할 때 정치인의 가장 표리부동한 전형적인 예이다. 자신이 타인에게 말로 지적하던 것들을 자신은 몸소 실천한 장본인이다. 그러면서 애매한 입장과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는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금융감독원의 수장이라는 막대한 직책을 맡은 김원장은 청와대의 처분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스스로 물러서는 것이 맞다. 속으로는 본인도 인정하는 사실을 궁색한 표정과 어설픈 답변으로 일관하기가 더 어렵지 않을까 싶다. 예전 '땅콩회항사건'으로 곤욕을 치뤘던 대한항공 일가의 갑질이 또 발생했다. 조현민 전무가 회의 도중 물병을 집어던지고 막말을 했다고 뉴스에 보도됐다. 자매의 행실이 이 정도면 이것은 단지 업무상의 과실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가정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갑질이 뼛속까지 베어 있는 재벌가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상대적으로 을에 있는 사람에게 행사하는 위력은 인간으로서 가장 야비하고 추잡한 행동임에 틀림없다. '한 가지를 보면 열 가지를 안다'는 말처럼 이 사건은 인간 자체의 총체적 됨됨이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SNS를 통해 사과를 했다지만, 자신을 위한 사과 말고 진정으로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인간의 존엄성을 전제로 한 사과이길 바란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죄를 지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같은 잘못이 반복된다면 그 사람은 본래 그런 사람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계절의 봄도 좋지만 대한민국과 우리 모두의 삶에서 각자가 원하는 그런 봄을 잠시라도 평안함으로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란다.

2018-04-15 09:14:44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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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이윤택 이르면 오늘 기소"…故 장자연 사건 검토중

청와대가 이르면 13일 강제추행 등 24개 혐의를 받는 연극인 이윤택 씨가 구속기소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무부와 검찰이 고(故) 장자연 씨 사건 재수사 여부를 검토하고, '단역배우 두 자매' 사건 역시 경찰 조사가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이날 오전 청와대 SNS 라이브 '11시 50분 청와대입니다'에 출연해 '연극인 이윤택 성폭행' '고(故) 장자연 사건 재수사' '단역배우 두 자매 사건 재수사' 청원에 답변했다. 박 비서관은 이씨의 성폭행 사건 진상규명과 조사 촉구 청원에 대해 "17명에 대해 62회에 걸쳐 강간과 강제추행을 한 혐의를 밝히고, 강제추행 18건, 강제추행치상 6건 등 24건의 혐의로 지난 3월 23일 이윤택씨를 구속했고, 이르면 오늘 기소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친고죄 고소기간과 공소시효가 지나 사법처리가 어려운 상태였으나, 피해자들의 용기있는 고백과 국민청원의 힘으로 적극 수사가 이뤄진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씨로부터 성추행 당했다는 최초 폭로는 지난 2월 14일에 나왔다. 그로부터 5일 후인 2월 19일 이씨는 기자회견을 열고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고 주장했다. 청원이 시작된 2월 17일까지 이씨에 대한 5건의 폭로가 있었지만, 모두 친고죄 고소기간과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사법처리가 어려웠다. 그러나 피해자들의 고백이 계속 이어졌고, 문재인 대통령은 2월 26일 "친고죄 조항이 삭제된 2013년 6월 이후 사건은 피해자 고소가 없더라도 적극 수사하라"고 당부했다. 이씨는 1999년 초부터 2016년 6월까지 연극스튜디오 등지에서 대사연습 등을 빌미로 17명에 대해 총 62회에 걸쳐 강간과 강제추행을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이 가운데 2010년 4월 상습범 처벌규정 신설로 처벌할 수 있게 된 강제추행 18건, 강제추행치상 6건 등 24건의 혐의로 지난달 23일 이씨를 구속했다. 이씨는 이르면 13일, 늦어도 4월 16일까지 기소될 예정이라고 박 비서관은 밝혔다. 장씨 사건 재수사 청원에 대해서는 "2009년 당시 경찰이 4개월 간 수사를 진행했지만 유력인사에 대한 성접대 의혹에 대해 증거부족으로 '혐의 없음' 처분이 내려졌다"며 "지난 4월 2일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이 사건을 사전조사 대상으로 선정했고, 사전조사를 통해 본격 재수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성접대 강요나 알선 혐의는 공소시효가 남아 있을 수 있고, 공소시효를 떠나 과거 수사에 미진한 부분은 없었는지 법무부 과거사위원회와 검찰 진상조사단에서 의혹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12명의 남성들에게 수차례 성폭행을 당하고도 경찰 조사과정에서 2차 피해를 입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단역배우 두 자매 사건에 대해 재조사를 요구한 청원에 대해서는 "청원이 시작되자 지난 3월 28일 경찰청은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를 꾸렸고, 당시 수사에 대한 과오가 없었는지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박 비서관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안정된 상태에서 조사받을 수 있도록 '성폭력 피해자 조사 표준모델'을 개발해 경찰관들을 교육하는 등 조사시스템에 대해 전반적인 재검토와 함께 피해자 국선변호인제도 등 피해자들이 받을 수 있는 도움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윤택 상습 성폭행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조사 촉구 청원은 총 20만8522명이 동참했다. 장씨 사건 재수사는 23만5796명이 참여했다. 단역배우 두 자매 사건 재수사는 22만1928명이 참여했다.

2018-04-13 12:00:15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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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 펼쳐지는 다채로운 공연…'2018 거리예술존' 시작

서울시가 15일부터 11월까지 주요 관광지와 전통시장 등에서 '2018 거리예술존'을 운영한다고 12일 밝혔다. 거리예술존은 공원과 지하철역 등 시내 160여개소에서 약 1800회에 걸쳐 진행되는 거리공연이다. 거리공연가에게는 공연의 기회와 활동 장소를, 시민에게는 일상 속에서 쉽게 문화예술을 즐기는 기회를 제공한다. 거리예술존은 지난달 11일~12일 공개오디션으로 선발된 102팀과 2017년 우수팀 50팀 등 총 152팀으로 거리공연단을 구성한다. 클래식, 7080포크송, 재즈, 전통예술, 마술, 마임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15일 공연 장소는 덕수궁 돌담길, 광화문 광장, 서울풍물시장과 밤도깨비야시장이 열리는 DDP, 청계천, 문화비축기지 등이다. 점심시간이 시작되는 오후 12시부터 퇴근 무렵인 저녁 7시까지 운영된다. 시는 시민들이 즐겨 찾는 지역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공연장소를 확대할 예정이다. 시는 올해 주요 관광지, 광장, 걷고 싶은 거리, 전통시장, 지하철역사 등 160여개 장소의 특성에 따라 효과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주요 관광지와 광장, 걷고 싶은 거리 등 거리공연을 하기에 알맞은 '특화공간'과 전통시장 등 거리예술을 통해 지역 상권의 활성화를 도모할 '상생공간', 시민들의 일상과 가까운 장소인 '밀착공간'으로 세분화해 공간의 특성에 맞는 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매월 진행되는 공연들의 자세한 장소와 출연진은 거리예술존 누리집(www.seoulbusking.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영관 서울시 문화정책과장은 "올해도 '거리예술존'을 통해 재능 있는 거리공연가들이 다양한 장소에서 공연을 펼치고, 일상에 지친 시민들은 거리공연을 관람하며 잠깐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로 행복한 서울'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많은 시민 여러분이 점심시간 산책길 또는 퇴근길에서 거리예술존의 거리예술단을 만나 다양한 공연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2018-04-12 17:02:23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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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10년 혁명 완수하겠다" 3선 도전 공식 선언

박원순 서울시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박 시장은 이날 오전 6·13 지방선거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갖고 "사람이 행복한 서울, 그 10년 혁명을 완수하고 싶다"고 당내 경선 출마 포부를 밝혔다. 박 시장은 "6년 전 (이명박) 대통령이 토목의 강을 파고, 불통의 벽을 쌓을 때 저는 서울시장이 되었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시간을 지내며 제가 한 일은 어쩌면 한 가지다. 서울에 사는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들을 모두 정책의 첫머리에 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재임 기간을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한 대 전환이었다"고 자평하고, 문재인 정부와의 공조를 강조했다. 이날 박 시장은 2011년 취임 후 자신의 주요 시정 성과로 ▲친환경 무상급식 ▲시립대 반값등록금 ▲채무 8조원 감축과 두 배 늘어난 사회복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12만호 임대주택공급과 국공립어린이집 30% 달성 ▲재개발·뉴타운 정리와 도시재생 ▲서울로7017과 보행친화도시 등을 꼽았다. 주요 공약도 내놨다. 박 시장은 "촛불 민주주의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며 "더 좋은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공론장 플랫폼을 활성화 하겠다"고 말했다. 성 평등을 위한 방안으로는 "미투의 용기가 헛되지 않도록 '서울WithU 프로젝트'를 추진해 성희롱·성폭력 없는 서울을 만들겠다"며 "'성평등 소셜 디자이너'와 함께 학교, 일터, 일상생활에서 성평등이 구현되는 서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박 시장은 ▲2019년에 열리는 100주년 전국체전의 서울-평양 공동개최 추진 ▲돌봄지원센터 설립으로 어르신, 장애인에게 맞춤 서비스 제공 ▲비정규노동자들과 영세자영업자들을 위한 서울형 유급병가 도입 ▲청년이 미래를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청년미래기금' 조성 ▲서울 내 발전 격차 해소 ▲스마트시티 서울을 위한 '서울미래 혁신성장' 프로젝트 추진 등을 내걸었다.

2018-04-12 16:18:05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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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이통사 통신비 원가자료 공개 판결…참여연대 "LTE도 공개해야"

대법원이 이동통신사의 사업비용 등 통신요금 '원가 자료'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참여연대가 2011년 원가 자료 공개 소송을 낸 지 7년 만이다. 2014년 항소심 판결 이후로는 4년 만이다. 대법원 확정판결로 공개 대상이 된 자료는 국내 이동통신 3사(SKT·KT·LG U+)의 2005년~2011년 손익계산과 영업통계 자료 등이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결이 통신 서비스의 공공성과 국민의 알 권리 등이 통신 사업자의 영업 비밀에 우선한다는 원칙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향후 통신비 원가 공개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12일 참여연대가 정부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이동통신 요금 원가관련 자료를 공개하라'는 1심과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로 대법원이 공개를 명령한 자료는 ▲요금 원가 산정을 위해 필요한 사업비용 및 투자보수 산정자료 ▲이동통신 3사가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요금산정 근거자료 ▲이용 약관의 신고 인가와 관련된 적정성 심의 평가 자료 등으로, 그동안 폭리와 담합 의혹이 제기되어 온 부분이다. 재판부는 이동통신 서비스가 전파·주파수라는 공적 자원을 이용해 제공되고, 국민 전체의 삶과 사회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므로 양질의 서비스가 공정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돼야 할 공익이 인정된다고 봤다. 이를 위해 국가의 감독과 규제 권한이 적절히 행사되고 있는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해당 정보가 영업상 비밀에 해당해 공개하기 힘들다는 통신사 측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동통신 시장 특성상 정보 작성 시점으로부터 상당기간이 경과해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없다고 봤다. 앞서 참여연대는 2011년 미래창조과학부의 전신인 방통위에 이동통신사 원가 자료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영업상 비밀을 이유로 거절당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이통사 약관과 요금 인가 신고를 위해 제출한 서류와 심사자료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2심 역시 원가 자료 공개를 판단했지만, 공개 대상 범위를 원가 산정을 위한 사업비용과 투자보수 산정근거자료 중 영업보고서의 대차대조표나 손익계산서, 영업통계 등으로 한정했다. 영업보고서의 인건비와 접대비, 유류비 등 세부 항목, 이통사가 콘텐츠 공급사와 보험사 등 제3자와 맺은 계약서 등은 영업 전략 자체가 공개된다며 비공개 대상으로 분류했다. 공개 대상 시기는 2005년~2011년 5월 2~3세대 통신 서비스 기간에 한정됐다. 소송을 제기한 참여연대는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판결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참여연대 안진걸 시민위원장은 "이번 대법원 판결은 통신서비스의 공공성과 민생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 국민의 알권리 등이 통신사업자의 영업비밀보다 우선한다는 원칙, 또한 이동통신사에 대한 국가의 감독 및 규제가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한 기념비적인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번 재판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2011년 이후 LTE(4세대 이동통신) 관련 원가 관련 자료 또한 통신 서비스의 공공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마땅히 공개되어야 한다"며 "통신소비자,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LTE요금 관련 원가자료를 정보공개청구하고 통신비 인하를 위한 행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2018-04-12 16:00:25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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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장 소음 승소금 횡령 혐의' 최인호 변호사 "무죄…범죄 증명 없어"

의뢰인이 받아야 할 140억원대 배상금을 챙기고 약정서를 변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인호 변호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성보기 판사는 12일 "업무상 횡령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최 변호사는 지난 2011년 3월 대구 K2 공군비행장의 전투기 소음피해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긴 북구 주민 1만여명의 배상금을 나누는 과정에서 지연이자 142억여원을 빼돌린 혐의(업무상 횡령) 등으로 지난해 1월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최 변호사가 배상액의 15%만 받기로한 계약과 달리, 소송기간인 6년간 늘어난 지연이자 170억여원 중 15%인 28억여원을 성공보수로 충당하고 나머지 85%인 142억원을 차용금 변제나 주식투자 등 사적으로 사용했다고 본다. 최 변호사는 애초 지연이자가 성공보수에 포함된 것처럼 약정서를 위조한 혐의도 있다. 최 변호사 측은 성공보수에 이자를 모두 포함하기로 약정했다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성 판사는 최 변호사가 각각의 의뢰인과 만든 개별 약정서가 전체 의뢰인에 적용되는 대표약정서에 기반해 작성된 것으로 전제했다. 재판에서는 두 약정서의 원본이 없어 문제가 됐다. 이 때문에 재판부는 기소되지 않은 다른 사건의 약정서를 통해 약정 내용을 추단하고, 성공 보수에 이자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검찰은 최 변호사가 처음에는 이자 전부를 변제하지 않는 것으로 약정했다가, 이길 수 없는 소송이라 생각했던 1심이 승소로 끝나자 이자에 대한 욕심이 생겨 약정서를 변조했다고 본다. 반면 성 판사는 "변호사들의 경쟁으로 뒤로 갈수록 수임료가 내려갔다"며 "검찰이 보듯이 처음에 수임료를 싸게 불렀다가 1심 결과를 보고 높였다는 것은 맥락과 안 맞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한 지역에 모인 주민들 사이에 약정이 달랐다면 금방 소문이 나, 속이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피고인이 빚에 쪼들려 돈이 급했다면 위험을 무릅쓰고 범행을 감행했겠지만, 당시의 사정이 그렇지 않았다"고 봤다. 성 판사는 또 "비슷한 시기에 동구에서 유사한 사건이 있었는데, 처음에 수임료를 배상액의 20%로 했다가, 15%로 내렸다가, 원금의 15%를 이자 전부로 바꾸고, 마지막으로 피고인의 성공보수와 동일한 내용으로 진행했다"며 "그 사건도 약정은 제대로 된 것으로 인정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마 동구에서도 북구의 성공보수가 어떻게 체결됐나 관심을 가졌을 것"이라며 "검찰이 보듯이 피고인이 배상 총액의 15%만 계약했다면, 동구는 북구보다 더 높은 금액에 계약하지 않고 '최인호 변호사를 선임하겠다'고 할 법하다. 당시 피고인은 이자 전부를 성공 보수로 받겠다고 약정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최 변호사는 탈세 혐의(조세포탈)로 지난 2월 23일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그가 집단 소송을 대리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챙긴 뒤, 차명계좌에 나눠 보유하는 식으로 수십억원대 탈세를 저질렀다고 본다. 서울고검 감찰부는 최 변호사가 전현직 검찰 간부들에게 줄을 대 '봐주기 수사'를 받았다는 의혹과 정·관계 유력 인사에 금품 로비를 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2018-04-12 15:32:57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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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에서 얻는 '청년-노인' 공감 아이디어…13일 접수

서울시가 청년-노인 갈등 해소를 위해 '어르신에 대한 지역사회 인식개선 및 세대공감 사업' 일반인 참여자를 13일부터 모집한다. 시가 올해 처음 시작하는 이번 공모는 지난해 8월을 기점으로 우리사회가 고령사회(전체 인구 중 65세 인구 비중 14% 이상)로 접어든 데 따라 준비됐다. 시 관계자는 12일 "이번 공모사업을 통해 노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노인들이 본래 살던 정든 지역사회 내에서 외로움이나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청년층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살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사회적 우정'의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고 사업 배경을 밝혔다. 사업에 최종 선정된 팀에는 1000만원 내외의 사업비가 지원된다. 모집 기한은 26일 오후 6시 까지다. 시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수용하기 위해 공모 분야에 별도의 제한을 두지 않았다. 전 세대 공감과 참여 프로그램 발굴, 노인에 대한 인식개선 프로그램 발굴, 노인 친화적 사회 분위기 조성까지 고령화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사업이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지원 자격은 서울시에 주 사무소를 두고 국가 또는 지자체의 허가·등록 또는 지정 등을 받은 사회복지 관련 기관, 비영리법인·단체,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 최근 2년 이내 관련 사업을 수행한 실적이 있는 기관(단체)이다. 공고일 현재 결격사유가 없는 기관으로 순수 종교 활동 단체와 단순 친목단체, 유사단체에서 이중 신청 한 경우는 제외된다. 신청은 서울시 누리집(www.seoul.go.kr) 고시·공모에 게시된 제출서식에 맞게 작성한 후 이메일(sorasms@seoul.go.kr)로 하면 된다. 시는 1·2차 심사를 거쳐 5월 중 최종 선정단체에 개별 통보한다는 계획이다. 시가 참고하는 외국 사례는 일본 구마모토 현이다. 우리보다 초고령 사회에 먼저 진입한 이곳에는 치매 환자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모여 교류하는 '치매카페'를 운영해 노인과 공존하는 환경을 조성했다고 시는 설명했다. 카페 안에는 치매환자와 가족을 지원하는 '치매콜센터'도 함께 있어 초기에 치매환자를 발굴하고 그에 맞는 시설, 병원 등을 연계해주는 연결망 역할도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충북 옥천군의 '치매안심마을'이 우수 사례로 꼽힌다. 버스·보건소·경찰서·소방서·택시 등 유관 기관과 촘촘한 치매 안전망을 구성해, 실종된 치매노인을 2시간 만에 발견하고 안전하게 집으로 귀가시킨 내용이다. 이밖에도 전 계층을 대상으로 한 치매인식개선교육과 홍보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김복재 서울시 어르신복지과장은 "누구나 나이가 들어가고 노인이 되지만 그들을 이해하고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려는 공동체에 대한 인식은 날로 저하되어 사회적 우려를 낳는 상황까지 이르게 됐다"며 "이번 민간공모 사업을 통해 노인과 청년 등 비노인층이 교류하고 서로 이해하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다양한 생활 속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올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2018-04-12 09:02:04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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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0년을 향해…서울시, 광복군 C-47 비행기 전시관 개관

서울시가 여의도 소재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공간 'C-47 비행기 전시관'을 재단장하고 11일 새로 개관했다고 12일 밝혔다. 11일은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이 선포된 날로, 이번 재개관은 서울시가 3·1운동 100주년과 대한민국 100주년을 1년 앞두고 준비했다. C-47 비행기 전시관은 국내 유일한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공간이다. 1945년 8월 18일 한국광복군 정진대(이범석, 장준하, 노능서, 김준엽)가 미국 OSS 부대와 C-47로 착륙했던 지점으로 시민들에게 광복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시 관계자는 "실제 임정요인이 타고 온 비행기와 동일 기종인 C-47기를 임시정부 수립일에 맞춰 재개관 한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서해성 3·1운동 100주년 서울시기념사업 총감독은 "3·1운동은 우리민족사의 거대한 생일이며, 민주공화정 수립의 중심에는 치열한 항일운동이 있었다"며 "C-47 수송기는 중심적인 역할을 이행해 온 의미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이번 재개관과 더불어 특별 전시회도 이어진다. 2018년 전시관 개관 특별전인 '움직이는 100년'은 항일 독립운동 역사 속 명장면을 10편의 움직이는 이야기로 제작한 것이다. 11일부터 8월 16일까지 진행된다. 시민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역사 속 명장면 10편은 'C-47 비행기' '대한민국임시정부와 한국광복군' '백범 김구' '만주 무장독립운동' '안중근의 하얼빈 의거' '윤봉길의 상하이 홍커우 의거' '일왕에게 수류탄 던진 이봉창' '대한독립만세 태극기' '3·1운동과 헌법의 탄생' '1919년 3월 1일 기미독립선언' 등을 주제로 만들어졌다. 전시영상은 C-47 비행기 내부에 설치된 12대의 모니터를 통해 각각 상영된다. 2대의 모니터에서는 10편의 이야기가 하나로 어우러져 음향과 함께 관람할 수 있다. 토크 행사도 열린다. 전시관 개관 기념행사로 대한민국임시정부 99주년에 듣는 '이회영 이야기 ·백정기 이야기'가 임시정부수립 기념일인 13일 오후 3시에 진행된다. 우당 이회영 선생 손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국회의원, 구파 백정기 의사의 손자 백재승 씨의 비행기 토크로 항일 운동의 가치를 되새기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시 관계자는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올해 여의도 공원을 찾는 시민들에게 3·1운동 100주년과 독립역사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전시관을 활용한 다양한 기획전시(교육프로그램)와 특별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5월 예정된 독립운동 GIF 공모전 '내가 만든 움직이는 100년'을 시작으로, C-47 미디어 파사드(8월), C-47 비행기 극장(10월), 임시정부 요인 환국일 기념행사(11월)를 진행할 예정이다.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3.1운동 100주년, 대한민국 100주년 기념사업 누리집(http://seoul100.kr)'에서 확인 할 수 있다. 김인철 복지본부장은 "C-47기 비행기 전시관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통해 우리 독립운동 역사의 빛나는 순간들을 보다 쉽고 친근하게 만날 수 있다"며 "여의도 공원을 찾아가는 많은 시민들이 의미 있는 공간에서 가족들과 함께 따뜻한 봄날을 만끽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18-04-12 08:47:51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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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국정농단 2심' 간다…검찰 항소

검찰이 국정농단 '최정점'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판결에 불복해 11일 항소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박 전 대통령 1심 선고 중 무죄 부분과 그에 따른 양형이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검찰은 1심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의 부정청탁과 제3자뇌물죄를 인정하지 않은 데 대해 다투려는 취지로 보인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지난 6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박 전 대통령의 18개 혐의 중 16개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구형은 징역 30년에 벌금 1185억원이었다.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된 박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는 ▲롯데 신동빈 회장 부정정탁에 따른 70억원 제3자뇌물수수 ▲SK그룹 89억원 K재단 추가 출연 요구 ▲코어스포츠 용역대금과 말 3필, 보험료 등 삼성의 정유라 승마 지원 72억9427만원 수수다. 반면, 재판부는 삼성그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승계 현안 해결이라는 부정청탁 대가로 미르·K스포츠재단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각각 204억원과 16억2800만원 뇌물을 공여했다는 혐의(제3자뇌물수수) 두 가지는 증거 부족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에 대한 삼성의 명시적·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볼 뚜렷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선고 직후 검찰은 "최종적으로 법과 상식에 맞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항소를 예고했다. 이번 항소로 박 전 대통령의 의지와 상관 없이 재판은 고등법원으로 이어지게 됐다. 앞서 검찰은 형사22부가 '비선실세' 최순실 씨에 대해 박 전 대통령과 같은 이유로 영재센터와 재단 뇌물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자 항소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도 이 부회장이 2심에서 같은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자 상고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의 국선 변호인단도 항소 의사를 밝혀둔 상태다. 박 전 대통령은 국선변호인이 아닌, 앞서 자신을 변호했던 유영하 변호사와만 접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8-04-11 14:54:51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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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멈추지 않는다] ⑥ 여니공방의 향긋한 도전 "우리동네 향기, 저한테 맡기세요"

꽃과 함께 자라나 플로랄 디자인을 배우던 청년이 방향제 공방을 차렸다. 향기에서 향기로. 언뜻 일관성 있어보이지만, 그 사이 약국 전산원으로 8년을 보냈다. 취미로 시작한 방향제 만들기가 운명으로 다가와, 지난달 사직서를 내밀었다. 서울 성북구 성북동 '여니공방'의 주인 정소연(29) 씨는 지난 10일 "벌써 손님 100명을 넘겨 놀랐다"며 입꼬리를 올렸다. 이날은 개업 한 달 째. 업계 선배들이 '6개월은 굶을 각오 해야 한다'던 공방 데뷔는 성공적이었다. ◆꽃과 자란 꿈, 가시에 찔리다 정씨는 어린 시절 동네 꽃집을 자주 오갔다. 그에게 꽃은 친구이자 꿈이었다. 언니와 꽃집 오빠가 지금도 연락할 만큼 친하다 보니, 영향이 클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레 대학에서 플로랄 디자인을 배우게 됐다. 2학년이던 2008년 봄. 실전을 배우겠다며 꽃집에 취업했지만, 현실은 장미 가시보다 아프기만 했다. "학업을 그만두고 청량리의 한 꽃집에 취직했지만, 1년생을 다년생으로 속여 파는 관행에 '이건 아니다' 싶어 퇴사했지요. 1년만 사는 꽃을 '화분만 잘 옮겨 심으면 된다'고 한 뒤에, 나중에 손님이 다시 오면 '화분을 잘못 갈아 그렇다'는 식으로 말하도록 시키더군요." 정씨는 6개월만에 '꽃길'을 벗어나,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운 좋게 어느 대형 약국의 전산 업무를 맡게 됐다. 정씨를 높이 평가한 약국 측 제안으로 수습기간 3달만에 정직원이 되었다. 높은 월급은 만족스러웠지만, 가슴 한켠이 늘 허전했다. "환자분들이 억지를 부릴 때 가장 힘들었죠. 본인이 아침 약을 안 챙겨드시고는 전화로 '너희가 저녁약을 덜 줬다'는 식으로 말씀하시거나, '약을 빌려달라'는 분도 계셨어요. 약의 개수와 날짜 계산을 요구하는 전화도 받아야 했고요. 약값을 덜 주려 한다든가, 처방전 없이 오셔서 '처방전 받으러 가다 혈압 올라 쓰러지면 어쩌느냐'는 분도 계시니 힘들 수밖에요." 도피처는 캔들이었다. "2011년쯤 블로그를 시작할 때 한창 화제였던 소이캔들을 만들어 포스팅하기 시작했어요. 방문자들이 사고 싶다는 반응을 보일 때부터 가게를 열고 싶다는 생각을 키워왔죠." ◆'완전한 준비'는 오히려 방해…결단이 행복으로 블로그에 마지막으로 손을 댄 2014년에는 어버이날 선물용 카네이션 캔들 80개를 팔았다. 프리마켓에서는 130만원어치를 팔아 가능성을 엿봤다. 행복한 일탈은 잠시. 정씨는 틀에 부어 만드는 컨테이너 캔들에 흥미를 잃어갔다. "국가통합인증마크(KC)를 받고 간이사업자 형식으로 캔들을 팔려고 했지만, 상자 보관부터 시작해서 버거운 점이 많더라고요." 하루 방문자 3000명 수준이던 블로그는 식어버린 열정과 이직 등으로 잠잠해졌다. 이후 손으로 빚어 만드는 방향제를 알게 된 정씨는 지난해 5월 백혜나 서울 디자인 크래프트 협회장을 찾아가 석고 다루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다시 '만드는 재미'를 느끼게 됐어요. 선생님 덕분에 제가 이 가게를 차렸다고 생각해요. 선생님은 항상 행복해 하시면서 '이게 일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하시더라고요. 저 역시 쉬는 날 없이 아침 일찍 가게에 나와 새벽에 집으로 들어가고 있어요." 정식 영업 시간은 오전 11시~오후 8시지만, 아침 7시에 일어나 가게 살림을 준비한다. "제가 챙기는만큼 가게가 돌아가니까요." 월급쟁이가 취미를 직업으로 삼으려면 만반의 준비와 상당한 용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정씨는 확신 말고는 아무것도 완벽하지 않았다고 한다. "출퇴근 할때면 '집으로 향하는 골목에 내 가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했어요. 그런데 마음에 둔 두 자리가 동시에 비워진 거예요. 한 자리가 금방 나가니 초조해서 바로 계약을 추진했죠." 평소 걱정과 망설임을 거듭하던 그가 창업을 선언하자, 친구들은 선택의 무게를 인정해줬다. 스승인 백 회장도 '완전한 준비를 하려 들면 공방을 차릴 수 없다'며 지지했다. 부모님은 '지금 사고치는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지만, 그의 열정과 손님들의 반응을 지켜보면서 아낌없이 응원하고 있다. 포근한 가게 내부는 아버지가 단장해주었다. "두 분이 가끔 저에게 디자인을 제안하기도 하세요. 저 우드 코스터는 모과나무를 잘라 만든 것인데, 아버지께서 제안해주셨죠." ◆고민 들어주며 '사람 냄새' 파는 가게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성격도 공방 운영에 도움이 된다. 손님들이 가져오는 사연 대부분은 의외로 사랑이 아닌 경우가 많다. "처음 오신 분께서 이직 고민을 털어놓고, 나중에 본인이 어느 회사에 지원하고 있는지 알려주곤 하세요. 일을 도와주러 오는 언니가 '왜 여기 오는 사람들이 본인 이야기를 하느냐'며 신기해하기도 하죠." 자녀와 함께 수강하려는 학부모의 문의도 많다. "가게 차리려고 내부 공사를 하고 있는데 여덟 분 정도 오셔서 물어보셨을 정도로 관심이 뜨거워 놀랐지요. '아이가 산만한데 키즈 클래스가 있느냐'는 내용인데, 다음주에 한 명부터 시작할 예정이예요." 정씨는 "이제 꿈에 발을 담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일단은 제 수강생이 많아지고, 백 선생님처럼 외국에 출강 다니는 삶을 살고 싶어요. 제 작품 하나하나가 외국에 알려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여니공방의 세계화는 이미 시작됐다. "얼마 전 러시아인 가족이 왔는데,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 아이만 한국말을 할 줄 아는 거예요. 아이 엄마가 '바라'라고 말하기에, 아이가 '바다'라고 바로잡았죠. 바다 느낌을 좋아한다는 의미였는데, 엉뚱하게도 선인장 모양 석고 방향제를 사 갔어요. 처음엔 5000원이 비싸다고 놀라더니, 금액의 의미를 깨닫고는 '너무 싸다'며 놀라더군요(웃음)."

2018-04-11 13:53:51 이범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