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1사 1교 금융교육 1년..."만족도 높았다"
중학교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보드 게임을 한다. 말이 지도 위를 뛰는 동안 장난감 지폐가 분주히 오간다. 주어진 돈으로 무엇을 할 지 고심하는 눈빛이 은행원 못지 않다. 지난해 9월 서울 여의도 윤중중학교에서 열린 금융 교육의 한 장면이다. '국민체감 20대 금융관행 개혁'을 위해 금융감독원이 추진한 '1사 1교 금융교육(이하 금융교육)'이 다음달 1주년을 맞는다. 88%의 학생이 강의에 만족하는 등 금융 사각지대 해소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5년 보이스피싱 피해자 가운데 20~30대 비중이 절반(57.4%)을 넘었다. 젊은 층의 금융 지식이 도마에 오르는 동안, 학교와 금융사는 여러 방법으로 경제를 가르쳤다. 교육에 따른 성과도 다양했다. ◆심화학습 신청하고 해외 연수도 대구시 경상여고는 지난해 대구은행 복현지점과 결연을 맺었다. 금융특강 이후 1학년 27명과 경제 금융 동아리 학생 24명이 학교에 진로집중과정으로 경제금융 관련 교육과정을 건의했다. 학교 측은 올해 2학기부터 상경행정 과정을 운영하기로 했다. 서울 삼선중학교는 SC제일은행 돈암동지점과 결연을 맺고 해외로 나갔다. 지난해 480명이 교육을 받았고, 1학년 180명이 종로 본점으로 초청돼 금융 교육을 받았다. 학생들은 영업부 객장과 대여금고, 러닝센터, 뱅크샵 모형관 등을 견학하며 실무진들로부터 은행 업무를 배웠다. 금융교육 전문강사 지도로 생활금융 기초용어를 익히고 빙고 게임을 통해 은행 업무를 알아가는 등 체험형 학습도 했다. 삼선중을 비롯해 32개 학교에서 금융교육을 한 SC제일은행은 각 학교에서 25명을 선발해 홍콩 연수 캠프도 진행했다. 이 학교 3학년 중 한 명도 홍콩 SC은행에 방문해 경제 탐방을 했다. SC제일은행 측은 "교육에서 배운 경제상식을 실제로 체험하는 동시에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기 위한 견문을 넓혀 글로벌 인재로서의 자질을 함양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인문학에 경제 관념 엮어 울산 구영중학교는 그림을 그렸다. 학생들은 NH농협은행 범서지점과 함께 매주 수요일 7교시를 기다렸다. 과학과 미술, 국어와 수학 등 교과와 연계해 경제 이론과 원리를 실생활 속에 적용할 수 있게 했다. 이 학교 진로직업교과 교사 이미화씨는 "도덕이나 사회 같은 인문학 교과에서 해당 단원에 맞춰 관련 동영상을 보거나 직업 정보를 알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대전 버드내초등학교는 교장이 두 발 벗고 나섰다. 이병대 교장이 직접 학생들에게 금융 교육 신청을 권유하고 다녔다. 백민호 경제담당 교사는 모든 학년 담임을 한 명씩 만나 1사 1교 교육의 중요성을 설명하며 학생들의 참여를 끌어냈다. 그 결과 삼성카드 남부콜렉션총괄지원팀과 결연을 맺어 금융교육을 진행했다. 그 결과 2, 3학년을 제외한 각 학년이 한 반씩 교육을 받았다. 고학년인 5, 6학년은 두 차례에 걸쳐 3개반씩 수업을 들었다. 이 학교는 참가 인원을 미리 파악해 교재를 배포하고 예습까지 진행했다. 교육 시간에 학생들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신청률 세종시 1위 그 결과, 학생 88%가 금융교육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과 지난 2월에 연속으로 교육부장관 상을 받았다. 이렇게 강의를 들은 초·중·고등학생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6만6023명에 달한다. 금융교육 신청 학교는 2849곳으로 전국 초·중·고교(1만1446개교)의 25%다. 초등학교 1261개, 중학교 1127개, 고등학교 461개교가 신청했다. 지역별 신청비율은 세종시 42.6%, 대구시 42.4.%, 인천시 36%, 제주도 33.5%, 대전시 31.4% 순이다. 금융회사의 경우, 본·지점 2만3720곳 가운데 2190개 점포가 결연을 맺었다. 금감원은 1년에 두 차례 금융교육 신청을 받는다. 매년 3~4월과 7~8월에 학교들이 금감원 교육센터 홈페이지를 두드린다. 금융사는 각 지점의 신청을 취합한 본사가 금감원에 신청한다. 이후 금감원이 공지한 학교와 회사는 결연을 맺어 교육 과정을 만든다. 학생들은 학기당 2회 이상, 최소 4시간씩 금융을 배운다. 지난해 금융교육을 처음 받은 학생이 71%를 차지했다. "금융 교육 사각지대를 없애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올해도 순항…"목표는 5천 곳 결연" 금융교육에 열성적인 서태종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향후 경제활동에 참여할 초·중·고교생들의 금융교육을 꾸준히 전개해 나갈 것"이라며 "산간, 도서벽지 등 금융교육 혜택이 상대적으로 힘든 지역으로 금융교육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금감원은 초·중학생만 교육하기로 했다. 그러나 1차 신청 기간에 몇몇 고등학교가 참여 의사를 밝혀왔다. 예상과 달리 500개 넘는 학교가 교문을 여는 등 반응이 뜨겁자, 2차 신청 기간인 지난해 7월부터 고등학교 신청도 받기로 했다. 올해도 참가 신청이 이어지고 있다. 권영발 금융감독원 금융교육센터 팀장은 "올해도 결연을 많이 하고 있고, 금융회사도 적극적으로 하는 곳이 생겼다"며 "저축은행이 지난해보다 많이 신청해 실제 결연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목표는 올해 5000여 학교가 결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강사 연수와 전문강사 인증제 등으로 우수 강사를 확보할 예정이다. 내실있는 교육을 위해 참여학교 피드백 간담회와 다양한 콘텐츠 개발도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