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사고 삼표산업 이번엔 담합 들통… 공정위 삼표 등 19개 사업자에 과징금 131억원
사업장 사망사고를 내 중대재해처벌법 1호 수사 대상이 된 삼표산업이 이번에는 지역 레미콘사업자들과 납품가격과 물량을 담합하다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레미콘의 가격과 물량을 담합하고 거래 지역을 분할한 삼표산업과 유진기업 등 19개 레미콘 제조·판매사업자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31억38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담합은 삼표산업·유진기업 등 업계 1~2위를 포함해 다수의 지역 중소 사업자가 포함됐다는 특징이 있다. 과징금 규모는 민수 레미콘 담합 사건 기준으로는 역대 2번째 규모다. 담합에 가담한 업체는 신성콘크리트공업, 유진기업, 삼표산업, 우신레미콘, 신흥, 원신레미콘, 효신개발, 성신양회, 동양, 한일산업, 한라엔컴, 아주산업, 쌍용레미콘, 우진레미콘, 성신레미컨, 미화콘크리트, 대원아스콘지점대원레미콘, 신성레미콘, 태창레미콘이다. 이들 업체의 담합은 경기 고양시·서울 은평구와 경기 파주시 두 개 지역으로 나눠 이뤄졌고, 삼표기업과 유진기업, 신성콘크리트공업 3곳이 공통 가담했다. 신성콘크리트공업의 경우 이번 사건 담합의 단체대화방을 주도하는 등 총무역할을 맡았다. 공정위 조사 결과, 경기 고양시와 서울 은평구 지역에선 5개 업체가 개인단종 수요처에 판매하는 레미콘 납품가격을 기준단가의 80%~85% 수준으로 책정하기로 합의했다. 레미콘 업체들은 기준단가에 거래 건별로 다른 할인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레미콘 판매 가격을 책정하는데, 이 사건 레미콘 업체들은 서로 동일한 기준단가표를 사용했다. 또 각 사별 전년도 공급량과 시장점유율 등을 기준으로 수요처별로 레미콘 공급물량을 서로 배분해 나누기로 합의했다. 경기 파주지역에선 17개사가 레미콘 납품가격을 기준단가의 78%~95% 수준으로 책정하기로 합의했고, 고양지역과 마찬가지로 수요처별 레미콘 공급물량을 서로 배분하기로 합의했다. 나아가 이번 담합에 가담한 19개사는 두 지역을 대상으로 자신의 공장이 소재하지 않은 상대지역 레미콘 수요처에 대해서는 서로 레미콘을 공급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만약 상대지역에 레미콘을 공급하는 경우 가격 경쟁을 회피하기 위해 상대지역의 가격 수준으로 레미콘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번 담합은 2013년 초 경기 고양시·파주시 지역 레미콘사 간 치열한 경쟁으로 레미콘 시세가 하락하고 수익이 악화된 상황이 배경이 됐다. 업체들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각 지역별 대표자급-영업팀장급 회합체를 구성해 담합을 시작했다. 대표자모임이 영업팀장 모임 측에 판매가격 수준과 물량을 배분하는 방안 등 합의 내용을 구체화하라고 지시하면, 영업팀장 모임은 구체적 합의 내용을 짜고 실행 결과를 보고하는 식이었다. 담합은 주기적인 대면 모임은 물론 카카오톡, 텔레그램, 네이버밴드 등 SNS를 활용해 수시로 이뤄졌다. 특히, 가격 담합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각 사 영업팀장들로 구성된 감시조를 편성해 경쟁업체 공장을 실사하거나, 각 사의 출하가격, 출하량 등을 주기적으로 공유했다. 담합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레미콘을 판매한 업체에 대해선 물량 배정시 일정 물량을 차감하는 패널티도 부과했다. 거래지역 분할담합의 경우, 예컨대 파주지역 업체가 고양지역 레미콘 수요처와 공급계약을 체결한 경우 고양지역 업체가 대신 납품하고 해당 파주지역 업체는 납품대금의 3~5%의 금액을 지급받는 방식(매입매출과 유사)으로 담합을 실행하기도 했다. 공정위 카르텔조사국 전상훈 과장은 "이번 조치는 경기 고양시와 파주시 지역 레미콘 판매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는 레미콘 제조·판매사들이 약 8년의 장기간에 걸쳐 가격·물량을 담합하고 거래지역을 분할한 행위를 적발·시정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추후 건설 원부자재 등 전·후방 산업에 걸쳐 연관효과가 큰 중간재 품목에 대한 담합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 적발 시 엄중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