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에도 느긋한 신한·하나·KB CEO 인사
하나·신한, 외부 영향 적어 인사 변수 없을 듯…KB금융, 국정 혼란 속 '행장 분리' 쏙 들어가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인사가 '최순실 블랙홀'에 빠진 가운데, 민간은행인 신한·하나·KB금융은 별 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공기업의 기관장은 후보자 검증 작업과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야 임명이 가능한 반면, 민간은행은 내부적으로 인사 진행이 가능하기 때문. 임기 만료를 목전에 둔 신한·하나·KB금융 CEO들의 연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내년 3월, 윤종규 KB금융지주회장 겸 KB국민은행장은 내년 11월 임기가 만료된다. 신한금융의 경우 한동우 지주 회장은 연임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포스트 한동우' 체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차기 회장 유력 후보로는 지난해 신한은행장 직을 두고 경쟁을 벌인 조용병 은행장과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이 거론되고 있다. 조용병 행장은 2015년 취임 후 '리딩뱅크'로서의 신한은행의 입지를 굳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한은행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1조267억원으로 조 행장이 취임하기 전 2014년 상반기(8419억원)보다 21.9% 증가했다. 또 써니뱅크 출범과 스마트근무제 도입 등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했다는 평가다. 위성호 사장은 올해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수익감소 요인에도 신한카드의 순익을 개선하는 등의 성과를 보여 최근 3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조 행장의 대항마로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한동우 지주 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 24일 만료됨에 따라 신한금융은 올해 말 회장추진위원회를 가동하고 내년 후보군을 발표할 예정이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의 연임여부도 눈길을 끌고 있다. 통합 KEB하나은행의 초대 행장인 함 행장은 옛 외환과 하나은행의 통합 과정에서 큰 마찰 없이 성공적 결합을 이뤘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았다. 실적 성장세도 눈에 띈다. 하나은행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7990억원으로 함 행장 취임 전 2014년 상반기(5562억원) 보다 43% 늘었다. 다만 최근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지난해 KEB하나은행에서 특혜 대출을 받았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연임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최순실 사태 이후 '행장 분리' 의견이 잠잠한 상태다. 현재 KB금융은 지주와 은행의 CEO가 겸임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전략적인 경영체제를 갖추기 위해선 분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 윤종규 회장의 임기는 아직 1년이 남아 있으나, 윤 회장의 임기 마지막해인 만큼 행장 분리를 해야 연임에도 부담이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최순실 사태 이후 임종룡 금융윈원장이 신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되면서 금융공기업의 인사가 미뤄지는 동시에 행장 분리에 대한 추진력도 약해질 전망이다. 국민은행의 인사 문제는 오히려 자유로워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국민은행은 최근 '행장 분리' 이슈가 대두되면서 국민은행장 자리에 '낙하산 인사'가 내려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지난해부터 공석인 국민은행 상임감사 역시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신응호 전 금융연수원 부원장, 주재성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 중 한 명이 낙하산으로 올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 이후 정국이 마비되면서 당분간 상임감사 자리는 공석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민간은행은 금융공기업 만큼 외부 입김이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CEO 인사에 별 다른 영향을 미칠 것 같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최순실 사태가 워낙 방대하고 민감한 만큼 언제 어떻게 불똥이 튈 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채신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