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한번 흔들어 볼까"...행동주의 펀드 하나 둘 목소리 내기 시작
KT&G, 영풍 등 주요 기업들이 행동주의 펀드의 압박을 받는 가운데,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그 움직임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배당 확대·자사주 매입 요구를 넘어 지배구조 및 이사회 개편까지 논의가 확대되면서, 기업들도 신중한 대응을 보이고 있다. 주주가치 제고와 경영권 침해 우려가 맞물리며 긴장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면서 행동주의 펀드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7일 영풍 이사회는 6.62% 수준의 자기주식을 전량 소각하고 주당 액면가를 10분의 1로 감소시키는 액면분할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액면분할은 올해 상반기 내로 완료될 계획이다. 앞서 행동주의 펀드인 머스트자산운용과 영풍정밀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제안서를 영풍에 제출했다. 머스트자산운용은 영풍의 지분 3%가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영풍정밀은 3.59%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머스트자산운용은 공개서한을 통해 자사주 소각, 액면분할, 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을 제안한 바 있다. 영풍은 지난해 매출액 2조7957억원, 영업손실 1622억원, 당기순손실 263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 역시 전년 동기보다 약 26% 감소한 수준으로 실적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적 부진을 기록한 가운데, 영풍이 고려아연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거버넌스(지배구조) 정상화를 언급하고 있는 만큼 주주가치 제고 제안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풀이된다. 반면,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를 받고 있는 기업도 있다. 최근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는 방경만 KT&G 사장 취임 1년 성과에 대한 평가 서한을 회사 측에 발송했다고 알렸다. FCP는 해당 서한에 "취임한 2024년 3월 28일부터 올해 2월 28일까지 KT&G 주가는 4.9% 성장에 그쳤다"며 "KT&G는 글로벌 5위 회사인데 1∼4위 회사들 주가는 동기간 35%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7일 기준 KT&G의 주가는 9만7500원으로 전년 동기 9만1800원보다 소폭 높은 수준이지만 지난해 고점보다는 27.37% 떨어졌다. 이에 대해 KT&G는 "지난해 코스피 약 9% 하락세에도 당사의 총주주수익률(TSR)은 29.2%를 달성하고 지난해 주가는 최고가 12만6400원(11월29일)을 기록하는 등 선방했다"며 "다만, 최근 코스피 약세장 지속 및 배당기준일 변경에 따른 배당락 등 영향으로 당사의 최근 주가는 소폭 하락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KT&G는 지난해에도 행동주의 펀드들의 요구에 따라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던 만큼, 다시 세워지는 대립 각에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에만 약 5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5900억원 수준의 배당을 결정하면서 총주주환원율 100%를 달성했다. 이와 더불어 약 4년 만에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증가세를 보였다. KT&G의 지난해 매출액은 5조9095억원으로 역대 최대였으며,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23.8% 증가한 1조1416억원을 달성했다. 강은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KT&G는 향후 연간 6000억원 내외 규모에서 주당 배당금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며, 자사주 매입·소각도 계획대로 진행될 예정"이라며 "식음료 업종 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본업 또한 안정적인 만큼 주가의 하방 경직성은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당에서 지배구조까지...확대되는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영역 최근 코웨이의 지분 약 2.84%를 확보하고 있는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는 이사회 개편을 두고 코웨이 측과 대립한 바 있다. 당시 얼라인파트너스는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강조하면서 집중투표제 도입과 이남우 사외사이 선임을 요구했다. 당시 코웨이는 해당 제안을 반박했지만, 지난달 이 후보자는 결국 자진 사퇴했다. 코웨이는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 후보로 선정됐던 이남우 후보자가 일신상의 사유로 자진 사퇴했다"며 주주총회소집공고 정정공시를 냈다. 상법상 2개 이상의 각기 다른 기업에서 이사·집행임원·감사로 재임 중일 경우 상장사의 사외이사를 겸할 수 없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한솔홀딩스, SBS 등 비상장사에서 감사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순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웨이 사례에서 확인된 핵심 이슈는 지배구조 변동 이후 주주환원율 급격 하락과 이로 인한 밸류에이션(PBR) 저하"라며 "얼라인 공개 캠페인 진행에 따라 유사 조건 기업에 동일한 요구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짚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꾸준히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는데, 주주환원율이 하락한 기업이라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발생 가능 기업으로는 휴메딕스, 포스코인터내셔널, 파마리서치, 동진쎄미켐, 동원F&B 등을 꼽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얼라인파트너스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사업구조개편안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국민연금 및 소액주주들과 연대했다. 주주들의 반대가 거세지면서 두산에너빌리티는 결국 두산밥캣 지분 46%를 두산로보틱스로 이전하는 분할합병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사모펀드·행동주의 펀드들은 기업이 효율적이고, 정도경영을 하는데 있어 일침을 가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나 이익만 남기려고 하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며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 사태처럼 돈이 남지 않을 경우,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는 등 이익을 남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재무적 투자자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