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깊은 人터뷰] 양선흥 팜킷 대표, '맛 데이터 정량화'..."기술로 식탁을 바꿉니다"
'오늘 뭐 먹지?'라는 인류 보편의 고민을 데이터 기반으로 해결하겠다고 나선 이가 있다. 푸드테크 스타트업 팜킷의 양선흥 대표는 '입맛은 데이터다'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개인의 식성, 영양적 요구, 구매 목적까지 반영하는 인공지능 엔진을 만들고 있다. 식품은 가장 보편적인 소비재이자 가장 보수적인 산업이다. 수요는 명확하지만 '취향'이라는 비정형 변수 탓에 디지털 전환은 여전히 더디다. 양 대표는 이러한 식품 산업에 인공지능 기술로 도전장을 내민다. 그는 식재료의 영양 성분, 조리법, 식감, 풍미, 음식 간 유사도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알고리즘 '테이스트-인텔리전스(미식 지능)'을 개발했다. 팜킷의 테이스트-인텔리전스는 한 끼 식사, 간편식, 건강기능식품, 펫푸드 등을 제공하는 고객사의 제품 기획, 마케팅 전략, 자사몰 고도화 등에 적용되고 있다. 신규 고객이나 신제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경우에도 활용 가능해 기존 구매 이력을 바탕으로 하는 분석법의 한계를 보완해 주는 것도 특징이다. 식품과 기술의 경계에서 접점을 만들어 내고 있는 양선흥 대표에게 새로운 푸드테크 생태계에 대한 최신 지견을 들어봤다. -팜킷의 '테이스트-인텔리전스'는 어떻게 차별화됐나. "우선 관능적인 요소들을 수치화하고 각종 데이터를 정량화하는 데 중점을 둔다. 그리고 고객 취향을 학습하고, 서로 다른 음식의 유사도를 계산한다. 제품 라벨, 조리법, 성분표, 유저 구매 이력 등 텍스트 기반의 데이터만으로 150가지 이상의 식품 특성을 추출하고 있다. 기존 관능 검사나 설문조사로 입맛을 파악하는 것에 비해 정확하다. 또 초기 진단형 설문을 통해 사람 입맛에 대한 프로파일을 빠르게 구성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 '짜장면'을 좋아한다면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이 사람은 간장 베이스의 볶음 조리 음식을 선호할 확률이 높다고 추정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간장 소스를 응용한 다른 음식을 추천할 수도 있다. '닭고기'를 싫어한다는 말 한마디에도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호, 불호가 있을 것이고 퍽퍽한 식감, 닭 비린내, 채식주의, 알레르기 등 원재료, 식감, 향미, 가치관, 개인 건강까지 여러 원인이 작용하고 있다."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많은 질문이 필요한가. "그렇지 않아야 한다. 요즘 유행하는 MBTI 검사나 먹BTI 유머를 떠올려보면 단 네 글자로 서로를 알아간다. 그런 관점에서 복잡한 인간을 컴퓨터가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 도구가 인공지능이다. 마치 오래된 단골 가게에서 말하지 않아도 내주는 친숙한 힐링 푸드를 먹으며 편안함을 느끼듯 각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바로 얻을 수 있게 된다. 디지털 전환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팜킷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해 누구나 쉽게 첨단 기술이 가져오는 변화를 경험하길 바란다. 특히 유통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 취향을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 팜킷 기술력의 핵심이다." -실제로 팜킷을 활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나 성과는 무엇인가. "마케팅 비용과 물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마케팅과 유통 비용을 과도하게 지출하면 결국 재료비를 절감하거나 제품의 양질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고객 만족도는 떨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나는 실정이다. 배달이나 구독이 대중화된 상황에서도 물류비나 식자재 낭비가 발생하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팜킷은 '개인화'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마케팅 전략을 최적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마케팅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방식이 많은데 적합한 제품과 정교한 서비스는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좋은 제품과 훌륭한 서비스만으로도 고객의 충성도를 이끌어내고 안정적인 매출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시장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팜킷이 공략하는 시장은 어떤 영역인가. "크게 일상식과 특별식으로 시장을 구분하고 있다. 일상식은 말 그대로 평소 매일 아침, 점심, 저녁을 위한 식사를 의미한다. 특별식은 건강식이나 당뇨, 지방간 등 만성질환을 앓거나 요양하고 계신 분들의 메디케어 기능을 갖춘 식사다. 특별식의 경우 보다 전문 역량이 필요하다. 실제로 팜킷 내부에서도 조리사, 영양사, 식품 공학자 등의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밖에 이너뷰티, 펫푸드, 바이오 등 영역에서도 파트너십을 지속 확장하고자 한다." -글로벌 시장 공략 계획은. "현재 미국 이커머스 플랫폼인 쇼피파이를 통해 미국 시장에 진입해 있다.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팜킷 기술을 현지화는 동시에 K푸드를 해외로 역직구하기 위한 기회도 탐색하고 있다. 국내 푸드 스타트업들과 함께 쇼핑몰이나 온라인 카탈로그 등을 구축하면서 실질적인 해외 진출 방안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외국에는 없는 한국 고유의 음식이 가진 복잡성에 대해서도 검증된 인공지능과 알고리즘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팜킷의 최종 목표는. "'맛있고 건강한 식생활은 양립할 수 없다'는 인식을 바꾸고 싶다. 사람마다 입맛도 다르고, 건강 상태도 다른데 모두에게 같은 식단을 주는 건 비효율적이다. 맛있어서 계속 먹을 수 있고, 건강해서 삶이 좋아지는 음식을 제안하겠다.. 개인적으로는 학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경영학 석사를 마쳤다. 이후에는 혁신적인 기술을 상용화하고 사업화하기 위한 직무 경험을 쌓았다. 의식주를 해결하고 식품을 생산하고 가공하고 유통하는 과정에서 과학기술을 '적용'하는 수준이 아니라 실제 소비자 경험에 깊이 공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팜킷의 기술력이 K푸드 발전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