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여는사람들] 채진원 경희대 교수 "586의 오염된 세계관, 인적 청산 넘어 유교적 습속에서 벗어나야"
더불어민주당이 조기 대선을 앞두고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다. 판세에 반전이 있지 않는 한, 노무현·문재인 정부에 이은 민주 정부 3기의 출범이 가능해 보인다. 다만 혹자는 우려한다. 더불어민주당 집권 후 이른바 '조국 사태'가 터졌고 기회의 평등·과정의 공정·결과의 정의를 기대했던 시민들의 기대가 '자녀 입시 비리 의혹'과 함께 무참히 짓밟힌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핵심인 586(50대·1980년대 학번·1960년대생)은 침묵했고 오히려 윤석열·검찰·반(反)민주세력 등 외부의 적을 만들어 진영대결로 판을 이어가며 '정신승리'를 시도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무(無)정치'와 '조급증'으로 스스로 무너졌다. 권력의 공백 상태에서 민주당 586 정치인의 유교적 세계관을 지적하고 공화주의를 제대로 실천하는 '재민주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연구자,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를 지난 16일 경희대학교에서 만났다. ◆상대를 악마화하고 진영 대결 부추기는 유교적 세계관 채진원 교수는 지난 4월10일 '조국사태로 본 586 정치인의 세계관(푸른길)'이란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부제는 '유교적 습속과 행태'다. 채 교수는 대한민국 유교 습속의 기원과 진화 과정을 추적했고 유교의 이분법적 사고의 틀이 586 정치인에도 체화됐다고 주장했다. 유교가 강조하는 성리학, 이성주의는 '이성과 반(反)이성', '이성과 감정', '선과 악' 등 이분법적, 이항대립적 세계관을 견고하게 구축하고 있다. 채 교수는 "586 정치인은 과거 독재와 싸우다 보니, 상대를 적이나 악으로 봐야 자신이 타도할 수 있었다. 과거엔 그랬어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조선의 선비 정신이 맞았던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민주화 이후 37년이 지났다. 민주주의는 상대를 존중하고 대화와 타협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586이 민주당의 주도권을 가진 후 문재인 정권을 창출했고, 대화와 타협이 되질 않았다"며 "그 후 조국 사태가 발생했고, 지금 조국 전 대표는 감옥에 가 있다. 죄의 반성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감옥 안에서도) 윤석열을 공격하고 이재명은 지지하면서 죄인이 아닌 것처럼 본질을 가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기의 악(惡)은 악도 아니고 상대가 더 악하기 때문에 상대를 악마화하면 자기 죄가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유교적인 프레임"이라며 "(당의) 내부 비판을 하지 않고 뭉쳐야 한다고 생각하니 조직 보위론이 나오고, 이견은 인정하지 않는다. 이견이 나오면 역적이 되고 배신자로 몰아간다. 이게 전형적인 유교의 논리다. 민주주의는 내부 경쟁과 토론이 있어야 하고 문제가 있으면 개선하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주의도 타락한다. 공화주의로 조화와 균형 맞춰야 채진원 교수는 더불어민주당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게 하는 '공화주의'가 대한민국 정치에 부족하다고 진단한다. 채 교수는 데모크라시(Democracy·민주주의)를 민주주의로 번역하지 말자고 주장한다. 민주주의 그 자체로 완벽한 체제, 절대선(善)의 체제로 왜곡하기 때문이다. 그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삼권분립, 법치주의, 견제와 균형, 지방자치 등이 다 공화적 가치"라며 "민주화가 되고 37년간 민주주의를 이야기하지만 공화주의를 지키자는 이야기, 견제와 균형을 하자는 이야기, 삼권분립을 하자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민주당 주도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기소 혐의를 면소할 수 있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특검법도 상정해 놓은 상태다. 채 교수는 "민주주의가 중우정(올바른 판단력을 상실한 무리에 의해 통치)나 참주정(비합법적 방법으로 정권을 잡은 독재적 통치)으로 타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나온 것이 공화주의"라며 "왜 미국에 민주당이 있고 공화당이 있겠나. 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이끌었던 정당의 과거 이름이 '전진하는 공화국(現 르네상스)'겠나"라고 반문했다. 채 교수는 국민의힘도 공화주의는 안중에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의힘도 공화주의를 생각하지 않는다. 반공자유주의자들이 많기 때문에 민주당에 이길 수 없는 논리를 말한다"며 "민주 대(對) 반(反)민주 구도 속에 들어가면 절대 이길 수 없다. 민주 대 공화로 붙어야 서로 견제가 되는데, '반공'해버리면 민주주의에 이길 수 없다"고 표현했다. ◆측은지심 아니라 동료 시민으로 봐야 채진원 교수는 586 정치인이 측은지심이 아닌 동료 시민이라는 관점에서 정치를 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측은지심이 무엇인가. 상대를 불쌍히 보는 것이고 위에서 밑으로 내려다보는 것"이라며 "동료 시민의 관점에선 측은지심에 기반한 행동이 기분 나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자제를 하게 된다. 그러면 자제하는 리더십이 생기고 중도적인 신중한 태도가 생긴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586 정치인을 대거 영입할 때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가지라고 했는데, 왜 이것이 지켜지지 않냐면 서열적인 유교적 습속, 동료 시민의 관점이 아니라 측은지심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우월한 선민·특권 의식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안으로 청교도 습속에서 나온 직업 의식과 동료 의식에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변했다. 그는 능력주의와 위계서열 기반의 관료주의가 동료 의식을 깨버리고, '통치하는 성인군자와 통치받는 소인배'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고착화시킨다고도 지적했다. 채 교수는 "기독교적 세계관은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 같은 하늘 아래 인간들"이라며 "이 관점에서 인간은 유한, 연약, 불완전하기 때문에 직업을 따질 이유가 적다. 반대로 우리는 고시를 봐야 하고, 스카이(SKY) 대학교 가야하고, 관료해야 한다. 다 유교적 습속에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 능력주의를 욕히면서 자기는 그 안에 들어가고, (성인군자 반열에 오르는) 길에 들어오지 말라는 것"이라며 "(조국 전 대표처럼) 불공정한 게임이라면서 부모 찬스를 써가면서 자기 자식들한테는 다 한다. 그런데 남들한테는 하지 말라고 한다. 이게 불공정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입시 비리를 했는데도 도덕 감정을 제쳐두고 법적으로 문제 없다며 법 감정을 이야기한다. 국민이 생각하는 도덕 감정과 법 감정이 있는데, 이것과 위반되는 본인들의 이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게 맞지 않는 것"이라며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선 상대를 외부의 적으로 설정하기보다 다양한 면을 짚어주며 '의견' 정도로만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동료 시민의 관점에서 보는 재민주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