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민영화 첫 단추 잘 뀄다
29.7% 매각 성공, 남은 공적자금 2조2000억원 가량…사외이사추천권 부여, 이광구 행장 연임은? '16년 만의 숙원' 우리은행의 민영화가 바짝 다가왔다. 정부가 다섯 번째로 시도한 이번 지분 매각에서 7곳의 투자자를 최종 낙찰자로 선정, 29.7%의 지분을 매각키로 한 것. 우리은행의 민영화를 위한 첫 단추를 잘 뀄다는 평이다. 이제 관심은 우리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 회수와 지배 구조 등에 쏠리고 있다. 13일 정부와 예금보험공사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우리은행 과점주주 매각 낙찰자 선정(안)' 의결을 거쳐 우리은행 지분 30% 매각을 위한 본입찰에 뛰어든 8개 투자자 중 7곳을 최종 낙찰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최종 낙찰자는 동양생명(4.0%), 미래에셋자산운용(3.7%), 유진자산운용(4.0%), 키움증권(4.0%), 한국투자증권(4.0%), 한화생명(4.0%), IMM PE(6.0%) 등이다. 이들이 인수를 희망한 지분은 29.7%이며, 입찰 희망 가격은 공자위가 정한 예정가격(가격 하한선) 이상으로 알려졌다. ◆16년 만의 민영화…공적자금 회수는? 이번에 선정된 최종 낙찰자가 이달 28일까지 주식 양수도 대금 납부를 완료하면 매각 절차는 거의 마무리된다. 사실상 민영화에 성공한 셈이다. 이제 남은 건 공적자금 회수다. 공자위는 지난 11일 본입찰 당일 우리은행 종가(1만2750원)뿐만 아니라 ▲이전의 주가 흐름 ▲공적자금 회수액 ▲지분 투자자의 매입 여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예정가격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우리은행은 정부가 투입한 공적자금 총 12조7663억원 가운데 8조2869억원을 갚은 상태다. 정부가 우리은행에 남은 공적자금 4조4794억원을 회수하려면 주당 1만2980원 이상은 받아야 한다. 이번 매각에서는 정부가 우리은행의 지분 4% 이상 보유한 과점 주주에게 사외이사 추천권 부여하고, 예정가보다 높은 가격을 써낸 입찰자 중 높은 가격 순서대로 희망 물량을 배정하는 경쟁입찰 방식을 적용하면서 모든 입찰자가 예정가격을 상회했다. 이번 매각(30%)에 성공하면 향후 남아 있는 지분 매각에도 긍정적이어서 정부의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에도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이번 매각으로 공적자금 약 2조4000억원을 회수해, 총 83.4%(10조6000억원)를 회수했다고 밝혔다. 잔여지분은 공적 자금 회수 측면에서 추가이익을 획득함으로써 회수율을 높일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매각에서는 공적자금 회수 기준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매각 후 가격이 오르면 추가 지분 매각을 통해 공적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 상황만 놓고 보면 향후 우리은행의 '민영화 효과'로 주가가 추가 상승해 정부의 공적자금 회수 목표도 성공할 것이란 전망이다. ◆향후 지배구조, 행장 연임 등 '눈길' 우리은행 지분 매각에 따른 향후 지배구조와 이광구 행장의 연임 등도 관심을 끌고 있다. 정부는 다섯 번째로 추진되는 이번 우리은행의 민영화에 '과점주주 매각 방식'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이는 지분 인수 후보들이 최소 4%에서 최대 8%까지 자유롭게 인수 수량을 선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지분 4% 이상을 보유한 주주에게는 사외이사 추천권을 부여키로 했다. 이번 입찰 참여자 중 1곳은 인수 희망 지분율을 3.7%로 제시한 만큼 사외이사를 추천할 수 있는 인수후보자는 6곳이다. 이 중 유진자산운용을 제외한 5개사가 사외이사를 추천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으며, 새롭게 구성된 사외이사들은 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를 구성해 다음 행장을 뽑을 수 있다. 현재 우리은행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6명, 비상무이사 1명 등 총 11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외이사 6명 중 4명이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며, 낙찰자 중 5개사가 사외이사를 추천할 경우 이사회가 총 14명으로 구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과점주주 방식을 발표하며 지분 매각 시 예보와 우리은행간 경영정상화이행약정(MOU)을 해제하고 경영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행장 선임에 있어 외부 입김이 배제되고 과점주주 위주로 새롭게 구성될 사외이사가 이사회 내에서 큰 목소리를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12월 30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새 주주들이 추천한 사외이사를 선임할 계획으로, 사외이사진이 새롭게 구성되면 행추위를 개최할 예정이다. 여기서 이광구 행장의 연임이나 차기 행장에 대한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내에서는 이번 지분 매각 후 우리은행이 금융지주사로 전환하고 이 행장이 지주회장으로 승진한 뒤 우리은행장에는 다른 사람이 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2000년 전신인 한빛은행이 우리금융지주가 되는 과정에서 예금보험공사의 공적자금 12조7663억원이 투입된 바 있다. 이후 예보는 2010년부터 네 차례에 걸쳐 우리은행의 매각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이어 지난 8월 '4전 5기' 민영화 성공을 위해 정부가 과점매각 방식이라는 초강수를 둔 결과, 지난 9월 예비입찰에는 18곳의 투자자가 지분 투자의향서(LOI)를 제출한 바 있다. 본입찰에서는 8곳이 입찰을 제안했으나, 1개 투자자는 공자위의 비가격요소 평가에 따라 탈락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