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에 증권맨 운명 갈렸다...인력 감축에 연봉도 '싹둑' 대세
경기침체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등의 여파로 증권업계의 실적 부진이 지속되면서 증권사들이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임직원 수와 평균 연봉은 줄어드는 가운데, '연봉킹'은 건재하면서 '증권맨' 사이에서도 희비가 갈리는 모습이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 상위 10대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KB·NH투자·메리츠·신한투자·하나·키움·대신증권)의 임직원 수는 2만3655명으로 2022년 말(2만3939명) 대비 284명이 감소했다. 전년 동기(35명)보다 감소 폭이 약 8배나 증가한 셈이다. 미래에셋증권의 임직원 수는 1년 사이 143명(3.9%)이 감소했다. 지난해 희망퇴직, 부서 축소·조직개편 등을 단행하면서 증권사 중 지난해 인원이 가장 많이 줄었다. 평균 연봉도 2022년 1억4100만원에서 지난해 1억3400만원으로 감소하면서 전반적으로 인력·인건비를 축소해 나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증권업계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안 좋았던 만큼 성과금 감소 영향으로 연봉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과 대신증권은 지난해 각각 51명(1.7%), 57명(3.7%)씩 줄었으며, 신한투자증권 37명(1.4%), NH투자증권 31명(1%), 하나증권 16명(0.9%) 등도 감소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각사별로 경영상황의 차이가 있겠지만 사업성이 악화된다면 기업금융(IB) 분야 등 전문 계약직들을 중심으로 임직원 수가 지속해서 줄어들 개연성은 존재한다"며 "부동산 PF 사업이 부진하면서 해당 분야의 딜이 줄어들다보니 이직·퇴사하는 경우도 반영됐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대신증권은 지난해 증권가 내 부동산 부실 우려에도 연결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 1563억원의 호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임직원 수는 57명 감소하면서 전체 3.7%가 감축됐다. 증권가 연봉 상위권에는 양홍석 부회장(34억800만원)과 이어룡 회장(32억200만원)이 랭크됐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사내에서 의도적 구조조정을 진행한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이직·퇴사가 이뤄진 반면, 코로나19 이후 신규 채용없이 경력직 수시 채용만 이뤄진 영향으로 보인다"며 "회장·부회장의 평균 연봉만 봤을 때는 오히려 전년(약 38억원)보다 약 11% 이상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5대 주요 증권사 중 전날까지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의 직원 평균 연봉은 전년 대비 평균 7% 가량 줄어들었다. 미래에셋증권과 더불어 NH투자증권도 2022년 기준 1억7500만원에서 지난해 1억3800만원으로 감소했다. 반면, 지난해 선방한 실적을 내놓았던 삼성증권은 유일하게 직전 해보다 1300만원 증가한 1억45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일회성으로 분류되는 퇴직금을 제외한다면 실질적 '연봉킹'은 삼성증권에서 나왔다. 강정구 삼성증권 삼성타운금융센터 영업지점장의 지난해 연봉은 56억9400만원으로 퇴직금 수령자, 최고경영자(CEO)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금액이다. 앞서 2019~2021년에도 3년 연속 증권가 연봉 1위를 차지했다. 삼성증권 측은 "강 지점장은 글로벌 시장 트렌드 변화에 대한 선도적인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국내외 유망산업 및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제안 등을 통해 고객 수익률 증대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