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 경쟁...차세대 기술에 주목
항암제 분야에서 차세대 치료제로 주목받는 '항체·약물접합체(ADC)'는 암세포를 특이적으로 표적하는 '항체'와 합성 약물 '페이로드', 이 둘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링커' 등 3가지를 결합한 새로운 물질이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개발된 ADC는 없지만, 국내 대표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ADC 연구개발에 적극 역량을 쏟고 있어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들은 ADC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다양한 항체를 활용해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거나 ADC 중 링커 특화 기술을 개발하는 등의 방식으로 ADC 치료제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4일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는 자체 개발한 핵심 기술 '콘쥬올'을 앞세워 국내외에서 기술력을 입증하고 있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가 구축한 ADC 파이프라인은 총 17개로,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많은 ADC 치료제 후보 물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10월에도 일본 오노약품공업과 두 건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냈다. 해당 계약은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LCB97을 개발 및 상업화할 수 있는 독점 권리에 관한 것으로, 계약 규모는 약 9435억원 수준이다. 또 두 회사는 다중 표적에 중점을 둔 ADC를 공동연구하는 계약도 별도로 체결했다. 이 경우에도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의 ADC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의 기술수출 성과는 ADC 치료제 상업화도 함께 예고하고 있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에 따르면, LCB14, LCB71, LCB84 등은 현재 글로벌 임상 단계에 진입하는 등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국내외에서 ADC 치료제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ADC 구성요소 가운데 항체 개발 분야 기업의 성장세도 눈에 띈다. 항체 신약 개발 플랫폼 기업 와이바이오로직스는 항체 디스커버리 플랫폼으로 여러 기업들과 협업을 지속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우선 와이바이오로직스는 국내 ADC 개발 선두 주자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와 ADC 항암제 후보물질인 'YBL-001(LCB67)'을 공동개발해 지난 2020년 미국 픽시스온콜로지에 기술수출한 바 있다. 또 이 회사는 ADC뿐 아니라 세포 이중항체, CAR-T/NK 치료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력을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지난 8월에는 HK이노엔, 아이엠바이오로직스 등과 공동개발한 단일 항체 및 이중 항체 신약 후보물질을 중국 화동제약에 기술이전했다. 특히 기술을 이전받은 화동제약은 중국 대표 제약사 중 하나인데 주로 ADC, 면역질환 항체 및 바이오시밀러 등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정통 제약사인 유한양행과 동아쏘시오그룹은 ADC 시장 선점을 위해 맞손을 잡기도 했다. 유한양행과 동아에스티는 이에 앞서 지난해 항체 기술 개발, ADC 사업 등을 본격화하기 위해 각각 프로젠과 앱티스를 자회사로 인수했다. 이후 유한양행의 프로젠과 동아에스티의 ADC 전문 자회사 앱티스는 지난 4월 '이중항체 기반 ADC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프로젠이 암 세포만을 선택적으로 표적하는 항체를 2가지로 만드는 이중항체를 만들고, 앱티스는 연결고리에 해당하는 링커와 치료제 역할을 하는 페이로드(약물)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국내 제약 업계의 한 관계자는 "ADC라는 새로운 형태의 치료제는 현재 'ADC 플랫폼'이라고 불리며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데, 플랫폼이라는 표현 그대로 의약학 분야에서 응용 가능성이 무한하기 때문"이라며 "국내외 유망한 기술을 가진 바이오텍 기업들과의 협업이 이어지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앞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기업들처럼 원천기술을 보유하면 보다 큰 글로벌 회사에 기술을 수출하는 등 수익 창출 모델을 확보할 수도 있고, ADC 치료제 자체를 개발할 경우 그 파급 효과는 훌륭하겠지만 우선 ADC를 중심으로 다양해지는 산업 구조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