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멈춘 편의점…내수 부진에 소비 최전선 흔들린다
소비 최전선이라 할 수 있는 편의점 업계가 지속되는 내수 부진으로 역성장 국면에 진입했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여파로 소비자 지갑이 닫히고, 인건비 등 비용 부담까지 가중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의 유통업 매출 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GS25·CU·세븐일레븐 등 주요 편의점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0.4% 감소하며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최근 편의점 업계는 분기별 매출 증가율 둔화세를 보여왔지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은 산자부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3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만 해도 1분기 6.0%, 2분기 4.6%, 3분기 3.3%, 4분기 3.7%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가율이 점차 낮아졌지만, 분기별 매출은 꾸준히 늘었다. 앞서 편의점은 1인 가구 증가세와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소비 확산 등에 힘입어 주요 유통 채널로서의 입지를 넓혀왔다. 특히, 코로나19 직후인 2022년에는 분기별 매출 증감률이 9.5%, 10.7%, 11.3%, 11.4%까지 상승하며 호황기를 누렸다. 같은 해 점포 수도 1월 5.9%에서 12월 8.7%까지 증가하며, 유통업계 내 덩치를 키웠다. 그러나 소비 위축이 지속되면서, 그동안 저가 상품으로 수요를 끌어왔던 편의점 업계가 성장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기업별 실적을 살펴보면,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이번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2%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34.6% 급감했다고 공시했다. CU편의점을 운영하는 BGF리테일 역시 1분기 매출이 3.2%로 상승했으나 영업익은 전년 동기 대비 30.7%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인건비와 판관비 등 운영 비용의 증가가 이번 실적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외에도 비상계엄, 산불 등 국내외 외생 변수 역시 이번 실적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편의점 투톱으로 불리는 양사가 매 분기 5% 이상 매출 증가율을 이어온 점을 감안할 때, 물가상승과 소비 부진 여파로 편의점 업계의 불황이 가시화됐다는 시각도 나온다. 여기에 지난 4월과 이달을 중심으로 삼각김밥·컵라면·과자·음료 등 주요 편의점 간편식 가격이 잇따라 인상되면서, 소비 심리에 추가적인 부담이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각 업체는 저가 위주의 자체 브랜드 상품(PB)을 늘려 소비자를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대표적으로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1000원 미만 상품 강화에 나선다. 대표적으로 아메리카노, 저당 아이스크림, 물티슈 등 여름철 수요가 있는 상품을 중심으로 저가 상품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GS25 역시 '리얼프라이스 닭가슴살' 등 PB 상품 가격을 인하하고, 다양한 콘텐츠 및 컬래버를 통한 상품군을 확대하며 고물가에 따른 소비 이탈 현상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은 점포 수도 많고, 저가 상품 위주 판매처라는 인식이 강해 내수와 가장 밀접한 유통 채널로 평가된다"라면서 "내수 부진이 지속될 경우, 편의점 업계가 가장 먼저 수요 위축의 영향을 받을 수 있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안재선기자 wotjs4187@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