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하는 은행②] '먹거리가 필요해'…사회간접자본(SOC)에 눈 돌리는 은행
국민銀-기업銀, 컨소시엄 구성해 SOC펀드 투자 나서…SOC금융 해외 진출, 금융당국에서도 기대 은행들이 새로운 먹거리 사업으로 사회간접자본(SOC)에 눈을 돌리고 있다. 계속되는 저금리 기조 속에 예대마진 축소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데다 가계·기업 부실까지 더해져 비이자이익을 늘리는데 집중하게 된 것. 이를 위해 투자은행(IB) 부문 강화에 나선 국내 은행들은 도로, 철도 등 SOC 금융자문·투자 사업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를 비롯해 저성장·저금리 등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선제적으로 새로운 수익원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에서도 단순히 예대마진의 구조를 벗어나 미래성장동력으로 SOC사업 등 IB분야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추세"라고 말했다. ◆SOC금융, 시중은행도 노린다 그동안 국내 SOC금융에서는 정책금융기관이 선두였으나, 최근에는 시중은행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책금융기관 중에는 KDB산업은행이 SOC금융의 강자로 손꼽힌다. 산업은행은 1995년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사업에서 국내 최초 프로젝트 파이낸싱(PF·특정사업의 사업성 등을 보고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기법) 방식을 도입한 이후 240여건, 43조원 상당의 SOC사업을 주선했다. 산업은행은 1본부 3실 16팀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PF조직을 구성해 철도·도로·항만·정유·석유화학 플랜트 등 SOC사업을 비롯해 산업단지조성·신도시개발 등 PF로 가능한 전 영역을 소화하고 있다. 또 기업투자촉진프로그램을 활용해 부산항 신항 2-4단계, 신림선 등에 총 3조원 가량 지원했다. 시중은행 중 국내 SOC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KB국민은행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12년 민간 은행으로서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의 금융주관사로 선정되면서 SOC사업에 주목받기 시작했다. 당시 국민은행이 주관한 발전소 프로젝트는 1조2650억원 규모의 동두천복합화력발전소 프로젝트로, 정책금융기관이 아닌 민간은행이 선정된 것은 국내 처음이었다. 지난달에는 '국민-기업은행 컨소시엄'을 통해 인천국제공항철도사업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돼 이 사업에서 3조4000억원 규모의 신디케이티드 대출(공동대출)을 주선하기도 했다. 신디케이드론이란 2개 이상의 금융사가 모여 SOC, 인수합병(M&A), 프로젝트파이낸싱(PF), 선박·항공기금융 등의 자금이 필요한 곳에 해주는 중장기 대출이다. 이 밖에도 국민은행은 도로와 전철, 발전소 등에 금융자문과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발전 분야에서는 발전 프로젝트 전담팀을 신설해 화력발전을 비롯해 태양광·RDF·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해외 SOC금융시장, 노려볼 만" 국내 은행은 SOC금융 해외 시장에도 발을 들이고 있다. 국내 SOC사업이 포화 상태인데다 최근 SOC 건설 지원을 목적으로 출범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를 기회 삼아 해외 인프라시장에 나서는 분위기다. 지난해 7월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시중은행의 글로벌 역량강화 방안으로 해외 SOC 금융 시장의 진출을 당부한 바 있다. 당시 임 위원장은 "내년 AIIB가 본격 출범하게 되면 해외 SOC 금융시장에서 많은 기회가 창출될 것으로 본다"며 "국내 금융사들이 이 시장을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 은행들은 SOC 금융 가운데서도 PF사업에 집중하는 추세다. 아시아 개도국 시장은 2020년까지 예상되는 PF 규모만 8조2000억 달러에 달한다. 국내외 PF사업에 가장 활발한 KDB산업은행은 지난 2014년 터키 복합화력발전소 사업을 포함해 5600억 원이 넘는 금융주선 실적을 기록했고, 지난해는 실적이 세 배 이상 증가했다. 뉴욕과 호주 시드니에해외 PF를 위한 데스크와 사무소도 설치했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신한은행이 발 빠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중국 공상은행과 아시아 SOC금융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는 등 적극적 사업 추진으로 5517억원의 해외 PF대출 실적을 올렸다. 최근에는 교보생명 등과 일본 태양광발전 PF에 단독 금융주선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는 일본 가고시마현 기리시마시 인근 150만㎡ 부지에 41㎿급 태양광발전소를 짓는 2050억원 가량의 대규모 건설 사업이다. 이 밖에 일부 은행들도 지난 2013년 정부가 해외건설·플랜트 수주 선진화 방안을 발표한 이후 해외 PF진출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