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월드로드쇼가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열렸다.
포르쉐 오너를 들뜨게 하는 행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포르쉐 월드 로드쇼'가 바로 그 무대다. 포르쉐 본사가 주관하는 이 행사는 국내에서도 2008년까지 꾸준히 열리다가 미국발 금융위기로 2009~2010년에 잠정 중단됐었다.
이번에 포르쉐 코리아가 선택한 장소는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앞에 자리한 스피드웨이다. 1995년 국내 첫 공식 경기장으로 문을 연 이후 각종 자동차경주대회가 열리던 곳으로, 2009년에 확장공사에 들어가 2013년 초에 공사를 마쳤다. 완공을 마친 이후 이전 같은 자동차경주는 아직 열리지 않고 있지만, 아우디와 메르세데스 벤츠, 폭스바겐이 고객 초청행사를 연 적은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포르쉐의 초청으로 기자들에게도 그 위용을 드러냈다.
행사장소가 중요한 이유는 포르쉐의 성능을 마음껏 낼 수 있는 국내 서킷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2011년에 전남 영암 F1 서킷을 선택했던 포르쉐는 이번에 다이내믹한 서킷으로 변신한 스피드웨이를 선택함으로써 행사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올바른 운전자세에 대한 교육이 먼저 이뤄졌다.
이번 월드로드쇼는 언제나 그렇듯 올바른 운전자세 교육부터 이뤄졌다. '택시 운전자' 스타일, '오빠 달려' 스타일 등 바람직하지 않은 사례가 스텝들을 통해 소개되고, 이어서 바른 운전 자세를 친절히 알려줬다.
이후부터는 각 조별로 세션을 체험했는데, 기자는 슬라럼 코스부터 배정됐다. 슬라럼은 일정 간격으로 놓인 파일런을 지그재그로 통과해 출발점으로 되돌아오도록 구성됐다. 트랙 주행을 먼저 해볼 수 있는 다른 조에 비해 기록 체크가 이뤄지는 슬라럼 코스부터 시작되는 건 불리하다. 차에 익숙해지기 전에 기록부터 체크하기 때문. 지난 2011년 행사에서도 슬라럼 코스부터 시작했는데, 불운이 반복된 셈이다.
옐로 그룹에서 7번째로 슬라럼 코스에 들어선 기자는 한 번의 코스 체험을 했지만, 인스트럭터가 스텝에게 곧바로 기록체크를 지시했다. 앞서 체험한 여섯 명의 기자들은 모두 2번의 연습주행이 주어졌기 때문에 한 번 더 주행하자고 했지만 묵살됐다. 마음이 급해진 기자는 서두르다가 실수를 했고, 기록은 좋지 않았다. 조별 1위의 자리가 멀어지는 순간이었다.
레이싱 모델의 신호에 맞춰 스타트를 하는 브레이킹 세션.
이어서 911 카레라4와 4S 카브리올레로 브레이킹 세션이 진행됐다. 과거에는 'Y자 회피 코스'라 해서 신호기가 펄럭이면 급차선 변경 후 차를 제동하는 내용이었으나, 이번에는 시속 90km까지 가속 후 곧바로 제동하는 테스트로 바뀌었다 두 차 중 카브리올레의 제동거리가 더 짧게 느껴졌는데, 포르쉐 인스트럭터는 "그건 개개인의 느낌이고 두 차의 제동성능은 같다"고 설명한다.
점심식사 후에는 본격적인 트랙 주행을 경험했다. 유사한 라인업끼리 4대씩 모아 연이어 타보는 방식인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차는 3년 전 영암 서킷과 마찬가지로 911 GT3였다.
포르쉐가 각종 레이스 대회에서 갈고 닦은 노하우가 집약된 이 차는 자연흡기 엔진으로 최고출력 475마력을 낸다. 레이싱카 같은 버킷 시트와 단단한 서스펜션 셋업은 다른 포르쉐 모델과 확연히 구분된다. 다른 911 모델의 레드존이 8000rpm인 반면, GT3는 9000rpm부터 레드존이 시작되고 무려 1만rpm까지 계기반에 표시돼 있다. 크랭크샤프트와 밸브 기어, 포르쉐 더블 클러치(PDK)까지 GT3용으로 새롭게 설계된 덕에 자연흡기 엔진임에도 폭발적인 가속력을 쉼 없이 뿜어낸다.
포르쉐 월드로드쇼에 처음 선보이는 모델 중 눈길을 끈 것은 콤팩트 SUV '마칸'이었다. 앞모습은 카이엔과 비슷하지만, 뒤쪽은 트렁크 쪽을 눕혀놓은 디자인 때문에 카이엔보다 날렵해 보이면서 왜소해 보인다.
포르쉐에서 처음 사용된 V6 3.6ℓ 바이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400마력과 최대토크 56.1kg·m를 뿜어낸다. 주행특성은 '작은 카이엔'보다 '큰 911'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오프로드 주행에도 비중을 둔 카이엔과 달리, 마칸은 일반도로에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무게 중심이 한결 낮게 설계돼 있다. 그러나 트랙에서의 짧은 주행으로 이 차의 성격을 단정 짓기에는 무리다.
자극적인 포르쉐의 모델들을 만나다가 파나메라에 앉으니 상대적으로 편안하게 느껴진다. 파나메라 S에는 기존 V8 4.8ℓ 엔진 대신 다운사이징 된 V6 3.0ℓ 바이 터보 엔진을 얹었다. 연비효율성이 떨어지는 4.8 엔진을 대체하는 새 엔진은 배기량을 줄였으면서도 최고출력은 20마력이 늘어났다.
모든 라인업을 시승하고 나면 인스트럭터들이 참가자들에게 '복수'할 순서다. 천차만별의 운전 실력을 지닌 참가자들에게 시달린 인스트럭터들이 트랙에서의 화끈한 달리기를 보여줄 차례인 것. 과거에는 타보고 싶은 차에 우르르 달려가 먼저 탄 사람에게 기회가 왔으나, 이번에는 추첨 운에 맡겨야한다. 포르쉐의 인스트럭터들은 멋진 드리프트 주행으로 참가자들의 환호성을 이끈다. 시승차에는 대부분 피렐리가 장착돼 있지만 미쉐린이 후원을 맡고 있어 타이어 마모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포르쉐 바이러스'는 한층 진화된 모습이었다. 행사에 참가한 어떤 이는 "죽기 전에 포르쉐를 가져볼 수 있을까…"라고 중얼거렸다. '포르쉐 바이러스 중독자'를 양산하는 이번 행사는 오는 22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