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위기? 난 몰라" 귀족 車노조의 마이웨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 부두 국내 완성차 업계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앞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글로벌 상반기 판매실적이 20%넘게 급감한 가운데 노조가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회사 경영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화합모드'를 언급해 온 현대·기아차 노조도 갑작스럽게 방향을 틀자 이를 지켜보는 여론도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2일 자동차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완성차 5개사의 내수와 수출을 합산한 판매실적은 303만3798대로 전년 동기 보다 21.5% 감소했다. 완성차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한때 총 판매대수가 800만대까지 접근했던 현대차그룹은 올해 600만대도 불안한 상태다. 이같은 상황에서 금속노조 산하 현대차지부, 기아차지부, 한국지엠지부는 올해 임단협 요구안으로 모두 동일하게 기본급 월 12만304원을 최초 요구안으로 확정했다. 금속노조의 올해 임금인상 공동요구안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27일 기본급 월 12만304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과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의 내용이 담긴 요구안을 사측에 발송했다. 현대차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조1856억원으로, 이를 현대차 직원 수로 나누면 1인당 4600만원에 달한다. 요구안에는 연간 174만대 가량의 국내공장 생산량 유지, 해외공장 추가 생산 물량의 국내 이전, 고용안정 기금 마련, 완전 고용 보장을 위한 노사 사회적 합의, 정년 퇴직자를 단기 고용해 활용하는 시니어 촉탁 제도 연장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겼다. 현대차 노사는 여름휴가 이후 상견례를 시작해 본격적인 교섭에 돌입한다. 기아차 노조도 최근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했다. 기본급은 현대차 노조와 동일한 월 12만304원을 인상하고, 성과급은 지난해 영업이익의 30%를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개인당 57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별도 요구안은 현대차 노조보다 무리한 내용이 많다. 전기차·수소차 생산라인 및 핵심부품 공장 내 생산, 노동강도 완화 및 환경개선을 위한 4500억원 투자, 상여금 및 연장근로수당 등 각종 수당의 통상임금 확대 적용, 본인수당 인상, 부품사 단가 인상, 사회공헌기금 영업이익의 0.5% 출연, 중식시간 유급화 등이 요구안에 담았다. 이는 현대·기아차 노조가 최근까지 일관성 있게 주장했던 노사간 화합을 통한 일자리 확보를 넘어 임금 인상까지 확보하기 위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노조의 요구를 따른다면 기본급 인상에 따른 고정비 부담은 물론, 수익의 대부분을 성과급과 노동강도 완화 투자금, 사회공헌비용 등에 고스란히 사용되면서 미래 투자는 힘들어진다. 급변하는 자동차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잃게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엠 노사는 이미 지난 7월 22일 상견례에 이어 23일 2차 교섭에서 노조 요구안에 대한 설명을 진행한 상태다. 노조는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에 성과급은 통상임금의 400%에 추가로 600만원을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평균 2200만원 수준이다. 한국지엠 노사도 여름 휴가를 보낸 뒤 본격적인 임단협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일부 조립라인에서 일하는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TC수당을 500% 인상해 달라는 요구도 포함했다. 지난 2018년 유동성 위기 당시 축소했던 각종 복리후생의 복원도 요구사항에 넣었다. 한국지엠의 경우 2년 전 8000억원의 공적자금을 수혈받으며 위기를 넘긴 상태다.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노사간 허리띠를 더욱 졸라 매야하는 상황에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르노삼성 노조 역시 올해 기본급 7만 1687만원 인상, XM3 론칭 격려금을 포함해 700만원 일시금 지급 등을 요구 중이다. 이 때문에 국내 완성차 업계 노조를 바라보는 사회적 여론은 싸늘하다. 회사 미래보다 지금 당장 자신들의 잇속을 채우겠다는 노조의 모습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며, 일반 소비자들도 국내 브랜드를 외면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한국을 떠나야 연봉 1억 귀족노조가 정신을 차린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기업들이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무리한 요구를 내놓은건 회사의 경영 상태를 고려하지 않는 행동"이라며 "만약 코로나19로 회사의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로 돌아서 연봉을 삭감할 경우 이를 받아들일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있어야 노동자가 있다는걸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