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차기 회장 후보 LG·SK 등 외부 인물 많아…후추위 '호화 출장'부담됐나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 등 포스코그룹 내·외부 인사 6명이 차기회장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내부 인사 1명, 외부 인사 5명으로 구성돼 이례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포스코홀딩스 CEO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가 최근 불거진 '호화 출장'에 대한 부담에 따른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1일 포스코그룹에 따르면 후추위는 지난달 31일 8차 회의를 열고 파이널리스트 6명을 공개했다. 이날 확정된 파이널리스트에는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미래연구원장, 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이 포함됐다.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과,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 등 차기 회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주력 계열사 CEO들이 모두 이탈하면서 최종 후보에는 외부 인사가 오를 가능성도 커졌다. 외부 후보 중 일찌감치 하마평에 올랐던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외부 인사이면서도 과거 포스코에 몸담았던 OB(전직 임원)들이 포스코 회장으로 복귀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후추위는 심층면접과 임시이사회 의결을 거쳐 오는 8일 최종 후보 1인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최종 후보 1인은 오는 3월 21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차기 회장 선임이 결정된다. 다만 차기 포스코그룹 회장 후보에 외부 인사가 높은 비중을 차지한 만큼 포스코의 '순혈주의'가 30년 만에 깨질 것인지에 대한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파이널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순수 포스코맨은 김지용 원장이 유일하다. 김지용 원장은 해외 법인 경험이 풍부하다. 과거 인도네시아대표법인설립추진반장을 지낸 바 있으며, PT.KP 법인장과 인도네시아 일관제철소 법인장을 맡았다. 광양제철소장, 안전환경본부장 등을 역임하다, 현재 미래기술연구원장과 그룹 CTO(최고기술책임자)를 겸하고 있다. 또 김 원장은 앞서 거론된 내부 후보자 중에서 최정우 회장과 연결 고리도 가장 약한 축에 속한다. 외부 후보군 중 완벽한 외부 영입으로 분류되는 인물은 권영수 전 부회장과 김동섭 사장, 우유철 전 부회장 등 3명이다. 이들은 각각 LG맨, SK맨, 현대맨 등 4대그룹 출신이다. 권 전 부회장은 포스코그룹이 배터리 소재 등 신사업 분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상황에서 배터리 제조사 CEO 출신이며 배터리협회장까지 역임했다는 점에서 이점이 있다. 포스코그룹의 주력 사업인 철강 분야와는 인연이 없지만 업종 전환에 대한 유연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LG그룹에서 '재무통·최연소 사장'으로 불려온만큼 지주회사 체제가 된 포스코그룹을 이끄는데 문제가 없다는 평가다. 특히 권 전 부회장은 LG디스플레이 CEO,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LG유플러스 CEO, LG에너지솔루션 CEO 등 다양한 업종을 경험한 바 있다. 김동섭 사장은 SK에너지와 SK이노베이션 기술원 원장으로 오랜 기간 재직하다 2021년부터 한국석유공사 사장에 올랐다. 주로 정유·에너지 업계에서 커리어를 쌓은 인물이라 이번 파이널리스트 포함이 의외라는 평가가 많다. 우유철 전 부회장은 현대중공업, 현대우주항공, 현대모비스, 현대로템, 현대제철 등을 두루 거친 '현대맨'이다. 현대차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제철에서 커리어를 쌓아 오다 일관제철소 가동과 함께 포스코와 견줄 만한 철강회사로 도약하던 2010년부터 2018년까지 현대제철을 이끈 인물이다. 포스코그룹의 주력 사업인 철강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은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나머지 외부 후보 2명은 전직 포스코 임원이다. 외부 인사라고는 분류되지만 오랜기간 포스코에 재직하면서 회사의 핵심 인물로 활동했다는 점에서 조직 내 반발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장인화 전 사장은 포스코에서 기술투자본부장과 철강생산본부장, 대표이사 사장 등 핵심 요직을 맡았었다. 철강·투자 전문가로 알려진 그는 지난 2018년 최정우 회장과 함께 회장 최종 후보에 올라 경쟁을 펼쳤던 인물이다. 전중선 전 사장은 경영전략실장 등을 거치며 포스코그룹 내 대표적인 '전략통'이다. 지주회사제 개편 이후 지난해까지 포스코홀딩스에서 경영전략팀장과 대표이사를 맡아왔다는 점에서 그룹 경영전략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경영 연속성을 보장하기에 적격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포스코의 경영 환경을 고려하면 회사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외부 인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만약 외부 인사를 기용할 경우 회사의 주축이 되는 사업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그룹 전체 매출의 60%가량이 철강에서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후추위가 순혈주의를 고수한다는 기존 평가를 깨고 외부 인물을 대거 파이널리스트로 선택한 것은 이례적인 결과로 보인다"며 "후추위를 구성하는 사외이사들이 모두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바뀐것 같디"고 말했다. 포스코홀딩스 후추위는 이들 후보자를 대상으로 2월 7일~8일 양일에 걸쳐 심층 면접을 실시할 예정이다. 8일 오후 후추위와 임시이사회의 결의를 통해 최종 후보를 확정해 공개하고, 회장 후보 선임안을 3월 21일 개최되는 주주총회에 상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