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호의 龍虎相生 복지이야기] 돌봄의 시대, 디지털 대전환이 필요하다
2026년 3월,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지역돌봄 통합지원법'은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이 집과 지역사회에서 보건의료, 복지, 주거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성공하려면 정보 시스템간 연계와 통합이 필수적이다. 현재 돌봄 시스템의 가장 큰 걸림돌은 돌봄서비스 종류가 너무 많고 전달체계가 분절적이라는 점이다. 각 부처와 기관별로 유사한 서비스가 파편적으로 제공되면서 이용자들은 혼란을 겪고 있다. 더욱이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 정보시스템들 간 연결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서 이용자 중심의 통합 서비스 제공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예를 들어, 보건소는 PHIS, 치매안심센터는 ANSYS, 정신건강복지센터는 MHIS 등으로 시스템이 제각각 운영되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장기요양보험 데이터와 지자체의 행복이음 복지 시스템이 연동되지 않아 같은 대상자에 대한 정보조차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을 비롯한 공공기관들이 보유한 정보시스템을 공유하지 않으려는 폐쇄적인 태도를 보인다. 개인정보보호나 보안을 이유로 내세우지만, 실상은 조직 이기주의와 정보 독점 의식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공공 정보시스템은 국민의 세금으로 구축된 국민을 위한 시스템으로서 국민의 복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정보시스템의 품질 문제도 심각하다. 일부 돌봄 서비스는 정부가 저예산으로 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을 발주하면서 영세한 정보업체들이 이를 수주해 반복적인 고장과 기능 장애가 발생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정보시스템의 부재로 일부 제공기관은 여전히 手記(수기)로 업무를 처리하는 현실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고 진정한 통합돌봄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 대상자 발굴부터 욕구 사정, 서비스 제공, 모니터링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통합적인 정보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 고도화된 정보시스템을 통해 돌봄 대상자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개별 욕구를 정확히 파악하며, 맞춤형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제공하고, 상시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서비스의 품질을 관리할 수 있는 통합적 접근이 시급하게 요구된다. 첫째, 보건복지부와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이 공동으로 통합돌봄 정보시스템 구축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정책적 방향성과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사회보장정보원은 기존의 행복e음과 전자바우처 시스템을 기반으로 보건의료와 복지 영역의 다양한 시스템을 연결하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장기요양보험 데이터를 지자체 행복e음 시스템과 의무적으로 연계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공공기관이 보유한 정보는 국민의 것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며, 개인정보보호법 등 법적 장벽을 넘기 위한 관련 법령 개정과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 셋째, 현장 중심의 사례관리 시스템이 시급하다. 돌봄 대상자의 욕구, 케어플랜, 서비스 제공 기록 등을 지자체, 공공, 민간 등 다양한 주체가 함께 모니터링할 수 있는 표준 시스템이 필요하다. 넷째, 보건의료와 사회복지 영역 전반의 정보시스템의 후진성을 극복하고 현장의 업무 부담을 줄여주는 방식으로 적극적인 고도화가 필요하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하여 돌봄 수요를 예측하고 위기 상황을 조기에 파악하는 정교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통합돌봄의 성공은 정보 공유와 협력이 가능한 디지털 기반 위에서만 가능하다. 정보를 플랫폼화하고, 이를 통해 서비스 효과성과 효율성을 높일 때, 비로소 국민이 체감하는 통합돌봄 서비스가 실현될 수 있다. 2026년, 통합돌봄 시대의 진정한 개막을 위해서는 정보시스템에 대한 정부의 집중적인 투자와 전략적 구축이 시급하다. ■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