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직업군을 찾아서] "아티스트에겐 기회를, 관광객에겐 사진을"…도시를 디자인하는 남자
요즘 핫하다는 서울 성수동에 가면 한 카페의 커다란 외벽이 눈에 띈다. 눈을 감고 환하게 미소 짓고 있는 여성을 중심으로 피어난 다채로운 색감 등이 행인의 발길을 붙잡고 연신 셔터를 누르게 했다. 바이산에 그려진 이 그림은 코로나 사태 장기화에 지친 시민들에 향한 위로와 의료진에 대한 감사함 등이 담겨 있다. 아무 의미 없던 벽에 희망찬 분위기를 연출한 사람이 바로 이프비 주식회사의 대표 한종혁이다. '세계 최초 벽 공유 플랫폼'이란 단어를 쓰는 그가 궁금해 성수동으로 찾아가봤다. ―이프비라는 회사는 어떤 회사이며 무슨 일을 하고 있나. "월디(WALLD)라는 벽공유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도시에 널려있는 외벽을 임대해 필요로 하는사람들에게 권한을 나눠주는 회사입니다. 그게 광고주가 되면 거기에 광고가 붙고, 캠페인이 되면 캠페인을 주관하는 주관사가 되는 거죠. 벽이라는 게 부동산 자산 같지만 재료의 가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요즘 키워드가 업사이클링(up-cycling)인 만큼 벽 또한 업사이클링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한 대표의 월디는 건물주와 광고주, 아티스트의 세 축을 연결시키며 소통을 이끌어내고 계약 기간이 끝나면 벽을 원상복구 시키는 작업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광고 타겟팅부터 장소 선정, 퍼포먼스 내용을 주체적으로 결정하며 사용자에게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 ―'세계 최초 벽 공유 플랫폼'이란 것을 어떻게 생각하게 됐나. "제가 세계 48개국을 여행했습니다. 오랫동안 발달된 도시들을 많이 구경하게 됐고 옛 도시는 옛날 정취 그대로, 새 도시는 또 그 나름대로 잘 꾸미고 보존한 것을 봤어요. 해외의 미술관도 많이 돌아다니고 스트릿 아트 등도 보면서 '벽을 활용하면 좋겠구나'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벽은 사람들에게는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해서 사람들이 자꾸 찾아오고 사진을 남기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이런 창의적인 생각을 하기까지 그가 살아온 인생이 밑바탕이 됐다. 대학 시절부터 그는 각종 대외활동을 거치며 영상 콘텐츠 제작 등 여러 가지 경험을 했다. 포스코나 엔에이치엔과 같은 대기업에서 마케팅 및 전략 기획 팀에 몸담은 적도 있었다. 평소 사업을 하고자 하는 꿈이 있었기 때문에 그간 만난 특별한 인맥과 영업 마인드, 예술에 대한 관심 등을 모아 비즈니스로 실현시켰다. ―회사의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현재 안정됐다고 볼 수 있는지 궁금하다. "이프비는 한때 50여 명에 달하는 인원이었던 적도 있지만 현재는 직원이 4명 뿐입니다. 회사도 아직은 3년 밖에 안된 초기 단계입니다. 주요 수입원은 지금 진행 중인 벽공유 플랫폼이고, 조금 더 큰 규모로 이커머스를 하는 다른 법인이 있는데 최종적으로는 두 가지를 합치고 싶습니다." 걸음마 단계에 있는 회사지만 그의 꿈은 크고 이타적이다. 벽을 공유해나가면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건물주와의 관계를 강화한 뒤, 그들을 대상으로 한 커머스를 구축할 예정이다. 한 플랫폼 내에서 엘리베이터 설치, 청소 업체, 인테리어 등을 모두 둘러보고 편리하게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사업을 꾀하고 있다. 또 다른 업체들을 노출시켜 각종 거래를 성사시키고 아티스트들에게는 머리 속에 있던 상상을 펼칠 기회를 준다. 그러면서 도시는 점점 아름다워진다. 인터뷰 도중에 그는 서울혁신센터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내년 예정인 1년짜리 프로젝트에 관한 통화로, 서울을 강남과 강북으로 나눠 각각 디지털과 아날로그로 벽 광고를 디자인한다는 것이다. 2020년에는 코로나 종식과 함께 그가 바라는 목표가 그려져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