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소프트웨어 공룡' 美 시높시스, 앤시스 합병 조건부 승인… "경쟁제한 영역 자산 일체 매각"
공정위 "일방적 가격인상, 거래조건 변경 등 경쟁제한 우려 높아… 국내 고객사 삼성전자·SK하이닉스 피해 방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반도체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글로벌 소프트웨어 업체인 시높시스와 앤시스의 기업결합을 우리 경쟁당국이 자산 일부 매각을 조건으로 승인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시높시스(시높시스 인코포레이티드)가 앤시스(앤시스 인코포레이티드)의 주식 전부(약 350억달러, 약 50조원)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기업결합은 미국에 본사를 둔 소프트웨어 업체인 시높시스와 앤시스 간 결합으로, 양 사 모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사업자들이 반도체 칩 또는 빛을 이용하는 다양한 제품을 설계하는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고 있는 만큼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공정위는 반도체 칩 설계 과정 중 하나인 △레지스터 전송 수준 전력 소비 분석을 위한 소프트웨어 △광학 제품 설계를 위한 소프트웨어 △포토닉스 제품 설계를 위한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경쟁이 제한될 가능성을 중점 심사했다. 3개 시장은 공통적으로 시높시스와 앤시스의 사업 영역이 중첩돼, 이른바 수평결합이 발생하는데,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 이후 시높시스와 앤시스가 이들 시장에서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인 가격 인상, 거래조건의 불리한 변경 등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높다고 판단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레지스터 전송 수준 전력 소비 분석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양사 기업결합 이후 합산 점유율은 60~80%, '광학 소프트웨어'는 90~100%, '포토닉스 소프트웨어'는 55~75%로 모두 과반을 훌쩍 넘어 시장지배적 지위를 갖게 된다. 또 종전에 양사 사이에 존재하던 직접적인 경쟁이 사라지는 점, 두 회사 제품을 구매하는 국내외 고객사들도 이번 기업결합으로 인해 선택지가 축소되고, 이들 회사에 종속될 가능성이 높은 점, 3개 시장 모두 고도의 기술력을 요해 신규 경쟁자가 진입하기 용이하지 않은 점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레지스터 전송 수준 전력 소비 분석 소프트웨어 시장에서는 앤시스와 그 계열회사가 보유하는 관련 자산 일체를, 광학 소프트웨어와 포노닉스 소프트웨어 시장에서는 시높시스와 그 계열사가 보유한 관련 자산 일체를 매각하도록 했다. 이병건 공정위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은 이날 브리픙에서 "이같은 시정조치는 반도체 칩과 광학, 포토닉스 제품 설계를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소프트웨어 시장에서의 경쟁을 보호함으로써, 인공지능(AI) 반도체의 부상, 공급망 재편 등의 상황 속에서 국제적으로 치열하게 경쟁 중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칩 사업자 등의 피해를 미연에 방지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밝혔다. 한편 공정위는 심사 과정에서 국내 기업뿐 아니라 애플, 구글, 퀄컴, 인텔 등 해외 사업자 등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의견을 청취하고, 이번 기업결합이 국제기업결합임을 감안해 유럽연합, 영국, 미국 등 해외 경쟁당국과도 긴밀히 협력하며 심사를 진행했다. 현재까지 두 회사 기업결합에 대해 우리나라를 비롯해 유럽연합, 영국, 일본 경쟁당국이 자산 매각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고, 미국, 중국, 대만, 터키 경쟁당국은 아직 심사 중이다. /한용수기자 hys@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