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사각지대를 없애라③] 국내 거주 외국인, 혼자서도 은행 업무 가능할까?
국내 외국인 특화 금융 서비스 부족…외국인 전용 상품부터 전용 창구까지 '잠재고객 잡기' 노력 국내에서 은행 업무를 볼 때 불편을 호소하는 외국인이 많다. 일상 언어와 달리 어려운 은행 용어와 업무 처리 절차 또한 모국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국내 거주 외국인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외국인을 위한 금융 서비스가 준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나 저금리 기조로 수익률이 떨어지는 가운데 은행들은 각종 서비스를 내놓으며 180만 여명의 국내 외국인 거주자 '잠재 고객' 잡기에 나섰다. ◆외국인, 은행갈 때 지인과 함께해야만… 중국에서 온 지 1년이 넘은 성초(26)씨는 신용카드를 발급받기 위해 은행 창구를 세 번이나 찾았다. 일상 대화에 무리가 없을 정도로 한국말을 잘하는 편이지만 은행 용어가 생소해 이해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업무 절차도 중국과 달라 헷갈리는 것투성이였다. 성초씨는 "카드 신청할 때 설명이 너무 어려워서 오래 걸리니까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의 눈치가 보여 그냥 나온 적도 있다"며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 친구들이 많은데 다들 은행 업무를 볼 때 힘들어 한다"고 말했다. 번번히 카드 발급에 실패한 성초씨는 결국 한국인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중국어를 할 줄 모르는 친구였지만 쉬운 말로 해석해준 덕에 마침내 카드 발급을 할 수 있었다. 이후 성초는 웬만한 은행 업무는 인터넷으로 처리하고 창구에는 방문하지 않는다. 성초씨와 같은 외국인 금융소비자를 위한 은행의 서비스가 부족한 반면, 국내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외국인은 느는 추세다. 법무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 외국인 거주자는 182만명으로 10년 전(74만7000명)에 비해 2.4배 늘었다. 이는 국내 총 인구의 3.5%로 오는 2030년에는 5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외국인고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5월 국내 상주 15세 이상 외국인 중 취업자는 93만8000명으로 전년 대비 8만6000명(10.1%) 증가했다. ◆금감원 "다국어 금융 서비스 제공해야" 이 같은 상황에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을 위한 금융상품설명서나 정보제공동의서가 부재한 것을 문제점으로 인식하고 권고 조치를 내렸다. 금감원이 지난 9월 발표한 '고령자·유병자·장애인 등을 위한 금융 서비스 개선방안'은 다국어 금융 서비스와 금융교육 서비스 제공 등을 골자로 한다. 개별 은행별로 작성하기 곤란한 경우 은행연합회에서 공동작업으로 다국어 표준안내서·정보제공동의서의 표준어를 마련해 제시해 외국인이 주로 이용하는 예금상품에 대해 우선 적용할 예정이다. 또한 외국인 근로자 등에 대한 금융교육 서비스도 제공한다. 한국산업인력공단 등도 협조해 국내 최초 입국 시 금융교육(통장개설 등 금융거래 절차, 유의사항, 각종 정보활용방법)을 받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또한 외국인들의 소통채널을 구축하기 위해 한국외국인력지원센터 등 단체 관계자로 구성된 협의체를 마련해 운영할 예정이다. 이런 계획은 내년 상반기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은행권, 외국인 대상 금융서비스 실시 올 상반기 국내 7대 시중은행의 외국인 고객 수가 500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은행권에서도 외국인 특화 서비스를 도입하는 추세다. KB국민은행은 외국인고객 특화서비스인 'KB Welcome Service'를 진행하고 있다. 외국인 고객 밀집지역인 안산 원곡동 외환송금센터·서울 오장동지점·경남 김해지점 등에서는 휴일에도 영업을 하는 탄력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외국인 전용 통장인 'KB Welcome 통장·체크카드'를 출시하고 외국인 근로자 출국만기보험금 예약송금 서비스 등도 진행하고 있다. 외국어 고객상담센터(1599-4477)를 통해 6개 국어로 상담을 진행하고 영업점 직원 요청시 고객과 3자 전화통역도 실시 중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2011년 외국인 왕래가 많은 지역 내 40개 영업점을 대상으로 '외국인 전용창구(FCD)' 선정했다. 이 창구에서는 다양한 언어와 외환업무가 가능한 직원이 외국인의 금융거래를 돕고 있다. 해외송금이 가능한 자동화기기(ATM)에는 2개의 언어를 추가해 10개의 외국어 서비스를 할 예정이다. 국내거주 외국인 전용 페이스북을 운영해 영업점 직원과의 소통을 지원하고 있다. 부산은행은 지난 2013년부터 외국인 관광객이 시내에서 쇼핑 후 받은 부가세 영수증을 출국 전 부산은행 창구에서 환급받을 수 있는 '외국인 부가세 시내환급 업무'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신평동지점 2층에 매주 일요일 '외국인 근로자 문화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국제전화·화상 국제전화·국제우편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인터넷을 비롯해 음악·영화감상 시설, 당구?헬스 기구 등의 휴게시설이 비치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