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서민금융 미리보기] <中> 중금리대출 전성시대, 판은 커졌는데…
인터넷전문은행 등장, 정부의 사잇돌대출 예산 확대…넓어진 파이에 과당 경쟁·실효성 등 우려 대출자의 '금리단층'을 해소하기 위해 출시된 중금리대출이 대표적인 서민금융상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금융개혁의 핵심으로 '사잇돌대출'을 강조하며 금융권의 중금리대출을 유도했고, 시중은행을 비롯해 저축은행까지 자체 상품을 내놓으며 시장에 뛰어 들었다. 올해는 정부가 사잇돌대출의 공급규모를 5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확대하고 취급기관을 늘리는데다 인터넷전문은행까지 등장하면서 중금리 시장이 포화될 전망이다. ◆1금융은 '긴장' 2금융은 '선방' 8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지방은행·저축은행·P2P금융 등 대부분의 금융사들이 자체 중금리대출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모바일뱅크를 중심으로 중금리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시중은행 가운데 모바일뱅크의 포문을 연 우리은행은 지난 2015년 5월부터 위비뱅크를 통해 '위비모바일대출'을 판매, 출시 1년 만에 누적 대출 1000억원을 돌파하며 중금리대출 경쟁에 불을 지폈다. 이어 신한은행(써니뱅크), IBK기업은행(i-ONE뱅크), KEB하나은행(원큐뱅크), KB국민은행(리브) 등도 중금리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지방은행 중에는 광주은행(스마트퀵론·직장인퀵론·주부퀵론), 경남은행(믿을론) 등이 중금리대출 상품을 취급 중이며, 전북은행의 경우 P2P금융업체 피플펀드와 손을 잡고 새로운 모델의 중금리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우량고객을 주로 취급하는 시중은행의 중금리대출 영업은 비교적 소극적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시중·지방은행들은 중금리대출 실적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반면 주고객층이 중·저신용자인 저축은행과 중금리대출 특화 업체인 P2P(개인 간 대출)금융은 공격적인 영업을 하고 있다. 여세를 몰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SBI저축은행의 중금리대출 상품 '사이다'는 출시 1년 만에 누적 실적 2000억원을 돌파했다. 이는 같은 기간 위비모바일대출과 비교하면 두 배 높은 수준이다. 이어 JT친애저축은행(원더풀와우론), OK저축은행(스파이크OK론), 웰컴저축은행(텐텐대출) 등도 자체 중금리대출 상품을 출시하고 고객몰이에 나서는 추세다. P2P금융도 중금리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중금리대출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P2P대출업체들은 1금융 등과 제휴를 통해 온라인에 방점을 둔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사잇돌대출도 확대…우려도 금융권의 중금리대출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는 가운데, 정부가 사잇돌대출의 공급량을 늘리면서 과당경쟁과 실효성 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사잇돌대출은 신용 4~7등급인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은행과 저축은행에서 연 6~19%대 금리로 1인당 최대 2000만원까지 빌려주는 상품이다. 금융사는 SGI서울보증의 보증을 통해 손실을 줄이고 고객은 중저금리로 대출받는 구조로, 우량신용자를 주로 취급하는 시중은행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연 20%대가 넘는 고금리 대출에 내몰렸던 서민을 위한 제도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7~11월까지 사잇돌대출 취급 실적은 시중은행의 경우 2196억3500만원이다. 저축은행의 사잇돌2대출은 더욱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말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30개 저축은행에서 취급하는 사잇돌2대출은 지난해 9월 6일 출시 이후 총 1161억원이 이뤄졌다. 일평균 취급액은 15억5000만원으로 지난 9월(11억1000만원)에 비해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사잇돌대출에 대한 수요가 점차 증가하는 가운데,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서울보증보험의 보증을 받는 만큼 대출심사가 까다로워 실제 승인을 받는 고객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중금리 시장이 확대될수록 금융사들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달부터는 8개 저축은행이 추가로 사잇돌2대출을 취급한다. 아울러 정부는 은행과 저축은행 외에도 상호금융권으로 사잇돌대출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올해 중금리대출 시장의 판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당장은 중금리대출 영업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시중은행도 인터넷전문은행을 견제해 또 다를 승부수를 내걸 수도 있다"며 "대부분의 금융사가 중금리대출로 수익을 얻을 순 없지만 포기할 순 없기 때문에 올해 차별화 전략에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