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시중자금…예금금리는 요지부동, 수수료는 슬그머니
대출금리 4% 육박, 예·적금 금리 여전히 1%대…수수료 인상, 계좌유지수수료 추진 등 소비자 불만↑ 사실상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린 가운데, 수신과 여신의 금리 인상 속도가 제각각이다. 대출금리는 빠르게 오르는 반면 예·적금 금리는 요지부동이다. 시중자금이 갈 곳을 잃은 이유다. 이 와중에 한국씨티은행이 계좌유지수수료 도입을 추진하면서 올해 은행권의 수수료 인상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돼 소비자의 부담만 커지는 모양새다. ◆1000만원 저금해도 이자는 꼴랑 10만원? 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16개 은행이 공시한 32개 예금 상품(1년물)의 연 금리는 평균 1.27%로 집계됐다. 전북은행 'JB다이렉트예금통장'의 금리가 1.80%로 가장 높고 이어 제주은행의 '사이버우대정기예금'이 1.75%, 산업은행 'KDB Hi 정기예금'과 SC은행 'e-그린세이브예금'이 1.70%로 1%대 후반으로 나타났다. 반면 5대 시중은행인 국민·하나·농협·신한·우리은행의 '국민수퍼정기예금', '행복투게더(Together) 정기예금', '큰만족실세예금', '신한S드림 정기예금', '키위정기예금'은 각각 1.10%에 그쳤다. 적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년 동안 적금을 부어도 연 금리 2%를 넘기는 상품이 없다. 16개 은행의 31개 적금 상품(2년물)에 대한 금리는 평균 1.50%로 집계됐다. 전북은행의 'JB다이렉트적금'이 1.85%로 가장 높았고 수협은행의 '파트너가계적금', 'Sh내가만든적금', '더플러스정액적금'이 각각 1.80%, 1.70%, 1.70%로 나타났다. 금리가 가장 낮은 상품은 전북은행의 '전북아이나라예금'으로 1.35%에 불과했다. 반면 가계대출 금리는 빠르게 오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금리는 지난해 9월 상승세로 전환하며 그 해 12월(1.56%)까지 4개월 연속 상승했다. 1월 기준 시중은행 6곳의 분할상환방식 만기 10년 이상 주담대 평균금리는 3.30~3.58%로 지난해 12월(3.18~3.34%)에 비해 한 달 새 0.2%포인트 가량 올랐다. ◆수수료 전쟁, 서막 오르나 은행들이 예·적금 금리에 비해 대출 금리를 빠르게 올리고 있는 가운데, 올해 은행권의 수수료 신설·인상 기조가 예상되고 있어 서민들의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이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에 제출한 은행 수수료 조정 내역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6년 7월까지 16개 은행은 총 82개의 수수료를 신설하고 78개는 인상했다. 올해는 한국씨티은행이 오는 3월을 목표로 계좌유지수수료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성인 이상의 신규고객을 대상으로 잔고 1000만원 이하의 소액 계좌에 대해 월 3000원~5000원 사이의 계좌유지수수료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계좌유지수수료 부과의 목적은 고객과 당행과의 관계를 심화하고 디지털 채널의 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고객의 디지털 중심 금융 이용 행태를 보면 실제로 매달 부과될 일은 흔치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금융권에서는 국내 금융 수수료가 외국에 비해 현저히 낮아 수수료 수익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 수수료의 국제간 비교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창구 송금수수료는 500~3000원으로 미국(35달러, 3만9800원), 영국(25파운드, 3만5500원), 일본(648~864엔, 약 6500원~8700원)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대표는 "외국은 우리나라에 비해 인구 밀도가 10배 가량 낮고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고 시 모든 책임을 금융사가 떠안는다"며 "나라별 금융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선상에서 수수료 체계를 비교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는 모든 사람들이 금융사 거래를 할 수밖에 없는 경제구조이기 때문에 비용 징구에 관해서는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해 원가의 적절성 등에 대한 투명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