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2018 경영키워드…미래로 가는 물결 ‘4차 산업혁명’에 올인
올해 주요 기업들의 경영 키워드는 '4차 산업혁명 선도'다. 2018년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 속에서 법인세율 인상 등 대내외 경제 여건은 우호적이지 않지만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신(新) 패러다임에서 혁신과 변화라는 체질 개선을 통해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AI(인공지능), 로봇, 자율주행차 등의 관련 조직을 신설하고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 올라타기 위한 본격적인 채비를 마쳤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차, LG, SK 등 주요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선도를 위해 조직을 맞춤형으로 개편하고 올해 본격적인 신사업 발굴에 나선다. 재계 맏형 삼성전자는 올해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인 융·복합 기술로 꼽히는 AI에 집중한다. 이른바 'AI 퍼스트'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연말 조직개편에서 CE(소비자가전)부문 산하 DMC연구소와 IM(IT&모바일)부문의 소프트웨어센터를 통합해 '삼성 리서치'를 출범시키고 산하에 AI 센터를 신설했다. AI 센터는 사업부별로 흩어져 있던 AI 관련 연구를 통합하기 위한 조직으로 삼성전자 AI 연구의 허브 역할을 맡게 된다. 삼성전자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도 나선다. DS(부품) 부문 산하에 있던 미국 삼성전략혁신센터(SSIC)를 전사 조직으로 분리해 벤처투자(VC) 전문가 출신 손영권 사장에게 전권을 맡겼다. 손 사장은 반도체 등 부품 관련은 물론 자율주행차, 헬스케어,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등을 아우르며 융·복합이 활발해지는 4차 산업혁명 환경에서 맞는 신사업 발굴 나설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다양한 산업 영역의 융복합화와 업계의 합종연횡 등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산업 환경에 대응해 미래 먹거리 발굴에 속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자율주행 기술과 친환경차 개발에 투자를 집중해 온 현대자동차그룹도 올해 미래차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현대자동차는 커넥티드카와 자율주행차, 친환경차 등 미래 선도 기술 확보를 위해 연말 승진 인사에서 44.2%(137명)을 연구개발(R&D) 부문에서 승진시켰다. 이는 최근 5년 내 최대 비중이다. 현대자동차는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2030년까지 완전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고, 현재 13종인 친환경차 라인업을 38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글로벌 주요 사업 현장에 권역별 '자율 경영시스템'을 도입한다. 각 권역본부가 현지 상황에 맞게 생산과 판매를 탄력적으로 조절해 4차 산업혁명 패러다임 변화에 맞춘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SK이노베이션 등 SK그룹 주력 계열사들은 최태원 회장이 강조해온 '딥 체인지(사업구조의 근본혁신)'를 더 강화시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겠다는 방침이다. SK텔레콤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신사업군 육성을 위해 CEO 직속으로 AI사업단을 신설했다. AI사업단은 기술 확보, 서비스 기획·개발, 사업 확대 등 AI 관련 모든 영역을 총괄하는 자기 완결적 구조를 갖췄다. SK텔레콤은 AI사업단을 중심으로 AI사업을 추진하며 이와 연계한 자율주행차, AI비서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기존 정유 사업에 안주하지 않고 화학과 배터리, 정보전자소재 등 신규 사업에 집중 투자하며 강도 높은 딥체인지 추진한다. LG그룹은 LG전자를 중심으로 융·복합사업개발센터를 신설하고, 급신장하는 AI, IoT 시장 등을 본격 공략한다. LG전자는 지난해 중순 AI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CTO 부문에 인공지능연구소와 로봇선행연구소를 신설한 바 있다. 올해는 조직을 확대하고, 융·복합사업개발센터는 이러한 R&D 역량을 사업화하는 데 집중한다. 또 스마트폰, TV, 자동차 부품 등 각 사업본부 제품을 연결하는 한편 AI, IoT 기술을 활용해 4차 산업혁명 시대 선도를 위한 기술 개발에도 나선다. LG전자는 로봇 사업에도 본격화한다. 가정용은 물론 상업용 로봇제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한다는 전략이다. 두산그룹도 지주회사인 ㈜두산에 '최고디지털혁신(CDO)' 조신을 신설했다. 각 계열사별로 분산돼 있는 디지털 기술이나 데이터들을 융합해 계열사간 업무 협업을 활성화하고 사업 시너지도 향상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AI, IoT, 로봇 등에 대한 연구개발이 4차 산업혁명 시대 준비 같았다면 올해는 기존 사업들과 이들을 연결해 새로운 비즈니스 패러다임으로 진화시켜 나가는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주요 기업들의 분위기는 주요 경제단체장들의 신년사에서도 묻어난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018년은 한국경제의 실력을 검증하는 해로 협업을 통해 공동 모색하는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면서 "많은 사람들과 협업을 통해 각자의 자산을 공유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면 무인차, 신재생에너지, 빅데이터 등 새로운 산업에서 경쟁을 주도할 뿐 아니라 함께 번영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도 "올해 우리를 둘러싼 무역 환경은 간단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특히 4차 산업혁명이 현실화되면서 산업과 무역구조는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를 위해 성장 잠재력이 높은 서비스 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전기차, 로봇, 바이오헬스 등 신산업의 수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도 신년사를 통해 스마트공장 확산, 특허공제 기반조성, 협동조합 공동사업 활성화 등을 예로 들면서 "중소기업이 혁신성장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수 있도록 현장 중심형 규제개혁 과제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