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부모님을 출근시키고 빨래를 돌린다. 점심 장을 보고 저녁 식사를 준비한다. 틈틈이 청소와 분리수거도 맡는다. 그리고 한 달에 용돈 50만원을 받는다. 언뜻 전업주부의 일상처럼 보이지만 주인공은 30대 미혼 청년이다. 취업난과 주거난, 고물가가 겹치면서 부모와 함께 살며 집안일을 전담하는 이른바 '전업자녀'가 새로운 사회 현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업자녀는 경제활동 대신 부모와 함께 생활하며 집안일과 돌봄을 담당하는 성인 자녀를 뜻한다. 전업주부 개념이 자녀에게 옮겨온 셈이다. 2023년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률을 기록한 중국에서 처음 등장한 신조어로 알려졌으며 최근 국내에서도 관련 서적이 출간되고 SNS와 유튜브를 통해 다양한 사례가 소개되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에서는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전업자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부모가 출근한 뒤 집안일을 전담하고 식사 준비와 청소, 빨래, 병원 동행, 심부름 등을 맡는다. 일부는 자격증 공부나 아르바이트를 병행하지만 집안일 자체를 주된 역할로 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전업자녀는 흔히 떠올리는 백수나 캥거루족과는 다르다는 주장도 나온다. 캥거루족이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개념이라면 전업자녀는 가사노동이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온라인에서는 "집안일도 노동이다", "가족이 함께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전업자녀라는 단어가 등장한 배경에는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국가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만5000명 감소했다. 반면 60세 이상 취업자는 17만1000명 증가했다. 청년층 고용 시장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높은 주거비 부담까지 더해졌다. 실제로 일부 청년들은 "서울에서 월세 70만원을 내며 몇 년을 버티다가 결국 본가로 돌아왔다"고 말한다. 취업 준비와 생활비 부담을 동시에 감당하기 어려워지면서 독립보다 본가 생활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서울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35세 시점 부모와 동거하는 비율은 1970년대생이 20%대였던 반면 1981~1986년생은 41.1%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서도 만 19~34세 청년의 54.4%가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를 개인의 게으름이나 의지 부족 문제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저성장과 고물가, 높은 집값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핵가족 중심 사회가 다시 본가 중심 생활로 일부 회귀하는 과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부모의 경제력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자립 능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부모가 은퇴하거나 건강 문제를 겪게 되면 전업자녀 역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한국보다 먼저 비슷한 문제를 경험했다. 장기 불황 속에서 사회와 단절된 청년들이 늘어나자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이 단시간 일자리와 재취업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하루 1~2시간 근무부터 시작해 사회와 다시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다. 완전한 취업 이전에 사회와 접점을 만들 수 있는 중간 단계의 제도를 마련한 셈이다. 반면 한국은 최근 '쉬었음 청년'이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음에도 아직 뚜렷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취업도 하지 않고, 교육이나 직업훈련에도 참여하지 않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상당수는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업자녀를 무조건 조롱하거나 비난하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는지, 그리고 이들이 다시 사회와 노동시장으로 연결될 수 있는 기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다. 전업자녀는 누군가의 개인적인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저성장과 고물가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 세대의 현실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회적 신호이기도 하다.
2026 북중미 월드컵 화요일 일정이 모두 마무리됐다. 결과만 놓고 보면 강호들의 하루가 아니었다. 오히려 언더독들의 저력이 빛난 날이었다. 가장 큰 화제는 역시 스페인이다. 피파랭킹 2위이자 이번 대회 우승 후보 0순위로 꼽히는 스페인은 월드컵 첫 출전국 카보베르데와 0-0으로 비겼다. 카보베르데는 서아프리카의 작은 섬나라로 인구가 약 52만 명에 불과하다. 대한민국의 웬만한 중소도시보다도 적은 인구를 가진 나라가 세계 최강 중 하나인 스페인을 상대로 승점을 따낸 것이다. 스페인은 경기 내내 점유율과 슈팅 수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지만 카보베르데의 40세 골키퍼 보지냐의 선방쇼에 막혀 끝내 골을 넣지 못했다. 이번 대회 개막 이후 가장 충격적인 결과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벨기에도 웃지 못했다. 벨기에는 이집트와의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전력상 우세가 예상됐지만 경기 내내 답답한 흐름을 보였고 결국 승점 1점에 만족해야 했다. 황금세대 이후 세대교체 과정에 있는 벨기에의 고민이 다시 한번 드러난 경기였다. 중동팀들의 선전도 눈길을 끌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남미 강호 우루과이를 상대로 1-1 무승부를 거두며 승점을 챙겼다. 카타르가 스위스와 비기고 사우디까지 우루과이를 상대로 결과를 만들어내면서 이번 대회 중동 축구의 경쟁력도 재조명받고 있다. 월드컵 초반 분위기를 종합하면 한 가지 특징이 뚜렷하다. 강팀과 약팀의 격차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점이다. 이미 한국이 체코를 꺾었고 일본은 네덜란드와 비겼다. 카타르는 스위스와 승점을 나눠 가졌고, 카보베르데는 스페인을 상대로 역사적인 첫 승점을 따냈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우루과이를 상대로 버텨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동 국가들은 월드컵에서 이변의 주인공 정도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강팀들이 압도하는 그림보다 전 세계 축구 수준이 상향 평준화됐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제 시선은 16일 오전 열리는 이란과 뉴질랜드 경기로 향한다. 만약 이란까지 승점을 챙긴다면 이번 대회 초반 가장 인상적인 대륙은 아시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월드컵은 아직 시작 단계다. 하지만 화요일 하루만 놓고 보면 강호들이 긴장해야 할 이유는 충분히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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