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와 코스닥 레버리지 ETF 열풍은 지난해 기록적인 한국 주식 투자 기회를 놓친 개미와 미국 주식시장으로 향한 투자금을 한국 시장으로 돌리려는 정부의 합작품이다"(2월 22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여기에 현대차까지 신고가 행진에 탑승하며 코스피가 6000선을 질주하고 있다. 증시 과열 조짐도 뚜렷하다. 지난달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30조원을 넘어섰다. 뒤처지면 안 된다는 '포모'(FOMO) 심리가 커지며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도 최대(32조원)로 불어났다. 문제는 단타 매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우려를 낳는다. ◆증시로 향하는 '돈'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32조234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 1월(27조560억원) 대비로는 19%(5조1780억원) 늘어났다. 최근 코스피가 미국발 기술주 훈풍과 정부의 3차 상법개정안 통과 기대 등에 연일 최고치 랠리를 펼친 영향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코스피는 20% 올랐는데, 지난달 25일에는 사상 처음 6000선을 돌파했으며, 26일에는 6300선 고지마저 밟았다. 지난달 코스피 거래대금은 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로 쏠리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삼성전자 우선주의 지난달 일평균 거래대금은 10조5020억원으로 같은 기간 전체 코스피 거래대금의 33%를 차지했다. 거래대금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증시 주변을 맴도는 돈이 역대 최대 수준이다.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달 1월 27일 첫 100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달 26일에는 119조4832억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5조2640억원(4.96%) 증가했다. 거래대금은 늘었지만, 하루걸러 급락세와 급등세가 반복되는 '널뛰기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손바뀜이 커진 영향이다. 지난달 코스피 시장의 상장주식 회전율은 28.0%로 2022년 4월(35.02%) 이후 3년 10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전달(18.13%) 대비로는 55% 급증했다. ◆변동성 커진 증시 빚을 내서라도 투자하겠다는 빚투 양상이다. FT는 증권 계좌가 1억 개로 불어나 인구의 두 배가 됐으며, 증권사의 신용 융자 잔액이 32조원을 넘어서고, 투자자 예탁금이 120조원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상황을 우려했다. 널뛰는 증시에 공포 심리도 확산하고 있다. 한국형 공포지수인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지난 27일 54.12으로 두 달 만에 87%나 급등했다. 지난 26일엔 54.67까지 치솟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증시가 추락했던 2020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통상 40을 넘어서면, 급격한 주가 변동 가능성이 있는 '공포 구간'으로 해석된다.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투자 지형이 흔들리고 있다. 테슬라가 주간 순매수 상위권에서 밀려난 데 이어, 미국 상장 한국 ETF로 자금이 이동하고 미국 주식 전체 보관금액까지 한 달 새 감소했다. 기술주 조정과 변동성 확대 속에서 종목 교체와 포지션 축소가 동시에 나타나는 모습이다. 26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2월 19~25일) 해외주식 투자자(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5위에 테슬라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해당 기간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3배 ETF'로 9311만달러를 기록했다. 개별 종목 중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6807만달러 순매수로 2위, 알파벳이 5823만달러로 뒤를 이었다. 아마존과 나스닥100 ETF도 상위권에 포함됐다. 주가 조정이 매수 배경으로 해석된다. 올해 들어(YTD 기준) MS는 17.16% 하락했고, 테슬라는 7.20%, 알파벳은 0.25% 각각 내렸다. 특히 MS는 두 자릿수 낙폭을 기록하며 가격 부담이 낮아진 상태다. 보관금액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 24일 기준 미국주식 보관금액 1위는 테슬라로 258억9951만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지난해 12월 24일 299억9743만달러와 비교하면 약 40억달러 줄어 13% 넘게 감소했다. 엔비디아는 같은 기간 180억5769만달러에서 176억7233만달러로 소폭 줄었고, 팔란티어도 감소했다. 반면 알파벳은 64억7895만달러에서 74억5404만달러로 늘며 3위로 올라섰다. 애플과 인베스코 QQQ ETF는 상위권을 유지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미국에 상장된 '한국 ETF' 매수세다. 같은 기간 서학개미는 '코스피 3배 레버리지(DIREXION DAILY MSCI SOUTH KOREA BULL 3X ETF)'와 '한국 추종 ETF(iShares MSCI South Korea ETF)'를 순매수 상위권에 올렸다. 이달 25일까지 코스피가 44.4% 오르며 주요국 증시 가운데 상승률 1위를 기록하자, 미국 시장을 통해 한국 지수를 레버리지로 담거나 달러 자산 형태로 편입하려는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주식 계좌와는 별도로 해외 계좌에서 한국 지수를 매매하거나, 환율·세제·거래 편의성 등을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러한 변동 속에 미국 주식 전체 보관금액도 한 달 새 줄었다. 이달 24일 기준 미국 주식 전체 보관금액은 1649억1616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월 24일 1723억4689만달러에서 약 74억달러 감소한 규모다. 한 달 만에 4% 넘게 줄어든 셈이다. 개별 종목의 매매 변화와 함께, 최근 미국 기술주 조정과 변동성 확대가 서학개미 전체 포지션 축소로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허정윤기자 zelkova@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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