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경제성장에 돈맥경화…기업·개인·정부 모두 '쓸 돈' 말랐다
대한민국이 0%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저성장 만성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 가계 기업등 경제 주체들의 살림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우선 정부 곳간이 말라간다. 기획재정부 '월간 재정동향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1~2월 17조9000억원 나라살림 적자를 냈다. 물가상승에 미치지 못하는 소득 수준은 뒷걸음질이다. IMF는 올해 한국의 1인당 GDP를 3만4642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2022년(3만4822달러)보다도 낮다. 유통 기업들은 내수 시장 최전선에 있는 만큼 저성장으로 인한 시장 타격을 그대로 맞고 있는 모양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내총생산(GDP)가 올해 1분기 -0.2%로 떨어지면서, 소비 시장과 그대로 맞닿아 있는 유통업계가 위기 국면 타개책을 고심하고 나섰다. 전반적인 대응 기조는 외형 줄이기다. 대표적으로 최근 롯데그룹은 자회사별 희망퇴직을 단행한 것에 그치지 않고 전 계열사 직무급제 도입을 검토하면서, 인력 효율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면세업계 상황 역시 심각하다. 저성장 국면에 국내외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자 실적 부진에 빠진 것이다. 실제 최근 나이스 신용평가사는 호텔신라 장기 신용등급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로 하향 조정했다. 면세부분의 저조한 영업실적으로 영업수익성 회복이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이에 면세점도 비효율 자산을 매각하고, 희망퇴직을 통해 인력 감축을 단행했다. 대표적으로 현대면세점은 희망퇴직과 동대문점 매장 폐점, 시내 면세점 운영 축소 등을 동시에 결정하면서 본격적인 경영 효율화 추진에 나섰다. 마트와 같은 오프라인 유통 채널도 온라인 시장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지난 2월 유통업체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백화점은 -18.8%, 백화점은 -3.6%, 편의점은 -4.6% 감소세를 보였다. 지속되는 침체 국면에 물가가 전방위로 오르면서, 개인 역시 긴축 상황에 놓였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6.29로 전년 동월 대비 2.1% 증가했다. 그 중에서도 음식 및 숙박이 3.0%,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가 2.4% 올랐으며, 의류 및 신발 가격도 2.0% 상승했다. 이 같은 돈맥경화 현상에 유통기업들은 일제히 가격 상승을 단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코카콜라음료는 스프라이트, 미닛메이드 등 일부 품목 출고가를 내달 1일부터 평균 5.5% 인상한다. 담배 가격도 오른다. 업계에 따르면, 일본계 담배회사인 JTI코리아는 내달 1일부터 담배 가격을 최대 200원 인상한다. 대표적인 인상 품목은 '메비우스 엘비에스(LBS) 시리즈 5종'과 '메비우스 이스타일 6', '이스타일 3', '카멜 블루'와 '카멜 필터' 등이다. JIT코리아의 가격 인상은 10년 만이다. 대형 뷰티 업계도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한다. 브랜드인 아모레퍼시픽의 럭셔리 브랜드 설화수는 자음2종 세트 가격을 14만원에서 15만원으로 7% 인상했다. 해당 세트는 자음수 150ml와 자음유액 125ml로 각각 자음수EX, 자음유액EX로 원료, 제형 등이 강화되는 데 따른 가격 인상이다. 샴푸, 바디워시 등 생활용품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는 비욘드는 13개 제품의 가격을 최대 2000원 올린 데 이어 오는 5월에는 4개 제품 가격을 최대 1000원 인상한다고 예고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외 불확실성이 너무 커져 유통가는 지금 전반적으로 긴축 경영 상황"이라며 "경영 효율화로 대응에 나서고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 이상 한계는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청하기자 mlee236@metroseoul.co.kr 안재선기자 wotjs4187@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