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회장 "대통령 '관심사업' 무시 못해 미르·K재단 출연"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청와대의 갑작스런 요청을 받고, 거절에 따른 불이익을 우려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냈다고 증언했다.
권 회장은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비선 실세'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공판에서 이같이 증언했다.
이날 진술에 따르면, 권 회장은 2015년 10월 '국가에서 굉장히 중요한 사업을 하는데 재단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박찬호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의 연락을 최모 부사장을 통해 받았다.
권 회장은 "앞서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이 연락해 '청와대에서 국가적인 사업으로 재단을 설립해 문예 부흥을 진작코자 한다. 리커창 총리가 곧 방한하기 때문에 빨리 설립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검찰이 "결국 최 부사장과 이 부회장 모두 청와대가 추진하는 사업이라고 했느냐"고 묻자, 권 회장은 "네"라고 답했다.
권 회장은 검찰이 재차 "청와대가 추진하는 사업과 관련해 설립하는 재단이라서 출연 요구에 응했느냐"고 묻자, 머뭇거리다 "그렇다"고 대답했다.
권 회장은 "업계로서는 청와대에서 그렇게 방침을 세울 경우, 일종의 관행으로 기금을 냈던 것 같다"며 "어느 정도 부담을 가졌다"고 진술했다.
그는 "청와대의 출연 요구에 따르지 않을 경우 세무조사 등 불이익이 염려되지 않았느냐"는 검찰 측 질문에 "막연한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지난해 1월에는 황은연 포스코 사장으로부터 '청와대가 K스포츠재단 설립도 직접 추진하니 출연해야 한다'는 보고를 받았다'는 취지로도 증언했다.
포스코가 거액을 출연했음에도, 두 재단의 운영 방법과 임원진 구성에 대해 들어본 적 없다는 진술도 나왔다.
권 회장은 검찰이 "미르·K재단 출연과 관련한 운영방법과 임원진 인적 구성, 어떠한 내용도 들은 바 없느냐"고 묻자 "전혀 듣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에 검찰이 재차 "두 재단 모두 운영 및 임원진 구성에 전혀 참여 못한 것 맞느냐"고 질문하자 "못했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민간기업은 각종 정책 인허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대통령이 관심을 가진 재단에 출연을 요구 당하면 거절하기 어렵다'는 취지로도 진술했다.
권 회장은 검찰이 "(미르·K재단에 출연한) 주된 이유는 두 재단 설립이 대통령 관심 사업이기 때문인가"라고 묻자 "맞다"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