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부진에도 쑥쑥 잘라는 'K-뷰티·푸드·전자'
[메트로신문 정은미기자] 올해 10월 수출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15.8% 감소하는 등 6년여 만의 수출쇼크에도 두 자리 수 대박행진을 이어가는 업종들이 있다. 16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최근 수출 호조업종의 특징과 시사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1~9월) 수출이 평균 6.6%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도 전체 730개 품목(수출 1000만달러 이상)중 175개 품목은 5% 이상의 수출증가세를 기록했다. 역주행 품목을 유형별로 묶어보니 K-뷰티, K-푸드, K-전자 3가지가 꼽혔다. 실제로 기술개발을 통한 제품 차별화와 한류 문화 콘텐츠가 촉매제 역할을 하는 K-뷰티의 성적표가 눈에 띈다. 눈화장품(36.9%), 립스틱(30.9%), 비누(61.2%), 샴푸(74.1%), 언더셔츠(7.2%), 스웨터(6.5%) 등 K-뷰티제품군은 평균 53.0% 증가했다. 전체 화장품 수출액을 봐도 지난 2011년 7조9000억달러에서 지난해 17조9000억달러로 최근 3년간 124.4% 증가했을 정도다. 대한상의 측은 "K-뷰티의 성공비결을 한 단어로 정리하면 '창조적 차별화'를 꼽을 수 있다"며 "쿠션, BB크림, 마스크팩, 한방샴푸 등 다양한 제품들을 창조적으로 만들어내 세계인의 취향을 저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몇 년 전 아모레퍼시픽이 선보인 '쿠션'은 세계인의 화장문화를 바꿔 놨다. 에센스, 파운데이션, 파운데이션 등 기초화장품을 특수 스펀지에 한데 모아 툭툭 찍어 바르는 것으로 화장을 마무리하는 쿠션이 아시아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한국기업들은 유럽이 강세를 보이는 색조 화장품 대신 기초화장품에 집중해 BB크림, 프리미엄 마스크팩, 한방재료를 사용한 화장품·샴푸 등을 만들어내고 히트시켜 창조적 차별화를 계속 이어갔다. 화장품뿐 아니라 의류 제품도 인기다. 김수현, 수지, 엑소, AOA 등 한류스타들이 인기를 끌면서 이를 활용한 패션 기업의 수출실적도 돋보인다. 대중국 전자상거래수출(역직구)의 65%를 의류가 차지할 정도다. 우유(13.3%), 분유(38.0%), 맥주(14.9%), 쇠고기(36.4%), 김(15.7%), 빙과류(8.2%), 담배(35.2%) 등 K-푸드제품군은 24.2% 늘었다. '철저한 현지화를 통한 신뢰구축' 전략으로 수출시장을 공략한 덕이다. 국내산 우유와 분유가 대표적 사례다. 지난 2008년 중국의 멜라닌 분유 파동 후 신뢰도 높은 유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다소 비싸지만 믿고 먹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며 2011년 3700만달러에서 지난해 1억700만달러로 수출액이 190% 증가했다. 최근 중국의 한 자녀 정책 폐지는 수출전망을 더욱 밝게 하고 있다. 맥주 수출도 인상적이다. 우리 교민들에게만 일부 팔려온 한국산 맥주가 현지화로 큰 사랑을 받고 있고 농산품은 규격화로 주목받고 있다. K-전자군은 무선통신기기부품(28.8%), TV·카메라(64.5%) 등의 호조세로 수출이 평균 24.1% 증가했다. 이들은 '다각화보다는 전문화' 전략이 수출공략비법으로 꼽혔다. 반도체의 경우 최근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가 중국, 미국에 해외공장을 설립했다. 국내 반도체가 약진하면서 제조용장비 수출도 증가하고 있다. 가전제품 수출이 어려운 가운데 전기밥솥의 선전이 돋보인다. 압력밥솥에 전자레인지식 가열방식을 접목해 밥맛을 인정받았는가 하면 밥솥 하나로 죽, 탕, 찜까지 조리할 수 있도록 해 중국과 동남아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2000년만 해도 1700만달러에 불과하던 전기밥솥 수출은 5년 새 약 3배 증가했다.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3가지 제품군은 산업특성에 맞게 독특한 방식으로 세계인의 취향을 저격한 제품들"이라며 "교역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전체 교역량이 줄어들고 있는 지금 그들의 성공비결을 눈여겨봐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의 수출품목(MTI 6단위 기준 1221개)중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는 1000만달러 이상 수출품목 730개를 추려 분석됐다. 730개 품목의 올해(1~9월) 수출증가율을 계산해 보니 175개는 5% 이상의 증가세를 보였다. 66개 품목은 0~5% 증가, 나머지 489개 품목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