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정유·유화 빼고는…모든 업종 중국發 한파 주의보
[메트로신문 정은미기자] 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정부의 예상보다 훨씬 낮은 2.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정부가 밝힌 3%대 성장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 하락에 따른 신흥국 경제 불안,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 악재가 도처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경제의 둔화가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으로 이미 지난해 중국의 수입 둔화와 유가 하락으로 한국산 철강과 기계, 석유화학제품의 수출이 직격탄을 맞았다. 연초부터 중국발 쇼크가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10여개 업종단체와 공동으로 '2016년 산업기상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자·IT, 자동차, 기계, 철강, 섬유·의류, 조선 등 제조업 전반에 중국발 한파주의보 발표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산업기상도는 업종별 실적과 전망을 집계하고 국내외 긍정적·부정적 요인을 분석해 이를 기상도로 표현한 것이다. '맑음'은 매우 좋음, '구름조금'은 좋음, '흐림'은 나쁨, '눈'은 매우 나쁨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의 '제조업 굴기'가 올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국내 제조업의 입지가 중국에 크게 위협받는 한 해가 될 것이란 게 대한상의 측의 분석이다. 먼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출 품목인 전자·IT 업종의 경우 중국 업체들의 공세로 '흐림'이 전망된다. 성숙기에 접어든 스마트폰시장 성장률이 5년 만에 처음으로 한자리수(7.4%)대로 떨어질 전망이고, 중국의 공격적인 생산과 투자도 큰 부담이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중국의 공격적 투자로 1년새 평균가격이 30%나 떨어졌고, TV 역시 같은 이유로 수출시장에서 평균 40% 낮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다만 업계는 브라질 올림픽 특수와 대형TV 같은 프리미엄 가전시장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중간 '제살깎기'식 경쟁이 지속되는 철강도 '흐림'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내수시장이 어렵자 과잉생산된 물량을 지난해보다 29% 싼 가격으로 글로벌 시장에 쏟아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중국산 점유율이 40%에 이르는 상황이다. 중국 등 신흥국의 경기둔화로 매출감소를 겪는 자동차 업종도 '흐림'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신흥국 수출도 통화약세로 부진을 면치 못했던 러시아(-64.8%), 브라질(-56.4%), 중국(-47.6%) 등 신흥국 수출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중국경기 둔화에 엔저까지 겹친 기계업종도 역시 '흐림'이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북미지역에서 예상외 호실적을 거뒀던 기계는 올해도 중국 부동산경기 침체와 중국, 일본과의 경쟁 격화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중국 굴착기 시장에서 50%를 육박했던 우리 기업 점유율이 지난해 10%를 밑돈 반면,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기업들은 사상처음 30%를 넘었다. 업계 관계자는 "저유가에 따라 EU경제 등 글로벌 소비회복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사상 초유의 어닝쇼크를 겪은 조선 업종은 저유가로 신규발주가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며 '눈'으로 예보됐다. 조선 3사(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작년 영업손실이 8조원에 달하고, 설비과잉과 저유가로 올해 수주량도 전년대비 27%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는 돼야 해양플랜트의 의미있는 수요개선이 나타나는데 현재 그 절반인 30달러 수준이다. 업계는 중국의 저가 물량공세와 일본의 기술력에 맞서 고부가가치화를 시도하고 있으나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중국이 차이나 인사이드로 주요 제조업을 자급자족하면서 자국 내 초과공급물량을 낮은 가격으로 해외에 밀어내고 있다"며 "선제적 구조조정, 고부가가치화를 통한 경쟁제품의 차별화와 고품질 소비재 수출로 '차이나 한파'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