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 사용 설명서] ⑪ "금융사와 투자 전문가 두루 살피세요"
열흘도 남지 않은 대선판이 요동치면서, 천원만(가명)씨는 여러 생각에 잠겼다. 후보 개인의 자질 뿐 아니라 정당 역시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그가 대통령이 된 이후 어떤 힘을 바탕으로 국정을 운영할 지, 어떤 공약들이 실제로 지켜질 지 가늠할 수 있어서다. 오지혜 올리치컴퍼니 대표는 그의 생각에 동의하며 '나에게 맞는 금융기관과 자문회사는 무엇일까'를 함께 생각하기로 했다. ◆복잡한 금융환경…금융기관 살피고 전문가도 만나야 지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금융기관은 은행과 증권회사, 보험회사 등이죠. 우선 전통적 의미의 은행은 예금을 받아서 우량기업에 대출해 주는 간접금융 영역을 갖고 있어요. 여기다 금융이 겸업화하는 추세에 따라서 신탁과 카드업무, 일부 증권업무 등도 하고요. 펀드 등 투자 상품을 이용한 자산관리업무도 하고 있지요. 반면 증권회사에서는 주식과 채권, 선물, 옵션처럼 투자자산을 직접 사고 팔 수 있어요. 펀드를 포함한 여러 가지 투자 상품으로 자산관리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원만: 저는 아직 '증권회사'라는 단어 자체가 아직도 친숙하지 않아요. 지혜: 원만씨 처럼 은행거래에만 익숙한 고객들이 아직도 많아서 그래요. 하지만 이제는 투자의 시대인 만큼 증권회사의 다양한 상품을 거래해 보면 금융시장을 읽을 수 있는 안목이 생깁니다. 보험회사는 미래에 예기치 못한 위험을 대비할 수 있도록 보장을 판매하는 금융기관이죠. 보험 회사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알지요. 원만: 사람들에게서 일정금액을 모아놓고, 약정된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보험금을 지급해주죠. 지혜: 보험사는 이럴 때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금융상품이 다른 금융기관보다 다양해요. 부자들은 이 점을 활용해 자산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우체국이나 협동조합, 저축은행처럼 다양한 금융기관이 있어요. 과거에는 금융기관별 특성이 뚜렷하고 판매하는 상품과 직원 성향들이 많이 달랐어요. 그래서 고객의 투자 성향에 따라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등을 나눠 이용했지요. 하지만 지금은 금융기관 간 겸업화 시대예요.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등 금융기관이 취급할 수 있는 상품이나 주로 판매하는 상품, 직원의 교육 등 자산관리 방법에도 유사점이 많아서 어느 금융기관을 선택하는 것보다 어떤 직원을 만나는지가 더욱 중요합니다. 지금 우리나라 금융 환경과 더불어 투자의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어요. 온라인 채널이 발달하면서 가입이 편리해진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날로 복잡해지는 금융투자상품을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 부담도 늘었습니다. 원만: 요즘 인터넷 은행이 나오기 시작했지요. 지혜: 그런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금융기관들도 PB(프라이빗 뱅커)서비스 같은 차별화된 이점을 다양한 계층에게 제공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어요. 원만: 선택하는 방식은 편리해졌지만, 그만큼 정보도 많고 복잡해졌으니, 결국 전문가 만나는 일이 중요하겠네요. 지혜: 그럼요. 금융상품을 잘 관리받고 싶어하는 수요가 높아지고 있어, 투자 상품의 특성을 속속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개인은 결국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개인투자자 위한 독립투자자문업자에 관심을 원만은 윤준호 (주)위드리치 대표에게 지난 3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메트로 100세 플러스 포럼' 이야기를 꺼냈다. 고령화 시대에 자산관리하는 방법을 알아보는 자리에서 이동엽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했던 말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다. 포럼에서 이 부원장은 "사적 연금시장 활성화의 기반을 확고히 구축하기 위해 개인연금법 제정 등을 신속히 추진하고, 누구나 쉽게 자문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독립투자자문업자(IFA) 제도 등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원만: 은행과 증권사, 금융기관에서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펀드 투자의 자산관리 자문서비스를 위해 투자자문업자를 확대(FA)하고 독립투자자문업자 제도를 도입하는 이유가 뭘까요. 준호: 물론 금융회사도 좋지만, 전문성을 갖춘 투자자문업자에 대한 정보도 함께 알아 두는 것이 좋아요. 우리나라 투자자문 시장이 5년새 2배나 커지면서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들었습니다. 투자 자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뭘까요. 원만: 당연히 전문성이죠. 준호: '고객수익률'과 '리스크 관리'도 중요하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권에 대한 고객의 불신이 커졌어요. 금융회사가 고객에 대한 배려보다는 당장 작은 이익에 집착한 탓이 큽니다. 물론 기업의 영리 추구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어요. 문제는 자신의 상황에 맞는 상품을 골라달라는 고객의 기대를 저버리고, 수수료 높은 상품을 먼저 권했다는 점입니다. 금융회사 인력들이 개인 투자자에게 상품을 권유할 때 소속 회사의 이익을 우선시하니 소비자 선택권이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저성장이 지속되면서 사람들의 투자 욕구와 자문 서비스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개인 맞춤형으로 자산관리를 도와줄 인력은 턱없이 부족해요. 영국과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 금융 선진국에서는 독립투자자문업을 하는 전문가들이 투자자가 중심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시장의 중추 역할을 합니다. 우리나라에 IFA제도가 도입되면, 투자자문시장에서의 전문성과 신뢰성이 어느정도 회복되고 정착될 것이라고 예상해요. 특정 금융회사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투자자문의 시장이 생성된다면, 시장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전문성이 필요해집니다. 결국 자유로운 시장경쟁이 우리나라 금융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어, 그 수혜가 개인투자자에게 돌아가는 체계가 만들어질 수 있지요. 'IFA 시대'가 도입되는 2017년, 대한민국 투자자문분야의 환경은 개인 투자자에게 지금보다 긍정적으로 다가갈 변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