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개 국내외 해운사 17년간 운임 담합… 흥아라인 등 15개사에 과징금 800억원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이 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한-일, 한-중 항로에서 국내외 컨테이너 정기선사의 해상운임 담합에 대해 제재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과 일본,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28개 국내외 컨테이너 정기선사들이 17년간 담합하며 해상운임을 올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선사들은 기본운임의 최저수준, 각종 부대운임 도입, 대형화주에 대한 투찰가 등 제반 운임을 합의했고, 타 선사 화물을 침탈하지 않기로 하는 등 운임경쟁을 제한했다. 특히, 합의를 어긴 화주 등에 대해서 공동으로 선적을 거부하는 등 보복조치도 감행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9일 이 같은 내용의 한-일, 한-중 항로에서의 운임 답합을 적발해 제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1월 한-동남아 항로에서의 운임 담합 행위를 제재한데 이어, 한-일, 한-중 항로에서 장기간 불법적으로 이뤄진 운임 담합 행위를 제재하며 해상운임 담합 사건을 마무리하게 됐다. 공정위는 한-일 항로에서는 2003년2월~2019년 5월까지 총 76차례 운임을 합의한 15개(국적선사 14개, 외국적선사 1개) 선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800억원(잠정)을 부과하기로 결정하고, 한-중 항로에서는 2002년1월~2018년12월까지 총 68차례 운임을 합의한 27개(국적선사 16개, 외국적선사 11개) 선사에 대해 과징금 없이 시정명령을 부과하기로 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한-일 및 한-중 항로 모두 운임을 인상하거나 유지할 목적으로 기본운임의 최저수준을 정하고, 부대운임을 신규로 도입하거나 대형화주에 대한 투찰가격 등을 합의하는 방식으로 담합이 이뤄졌다. 최저운임의 경우 2003년 10월 한-일, 한-중, 한-동남아 등 3개 항로에서의 동시 기본 운임 인상에 대해 고려해운, 남성해운, 흥아 등 주요 선사 사장들 간 공감대 형성을 계기로 최저운임(AMR)을 합의하고 실행했다. 부대운임 합의는 EBS(긴급유류할증료) 및 THC(터미널 조작 수수료) 등 다양한 부대비용을 신규 도입하거나 인상하는 방법으로 이뤄졌고, 대형화주 투찰가격은 통상 선사들이 합의한 최저운임의 연장선상에서 결정됐으며, 선사들은 담합을 숨기고자 합의 운임으로 10달러를 높여 투찰하기도 하고, 낙찰된 선사 이외에는 화물 선적을 금지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선사들이 자신들의 운임 담합과 기거래 선사 보호, 선적 거부 등의 행위가 공정거래법에 위반된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공동행위를 은폐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아울러, 이러한 운임 합의를 위한 회의를 소집하고 합의된 운임 준수를 독려한 한-일 항로의 '한국근해수송협의회'(한근협)에 대해서는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위반으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4400만원을 부과하고, 한-중 항로의 '황해정기선사협의회'(황정협)에 대해서는 시정명령을 부과하기로 했다. 선사들은 이들 협의회 등을 중심 후속 회합을 통해 합의 실행 여부를 면밀히 점검했고, 특히 이 사건 공동행위 초기부터 중립 감시기구 등을 통해 운임 감사를 실시하고, 합의를 위반한 선사들에게는 벌과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선사들은 중소·중견기업 뿐만 아니라 삼성, LG, 현대-기아차 등 대기업 화주들에 대해서도, 이들이 운임을 수용하겠다는 것을 서면으로 제출할 때까지 선적을 거부하는 등 합의된 운임인상을 관철시키기 위해 화주에 대한 보복도 서슴지 않았다. 공정위는 다만, 한-중 항로에서의 운임담합이 양국 정부 해운협정(조약)과 해운협정에 따른 해운회담을 통해 선박투입량 등을 오랜 기간 관리해온 시장으로서, 공급물량(선복량) 등이 이미 결정됐고, 운임 담합에 따른 경쟁제한 효과와 그 파급효과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고 판단해 과징금 없이 시정명령만 부과했다. 공정위는 해운업계와 해양수산부의 '해운업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제재'라는 주장에 대해 "전형적인 가격담합이며, 경쟁제한성이 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반박했다. 조홍선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해운업계나 해수부가 이야기하는 것은 '담합을 안 하면 다 망한다'인데, 저희들이 담합 하지 말라고 한 적은 없다"면서 "자기들이(해양수산부) 만들어놓은 해운법에 따라서 그 절차나 내용에 맞게끔 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제한성이 있고, 해운법에 따른 정당한 공동행위가 아니어서 공정거래법을 적용한 것이란 설명이다. /세종=한용수기자 hys@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