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젖소 101마리 네팔에 간다 … 한국형 유전자원 첫 지원
세계 최고 수준의 우유 생산 능력을 보유한 한국형 젖소와 유전자원이 네팔에 지원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7일 국제개발기구 헤퍼코리아와 함께 한국형 젖소 종자(종모우, 인공수정용 정액)와 젖소 101마리를 오는 22일 항공편으로 네팔에 운송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젖소 씨종자소와 젖소 암소 생우가 해외로 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농식품부는 그간 우리나라 환경에 최적화된 젖소 종자를 생산해 낙농가에 꾸준히 보급하고 젖소 검정사업을 추진해 젖소 사양관리방법을 개선하는 등 우유 생산성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젖소 1마리당 연간 우유 생산성은 1만423kg으로 낙농 선진국인 이스라엘(1만2512kg), 미국(1만1119kg), 캐나다(1만852kg), 스페인(1만786kg)에 이어 세계 5위 수준으로 높아졌다. 이번 지원은 6.25 전쟁 이후 국제 사회 도움으로 젖소를 받아 낙농업을 재건한 우리나라가 도움이 필요한 네팔에 우리 축산자원을 지원함으로써, 원조를 받던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변모했음을 확인하는 계기로 평가된다. 아울러 한국 낙농산업의 우수성을 국제 사회에 알리고 시장개척의 기회도 될 전망이다. 네팔과는 민관 협력 기반을 마련해 향후 연계 산업 진출과 기술 협력, 인적 교류 등으로 확장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부터 1976년까지 국제개발기구 헤퍼인터내셔널을 통해 총 44회에 걸쳐 젖소 897마리, 황소 58마리 등 가축 3200마리와 상태계 회복을 위한 150만 마리의 꿀벌을 지원받은 바 있다. 네팔은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1223달러로 전체 인구의 약 80%가 농촌에 거주하며, 낙농업은 네팔 국내총생산(GDP)의 9%를 차지하는 중요 산업이며 750만마리의 젖소를 보유하고 있으나 젖소 생산성은 매우 떨어지는 수준이다. 네팔 토착종 젖소의 연간 마리당 산유량은 880kg, 교배 개량종(홀스타인/저지)은 3000kg 수준으로 우리나라 젖소 산유량(9000~1만kg)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번에 네팔로 가는 우리 젖소는 다양한 후속 활동을 통해 개별 농가에서 안정적으로 사육돼 소득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우선 네팔 정부가 추진 중인 신둘리 지구 시범낙농마을 소농 가정에 분배해 농가별 교육과 개체별 식별번호(ID)부여 후 모바일앱을 통한 사양관리, 우리나라 젖소 전문가 파견, 바이오가스 시설 설치 등 다양한 후속 조치가 이뤄진다. 한국형 젖소 유전자원은 네팔 정부 차원의 유전적 개량을 통해 낙농 생산성을 향상시켜 네팔 낙농산업 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6월부터 네팔 정부와 생우 및 정액 위생조건에 대한 수출검역협상을 진행했으며, 올해 11월 최종적으로 마무리됨에 따라 양국 간 해외 반출 검역과 통관 전반에 대한 지원 체계가 마련됐다. 오는 22일 네팔로 출발하는 젖소 101마리는 헤퍼코리아가 진행한 크라우드 펀딩과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 서울우유협동조합 등과의 협업, 국내 낙농가의 암소 기부를 통해 마련됐으며, 미네랄과 비타민, 사료와 같은 사육물품과 동물약품도 기증을 받아 함께 지원된다. 현재 운송을 앞둔 젖소는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검역 시행장에서 기본 검진과 백신 접종 등 출국을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정황근 농식품부장관은 "이번 지원사업은 이제는 어엿한 공여국으로 성장한 우리나라의 위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다"며 "우리의 소중한 자원이 네팔 낙농산업의 비약적인 발전과 함께 양국 간 우호 증진의 발판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세종=한용수기자 hys@metroseoul.co.kr